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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잘못하는 일, 국감에서 따져주십시오

[2009 국정감사 이것만은 꼭!] 박영선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 의원님께

등록|2009.09.30 14:13 수정|2009.10.01 18:10
10월 5일부터 2009년 정기국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됩니다. 참여연대는  국정감사 기간 동안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고 잘못을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하는 공개편지를 9월 28일부터 5~6회에 걸쳐 정당의 원내대표나 주요 상임위 위원장 등 국회의원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서민생활안정 대책',  '고용안정 및 일자리 대책', '검찰권 오남용 및 법원개혁', '수사정보기관의 인권침해' 등 국회가 정부를 상대로 꼭 따져 물어야 할 주요 과제를 의원들께서 빠뜨리지 말 것을 요청하기 위함입니다. 참여연대는 이보다 앞서 지난 9월 15일에는 '정기국회에서 따져 물어야 할 45개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을 관할하는 국회 정보위원회위원 중에서 민주당 간사의원을 맡고 계신 박영선 의원님께 각별히 편지를 보냅니다. 국정감사 때 이것을 꼭 따져 주세요.


박영선 국회의원님께.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인천 소재 재건축 아파트 두 채에 대해 `매매예약 가등기' 방식으로 차명 소유,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남소연


저는 참여연대에서 행정감시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이재근이라고 합니다. 의원님께서 국회에서 활약하시는 모습은 뉴스를 통해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의원님께 제가 이렇게 공개적인 편지를 보내드리게 된 연유는, 제가 하고 있는 행정감시팀의 일과 관련하여 의원님께서 간사를 맡고 계신 국회 정보위원회의 일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민운동단체 활동가의 입장에서, 그리고 의원님께서는 국민의 대표자 입장에서 국가정보원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못된 일은 없는지 살펴보고 따지고 바로잡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가진 국정원에 대한 정보나 자료는 물론 국정원의 활동방향에 대한 비전은 의원님의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폐쇄적인 정보기관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의원님 같은 국민의 대표자에게 부탁말씀을 드리려고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 추석이 지나면 국정감사가 시작됩니다. 저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국정원의 시민단체 활동 사찰과 압력 행위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원님도 익히 아시겠지만 이 내용은 박원순 변호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폭로한 내용입니다. 그러자 국정원은 박변호사가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가기관이 국가의 이름으로 시민사회 인사에게 명예훼손 소송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 정권에서는 별 문제없이 진행되어오던 사업이 갑작스레 중단되거나 단체에 지속적인 후원을 하던 후원자가 어느 날 더 이상 후원이 어렵다고 후원을 끊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그러한 일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명백한 증거가 없었기에 시민단체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지만 쉽게 이야기하지 못해온 일입니다.

이에 대해 박원순 변호사가 용기 있게 국정원의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사찰과 압박행위의 진상을 폭로했습니다. 신중한 행보를 해온 박원순 변호사의 평소 언행을 고려하고, 여기저기서 포착되는 정황과 국정원의 권한 강화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박원순 변호사의 국정원에 대한 폭로는 사실이라고 확신합니다.

국정원과 국정원 직원의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사찰행위와 압박행위는 직무범위를 제한한 국가정보원법 3조 위반으로 직권남용입니다. 시민단체에 대한 사찰행위는 국정원이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를 방기하고 비밀경찰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의원님도 잘 아시겠지만 이런 국정원의 행위는 과거 5공시대 국가안전기획부시절 너무나 익숙한 일입니다. 과거에는 정권에 반대하는 인물이나 시민사회단체를 가두거나 고문하고 조직사건을 조작하였다면 이제는 사찰하고, 기업 등에 압력을 가해 재정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물론 거액의 소송을 통해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 지난 26일 오후 2시, '참여연대 15주년 대동의 날' 행사에 참석한 박원순 변호사. ⓒ 권박효원


박원순 변호사는 시민사회의 상징적 존재입니다. 이런 분마저 정부나 국정원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소송을 걸고 압박한다면 사회의 건전한 비판세력으로서 시민사회는 존재하기 어려워집니다. 국정원의 시민사회단체에 사찰과 압력행위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입니다.

이번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정원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사찰과 재정적 압박행위의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사찰행위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재정적 압박행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따져주시기 바랍니다. 나아가 그 책임자가 누군지 밝혀내 직권남용의 책임을 물어 주시기 바랍니다. 더 나라가 이러한 중대한 범죄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도 고민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한 가지 더 국정원에게 따져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의 통신비밀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터넷 패킷' 감청 문제입니다. 지난 8월말 한겨레21의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집이나 사무실에 설치된 인터넷회선을 통째로 감청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국정원이 사용한 '패킷 감청 기술'은 인터넷 이메일은 물론 웹서핑 등 대상자가 쓰는 인터넷 이용 내용을 원격으로 똑같이 엿볼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당사자 뿐 아니라 같은 회선을 사용하는 직장 동료, 가족들의 인터넷 내용도 감청됩니다. 국내 사이트와 해외 사이트를 가리지 않고 이용자가 사용하는 모든 인터넷 내용이 감청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해외 이메일을 사용하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무제한적인 감청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광범위하게 개인의 사생활과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정원의 인터넷 패킷 감청의 실태를 꼼꼼히 따져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감청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 방안도 동료 의원들과 함께 논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추석입니다. 짧은 연휴이지만 잘 쉬시고 힘을 내서 이번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에 편에 서서 활약하는 의원님의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2009년 9월 30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 이재근 드림

※ 문의 : 참여연대 행정감시팀 (02-723-5302, forr2018@psp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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