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날마다 웃는 집 원하세요?

고향에 홀로 계신 부모님, 자식 키워도 소용없다!

등록|2009.09.30 16:08 수정|2009.09.30 16:28
추석이 코앞입니다. 결혼해서 처음에는 뻔질나게 친정집을 드나들다 요즘은 거의 명절이 아니면 안 가게 됩니다. 부모님 집보다 제 집이 편한 것도 있고, 저 살기 바빠서 부모님을 챙길 여유가 없는 탓도 있습니다.  

그래도 친정엄마는 한달에 한번 꼴로 봅니다. 우리 집에 반찬을 해가지고 오시기 때문이지요. 헌데 친정 아버지는 명절과 집안 행사가 아니면 별로 못 봅니다. 아버지를 좋아하는데 찾아뵙는 횟수는 적습니다. 모순이지요.  

명절이 다가오니 시어머님이 생각납니다. 자식들 준다고 이것저것 음식을 장만하시던 시어머니. 자식들이 잠깐 얼굴 비추고 가버리면 못내 아쉬움과 섭섭함을 가득 담은 얼굴로 자꾸 뒤돌아보시던 어머니. 자식들 전화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당신이 어렵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던 시어머니. 

어머니가 쓰러지시고 의식이 돌아와 집에 누워계실 때 어머니는 칠순잔치 때 찍은 사진 속 가족들을 자꾸 쳐다보셨습니다. 맏아들과 맏며느리가 아닌 다른 자식도 보고 싶은데 이런 저런 이유로 바쁘다 오지 않으니 그리웠던 게지요.   

"엄니. 요즘 돈벌기 힘든거 알지. 돈 억수로 버느라 바빠서 못온대. 그러니까 자꾸 거기 보지마. 맏며느리만 있으면 되지. 왜 자꾸 딴데 봐? 나만 봐!" 

그렇게 구박하면 빙긋이 웃으며 사진에서 시선을 거두던 어머니가 참 그립네요.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어떤 말을 의미하는지 부모님이 안 계시면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시어머님 돌아가시고 나서야 빈자리가 너무 크구나를 알았거든요. 

오늘 스님께 질문하신 분은 혼자 사시는 부모님과 갈등이 있으시네요. 어떤 이야기인지 한번 들어보시죠.     

질문 

친정엄마가 시골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자식들이 엄마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한다고 자식 열심히 키워봐야 소용없다고 불만입니다. 엄마를 이해해 죄송스러운 마음이 생기다가도 자식들을 원망하는 말씀을 하실 때에는 제 마음이 답답합니다. 며칠째 엄마한테 전화도 안 드렸습니다.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법륜스님 답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자기가 겪어 봐야 압니다. 어릴 때 엄마 말 안 듣고 애를 먹일 때 엄마가 아무리 울고불고 해도 자식들 귀에는 엄마 말이 잘 안 들어옵니다. 그런데 자기도 자식을 낳아 키워 보면 그때야 '우리 어머니, 아버지 마음고생 참 많이 하셨구나' 하게 됩니다. 지금 이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늙어서 육신이 잘 안 움직이고 남편이나 아내가 먼저 죽어 혼자 있어 봐야 그 외로움이 어떤 건지를 알 수 있어요. 젊은 사람들, 가족들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얘기해도 경험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나이 들어 외로움의 고통을 막으려면 어머니를 잘 돌봐드려라 

지금이라도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 주면 내가 나이가 들어서 오히려 그런 외로움을 안 겪게 됩니다. 그 외로움을 젊어서 이해해 버리면 자기가 늙었을 때 외로움을 안 타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꼭 어머니를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늙어서 겪을 고통을 지금 미리 막는다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돌봐 드리시면 됩니다.

부모는 시골에서 어렵게 살면서 '내가 고생고생해서 자식을 키웠으니 노후가 좋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막상 자식을 다 키워놓으니 제 살기 바빠 명절에 얼굴 한번 비치고는 안  오잖아요. 이렇게 부모 혼자 외로이 사니까 자꾸 신세타령이 나오는 거예요. 내가 얼마나 고생을 하고 너희들을 키웠는데 하면서 자식에 대해서 자꾸 섭섭해지고 원망의 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참회기도 하면 엄마에게 섭섭한 소릴 들어도 저항이 안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집에서 '어머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저 키운다고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 그런데 제 살기 바빠 제대로 찾아뵙지도 못하고 죄송합니다'하고 참회 기도를 먼저 하는 것입니다. 내가 참회 기도를 하면 우선 엄마에게 섭섭한 소리를 들어도 내 마음에 저항이 안 생깁니다.

그런 말을 하시면 "어머니, 그래요. 맞아요. 자식 키워 봐야 아무 소용없죠?" 하고 맞장구를 좀 쳐주면 훨씬 어머니나 나에게 위안이 됩니다. 그런데 '또 시작이다, 또 저 소리다. 자기만 자식 키웠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어머니 얘기가 잔소리로 들리고 굉장히 힘들고 답답한 거예요.

답답하니까 다투게 되고 다투니까 전화도 하기 싫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다 돌아서면 죄송한 마음에 어머니 생각하면서 우는 것입니다. 사이가 멀어진 채로 있다가 만약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이제 또 불효했다는 생각 때문에 몇 년을 자책하며 살게 됩니다.

첫째. 참회기도 하고, 둘째. 내 형편껏 어머니께 정성을 쏟아라. 

이렇게 안 하려면 첫 번째 먼저 불효에 대해 참회기도를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내 형편이 되는 대로 어머니께 정성을 쏟으세요. 옛날에는 전화를 일주일에 한 번 했으면 이제는 두 번하고 옛날에 일 년에 두 번 찾아뵈었으면 이제는 계절마다 찾아뵙고 다달이 갔으면 격주로 가고 옛날보다 두 배만 하세요.

그렇게 해서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려야 해요. 어머니의 맺힌 한이 어머니 한이 아니에요. 어머니 돌아가시면 다 내 한이 돼요. '살아계실 때 조금만 더 잘할 걸' 하는 후회가 가슴에 쌓여있으면 내 한이 됩니다. 나중에 집안에 우환이라도 생기면 어머니가 천도가 안 돼서 그렇다는 사람들 말 때문에 천도재를 지낸다고 난리입니다. 나중에 돈을 쓰느니 미리미리 베푸는 게 낫다 이 말이에요.

지금 부모에게 잘하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해서 잘하는 것입니다. 효도는 어머니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좋은 것이니 혼자 계신 어머니를 외롭게 하지 마시고 자주 찾아뵙기 바랍니다.

그래도 이분은 점잖게 엄마가 자식 욕할 때 답답했다고 하시네요. 저는 열이 확 오르는 편입니다. 제가 '깨움의 장'에 가서 제 무의식에 엄마와의 갈등이 현재의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급기야 그 불만이 터져서 엄마와 크게 한판 붙었습니다.  

둘째언니가 영국가고 없는 동안 저는 엄마의 모든 하소연을 들어주는 역할을 해야했는데 억지로 참고 2년간 듣다보니 터졌습니다. 엄마의 반복되는 하소연의 대부분은 여느 어머니와 같습니다.  

"고생고생해서 자식들 대학공부 시켰고, 먹고 싶은 거 한번 안 먹고, 입고 싶은 옷도 안 사입고 오로지 자식들 잘되라고 희생하면서 살았는데 자식들이 그걸 몰라주고 남편도 내 속을 몰라준다."

제가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는 엄마에게 듣다듣다 못해서 제 성질대로 했습니다. 

"엄마처럼 자식들한테 헌신 안 한 부모가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다 그 정도는 헌신하고 살아. 엄마만 그러고 산 거 아니야. 그 시대에 부모들 다 고생했어. 엄마만 고생한 거 아니잖아. 그 시대가 고생하는 시대였잖아. 왜 엄마는 만날 엄마만 힘들게 살았대? 왜 엄마는 했던 말 또하고 또하고. 지겹지도 않아?"

그날 엄마는 기절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6개월간 감옥생활을 해야했구요. 제 무의식에서 평상시 엄마한테 못하던 말을 술 한잔의 기운을 빌려 했다가 엄청난 과보를 받았습니다. 술이 왠수지요.

그 후에 엄마에게 용서를 받았지만 내면 깊숙이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사춘기 딸과 갈등을 겪으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 엄마도 내가 말 안 들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루하루 사는 게 힘겨웠을텐데 우리들 공부시킨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편은 남자랍시고 위세 떨고, 참 힘들었겠다. 그런 엄마 마음을 내가 몰라줬구나.' 

그렇게 엄마가 이해되고 나니 엄마의 반복되는 하소연을 들을 힘이 생겼습니다. 오늘도 엄마가 제 집에 오셔서 이것저것 반찬을 해주시면서 아버지와 최근 싸운 이야기를 하십니다. 예전같으면 "엄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싸워?"라고 했을텐데 "아버지는 왜 그렇게 철이 없어? 아니 막말로 아버지가 어디 가서 엄마같은 여자를 만날 거라고 큰소리야? 이번에 미국 가면 아예 일년 살다 와."  

미국에 있는 언니에게 놀러가서 딱 석달만 살다 오겠다는 엄마에게 제가 더 있다와야 아버지가 엄마 소중한 줄 안다고 야무지게 조언을 했더니 엄마 표정이 '자식 키워도 소용없네'라는 거시기한 표정입니다. 또 아버지한테는 "엄마 때문에 아버지 무지 힘들지? 무슨 마누라가 그렇게 만날 쫑알대냐? 아버지같은 남자가 어딨다고?" 하고 흉봤더니 아버지 하시는 말씀이 "니 어매가 사실 고생했지. 내 잘못했지" 하시는 거 있죠. 스님 말씀대로 남의 집 부부싸움에 거들은 제가 바보죠^^ 

제가 이렇게 엄마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은 법륜스님의 법문을 계속 듣기도 했고, 즉문즉설 책을 날마다 읽은 공덕도 있습니다. 요즘 제가 날마다 화장실에서 읽는 책이 바로 "날마다 웃는집"입니다. 

추석 선물로 가족 간에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날마다 웃는집' 선물하면 어떨까요? 원래는 제가 쓴 '엄마헌장' 선물하라고 말하려 했는데 '날마다 웃는집'을 읽고 나니 맘이 바뀌었어요.

날마다 웃으시라고 '날마다 웃는집' 선물하세요~ 

▲ 법륜스님의 날마다 웃는집 ⓒ 권영숙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