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형수님이 집안의 대물림처럼 전수(?)한 우리집안표 송편모양새 ⓒ 임윤수
우리집안 남자들은 참 뻣뻣합니다. 먼 곳에 사는 일가친척의 아들딸 중에서 누가 장가를 가거나 시집을 가는 행사가 있어 버스를 대절해 다녀오는 길이 있어도 서로가 민망할 만큼 밋밋하거나 뻣뻣합니다.
몇 년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하는 기회, 일가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니 체면이라는 것 잠시 내려놓고 그냥 신나게 놀 수도 있겠지만 제수씨 앞이라는 이유만으로 점잖게 앉아 있어야 하는 게 우리집안 형님들의 체통입니다.
뻣뻣하기만 한 우리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였던 작은형수님
나이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임씨 집안의 남자들이 그렇게 뻣뻣한 반면 며느리인 여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렵사리 모인 자리이니 만큼 가능하면 재미있게 보내려 왁자지껄합니다. 왁자지껄 하는 모습에서는 어느덧 신명이 느껴집니다.
▲ 뻣뻣하기만 한 우리집안에 분위기메이커였던 작은형수님 ⓒ 임윤수
집안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운전기사에게 음악을 틀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앉아 있는 여자들을 불러내 소위 관광버스춤을 추며 흥을 돋웠습니다.
뻣뻣하게 앉아 있는 남자들 때문에 분위기가 쉽사리 달아오르지는 않지만 작은형수님은 어떻게라도 분위기를 띄웁니다.
시아주버니들의 뻣뻣함을 극복할 만큼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막내시동생인 필자를 남자 대표(?)로 불러내 많은 여자(?)들 사이에서 어깨 들썩거리며 관광버스춤을 추게 하던 사람도 작은형수님이었습니다.
작은 형수님이 대물림한 송편모양새
집안 행사의 분위기 메이커라고 할 만큼 신명도 많았지만 송편과 만두 모양새를 집안 내력으로 대물림 할 만큼 자상하기도 합니다. 설에 빚는 만두나 추석에 빚는 송편도 지역과 집안에 따라 모양새가 다릅니다.
송편과 만두는 이렇게 생긴 것이라고 선입견을 가질 만큼 우리 집안 여자라면 어느 누가 만들어도 송편과 만두는 모양이 같았습니다. 시집 온 며느리가 집안의 가풍쯤으로 반드시 익혀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오물조물 손으로 빚어내는 송편이나 만두의 모양새였을 겁니다.
▲ 반죽은 요 만큼, 고물은 이 만큼하며 만들던 참깨 송편 ⓒ 임윤수
▲ 작은형수님께서는 손놀림은 이렇게 손가락은 저렇게 하며 송편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 임윤수
막내라서 그런지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여자들이 송편을 만들 때 가끔 끼어 앉아 봤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주물럭거리기만 하면 나올 것 같은 모양새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습니다.
멀뚱멀뚱 앉아있기가 심심해 가끔 끼어 앉아 보지만 고른 모양새를 가진 송편사이에서 못난 오리새끼처럼 툭 불거지는 모양새가 겸연쩍어 만들던 송편을 뭉개버리며 포기하기 일쑤였습니다.
송편 만드는 자리를 들락날락 거리는 막내 시동생이 기특해서인지 아니면 서툰 솜씨가 안타까워서인지 어느 해 추석에는 작은형수님께서 임씨집안의 작은 상징인 송편모양새를 직접 전수(?)해 주셨습니다.
▲ 휘영청 밝아오는 둥근달을 보면 환하게 웃던 작은형수님이 떠오릅니다. ⓒ 임윤수
막내시동생인 필자를 옆에 앉혀 놓고 손놀림은 이렇게 손가락은 저렇게 하며 송편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눈으로만 보고 할 때는 그렇게도 나오지 않던 모양새가 작은 형수님이 손을 잡아주며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하니 여느 송편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똑같은 모양새의 송편이 되었습니다.
작은형수님은 일 년 전 그렇게 돌아가셨지만 형수님의 제상에 올려 진 송편은 며느리들과 막내시동생의 손을 잡아가며 집안의 작은 내력으로 대물림해 준 송편모양새 그대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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