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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알밤 대신 줍는 가을 아침이슬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그이의 마음

등록|2009.10.05 11:45 수정|2009.10.05 12:07

▲ 가을아침에 찾아나서는 아침이슬 ⓒ 임윤수


나이를 먹으니 가을아침에 찾아나서는 것도 달라집니다. 어렸을 때의 가을 아침은 밤나무 아래에 떨어져 있을 알밤을 줍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는데 반백년의 나이를 살아가는 며칠 전에는 아침 이슬을 찾으려 일찍 일어나 풀숲을 헤쳤습니다.

밤을 주우러 갈 때는 바짓가랑이를 적시는 이슬이 그렇게 싫기만 하더니 며칠 전 이른 아침에 만났을 때는 이슬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밤을 주울 때는 옷소매까지 적셔 정말 성가시기만 하던 풀잎 위의 이슬이었지만 가을아침을 산책하는 중년에게는 바짓가랑이로 스미어 올라오는 상쾌함이며 회색빛 추억이었습니다.

알밤

ⓒ 임윤수


수풀 속에 숨어 있는 알밤을 찾느라 똘망똘망했던 두 눈, 눈동자 돌아가는 소리가 달그락 거리며 날 만큼 약삭 빠르게 움직이던 두 눈도 언제부턴가 돋보기를 쓰면 더 편해지더니 이제는 가을 이슬에 대한 단상도 달라졌습니다.

아침이슬을 듬뿍 머금고 있는 가을풀잎과 꽃, 아침벌레들을 보며 가을 아침을 걷다보니 잠에서 덜 깬 눈처럼 부스스하기만 했던 마음이 저절로 상쾌해집니다. 같은 가을이겠지만 어렸을 때는 다가오는 가을에서 알밤을 줍더니만, 반백년의 나이에서는 지나가는 가을에서 아침이슬을 줍고 있습니다.

가을아침

ⓒ 임윤수


아침햇살에 사그라지는 이슬을 보며 이슬처럼 사그라진 추억 속의 그날들을 회상하는 아침입니다. 가을아침에 회상하는 추억은 바짓가랑이로 스며들던 이슬처럼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그이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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