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부모 버려둔 오빠들이 유산은 공동상속하자고?
[가사송무 이야기] 기여분(寄與分)
▲ KBS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중 한 장면돌아가신 부모님을 10년간이나 병수발한 여동생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는 오빠들 때문에 화간 난 권기녀씨는 '기여분심판청구소송'을 제기한다. ⓒ KBS
간혹 형제간의 유산 다툼이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지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돈 때문에 벌어지는 형제간의 극한 대립을 보노라면 절로 혀가 끌끌 차지게 된다. 하지만, 법무사로서 수많은 유산분쟁들을 접하노라면, 그런 일들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몇 달 전 필자를 찾아온 권기녀씨(가명)의 사건도 그랬다.
권기녀씨는 3남 1녀의 막내로, 노부모와 고등학교 교사인 큰 오빠, 대학교수인 둘째 오빠, 그리고 공무원인 셋째 오빠가 있다. 오빠들은 물론 막내인 권씨 모두 결혼하여 잘 살고 있던 1999년의 가을 어느 날, 시골에 계신 부모님 두 분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오빠들과 권씨는 곧 시골로 내려가 부모님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정밀 검진을 받았는데, 아버지는 이미 당뇨와 치매가 심한 상태였고, 어머니도 심한 퇴행성관절염에 치매 증세가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요양비가 입금되지 않고 있으니 부모님을 퇴원시키라고 성화였고, 나몰라 하는 오빠들과 병원 사이에서 견디다 못한 권씨는 남편의 동의하에 부모님을 집으로 모셔와 병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의 고생은 이루 다 말로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정작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이 나라의 모범교사와 교수, 공무원이라는 오빠들이 그 10년간 병문안은 물론이고, 약값 한 푼 보태주지 않은 것이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의 일이었다. 지난 5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주일 차이로 모두 세상을 떠났고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장례가 끝나자 세 형제들은 부의금이 모두 자신들의 조객들이 낸 것이므로 나중에 다시 부조로 돌려줘야 한다면서, 장제비를 제외하고 모두 나누어 가졌다. 권씨는 오빠들의 이기적인 행동에 심한 분노를 느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오빠들은 노부모가 남긴 시가 약 20억 원 가량의 전답을 그간 막내인 권씨가 노부모를 모셔왔던 사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않은 채,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하자고 주장했다. 장례 부의금 문제도 꾹 참고 넘어갔던 권씨는 너무 화가 나서 오빠들에게 자신의 법정 상속분에 더하여 그간 부모님의 병수발을 들면서 지출한 약제비와 부양비 부분을 계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오빠들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권씨는 유산보다도 오빠들의 이기적인 행동을 결코 용서할 수가 없다며, 법적으로 대응할 길을 찾아달라고 했다. 오빠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그녀는 말하는 내내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권기녀씨의 기여분 심판 청구소송
듣기에도 불편한 오빠들의 이기심과 탐욕에 잠시 필자의 마음도 무거워졌다. 물론, 권기녀씨가 오빠들을 상대로 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세 오빠들을 상대로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청구와 기여분(寄與分)의 액수를 결정해 달라는 심판청구를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법적 절차를 밟기 전에 우선 '기여분'이라는 중요 개념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1) 기여분의 의의와 결정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를 했거나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자가 있는 경우, 상속분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고려하여 기여자에게 그 고유상속분에 부양비 등을 더하여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기여분제도가 입법화 된 취지는 상속재산의 증가에 기여하였거나 부양한 상속인에게 기여분을 더하여 상속하게 하는 것이 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여분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동상속인들의 협의에 의하여야 하고, 협의가 이루어 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기여분을 결정해 달라는 심판청구를 하여야 하며, 이 경우에 가정법원이 기여분을 결정하게 된다. 기여분을 정하는 심판은 상속재산 분할의 심판에 부수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심판이다.
그리고 이 심판은 조정전치주의가 적용된다. 이 심판이 독립된 심판이기는 하지만, 기여분의 청구는 상속재산 분할청구가 있는 경우, 또는 상속재산분할 후에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산속인이 된 자의 가액지급청구가 있는 경우에도 할 수 있다.
기여분의 결정은 상속재산분할의 전제가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상속재산분할청구의 계속(繫屬) 중에 기여분 결정의 심판청구를 동시에 할 수도 있지만, 상속재산분할의 심판청구와 기여분 결정의 심판청구를 동시에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여분 청구권자는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에서 상속재산 중 자신의 기여분을 공제할 것을 항변으로 주장하여 기여분 청구를 할 수는 없다.
또한, 상속재산분할 심판사건이 재항고심(대법원)에 계속 중인 때에 비로소 이루어진 기여분 결정청구의 적법 여부에 관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청구인은 그와 상대방들이 피상속인 소외인의 공동상속인으로서 상속재산을 공동상속 하였는데, 청구인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고 상속재산의 유지 및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위 부동산에 관한 상속재산분할 청구사건의 재항고심이 계속 중인 이 법원에 기여분을 결정하여 줄 것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법」 제1008조의2 제4항은 상속재산의 분할청구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 기여분의 결정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가사소송규칙」 제112조 제2항은 기여분 결정 청구사건을 동일한 상속재산에 관한 상속재산분할 청구사건에 병합하여 심리, 재판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관련 법령의 규정과 상속재산분할 심판사건과 합일처리 해야 하는 기여분 결정 심판사건의 성격 및 항고심 결정의 헌법, 법률, 명령, 규칙 위반 여부만을 심사하는 재항고심의 절차에 비추어 상속재산분할 심판사건이 재항고심에 계속 중인 때에 비로소 이루어진 기여분 결정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의 전제 문제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상속재산분할의 청구나 조정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기여분 결정청구를 할 수 있고, 다만 예외적으로 상속재산분할 후에라도 피인지자나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기여분의 결정청구를 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기여분 결정의 심판에 대해서는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은 즉시 항고를 할 수 있다. 기여분이 있는 경우 상속분을 계산하는 방법은 상속재산의 가액에서 공동상속인의 협의에 의하거나 또는 조정, 심판에 의해 정해진 기여분을 공제한 것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법정상속분 및 대습상속분의 규정에 의해 산정한 상속분에 기여분을 가산한 금액을 기여상속인의 상속분으로 정하게 된다.
▲ KBS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중 한 장면통상 기여분 중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재산 가액의 몇 %를 기여분으로 결정하게 된다. 권기녀씨는 지난 10여 년 동안 부모의 병수발을 하면서 지급한 약제비 등과 부양비를 모두 합하여 기여분의 액수를 정한 다음 이를 인정해 달라고 하였다. ⓒ KBS
2) 기여분의 산정방법
기여분의 산정에 있어서는 기여의 시기와 방법, 정도와 상속재산의 액, 기타의 사정을 참작하여야 한다. 「민법」이 친족 사이의 부양에 관하여 그 당사자의 신분관계에 따라 달리 규정하고,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자를 기여분 청구권자에 포함시키는 제1008조의2 규정을 신설한 점 등으로 볼 때 성년(成年)인 자(子)가 부양의무의 존부나 그 순위에 구애됨이 없이 스스로 장기간 그 부모와 동거하면서 생계유지의 수준을 넘는 부양자 자신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한 경우에는 부양의 시기, 방법 및 정도의 면에서 각기 특별한 부양이 된다고 보아 각 공동상속인간의 공평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그 부모의 상속재산에 대해 기여분을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것이 있다.
기여분은 대여금채권과 같이 미리 얼마라고 확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공동상속인과의 협의에 의해 상대적인 관계로 정해지는 것이며, 산술적인 계산으로 단순하게 가액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타협의 산물이 것이다. 기여라는 것은 피상속인의 직업, 가족구성의 건강상태, 연령, 학력, 자산상태 등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요소들을 감한하여 기여분을 산정하게 된다.
기여분은 상속이 개시된 때의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유증의 가액을 공제한 액을 넘지 못한다. 이 제한은 기여분보다는 유증을 우선시 하기 때문이다. 또, 기여상속인과 특별수익자가 병존하는 경우의 상속분은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우선 상속재산을 확정시켜야 하므로 먼저 기여분 산정을 하여 그것을 공제한 것을 상속재산으로 정한 다음, 이것을 기초로 하여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을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
3) 기여분과 유류분의 관계
기여분과 유류분은 서로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기여분의 가액이 상속재산 가액의 70~80%가 되더라도 다른 공동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여분제도는 전술한 바와 같이 공동상속인간의 실질적 공평을 실현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제도인 점에 비추어 기여분의 가액이 70~80%의 고액이 되더라도 그렇게 인정하는 것이 공동상속인간의 실질적 공평을 실현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유류분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도이며, 법규상으로 기여분은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 양 제도는 전혀 그 취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여분의 가액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협의에 의하는 경우이든 심판청구에 의하든 다른 공동상속인의 유류분을 참작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4) 기여분의 승계와 포기
기여분은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결정된 후에는 이를 양도하는 것이 가능하며, 상속도 된다. 문제는 기여분이 결정되기 전에, 즉 협의 또는 심판 중에 기여분의 양도 상속이 인정되는가이다.
이 문제는 기여분의 법률적 성질에 관한 문제인데 기여분은 협의나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결정되는 내용불확정한 성질의 권리이므로 결정전에 기여분의 권리를 타인에게 양도하여 그 타인이 공동상속인의 기여분을 주장하거나 권리행사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수 없다. 따라서 협의나 결정 전에는 기여분의 양도는 인정되지 않는다 할 것이나 상속에 대해서는 기여분의 결정 전에 이를 인정해도 무방하다.
기여분의 포기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나 상속개시 후에 상속포기가 가능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기여분의 포기도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여분의 포기에는 요식도 기간도 제한이 없으므로 공동상속 후라면 상속재산 분할이 종료될 때까지 언제든지 공동상속인 전원에 대한 의사표시로 포기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5) 기여분과 유언과의 관계
기여분에 관한 사항을 유언으로 정할 수 있느냐가 문제된다. 기여분을 일체 주지 않겠다는 유언이라든가, 반대로 기여분을 주기 위해 특정의 재산을 유증한다는 유언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언자의 의사는 될 수 있는 한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기여분을 정하는 방법으로는 공동상속인간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있을 뿐이며, 또 기여분이 유언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유언에 의한 기여분의 지정은 법률상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법원, 노부모 부양비‧약값 등 권씨 기여분 결정해야
권씨는 오빠들과의 협의에 의해 재산분할과 기여분을 결정할 수 없으므로, 현재 재산분할청구 심판과 기여분 청구 심판을 가정법원에 청구한 상태이다. 법원은 부모의 유산인 전답에 대하여 각 필지별로 시가가 다를 것이므로 이를 확정하고, 4남매가 상속받아야 할 필지를 정하거나 이를 정하기 어려운 경우, 즉 현물로 분할할 수 없거나 분할로 인해 현저히 그 가액이 감손될 염려가 있는 때에는 물건의 경매를 명해 현금으로 분할할 수 있다.
권씨는 지난 10여 년 동안 부모의 병수발을 하면서 지급한 약제비 등과 부양비를 모두 합하여 기여분의 액수를 정한 다음 이를 인정해 달라고 하였다. 통상 기여분 중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는 경우에 상속재산 가액의 몇 %를 기여분으로 결정하게 되므로, 권씨는 10여 년 동안 병든 부모의 병수발을 타인에게 의뢰했던 부분, 즉, 요양병원비로 병원에 지급한 통상의 비용과 약제비 등, 그리고 성인 1인당 월 지출할 부양비를 합하여 기여분을 정해 달라고 청구한 것이다.
법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권씨는 그래도 한 핏줄인 오빠들이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이기심을 반성하고 기여분 협의를 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눈치지만, 오빠들에게서는 어떤 소식도 없다. 법무현장에서 자주 보는 인간 탐욕의 현실이지만, 오늘따라 못내 씁쓸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위 글은 법무사인 필자가 직접 현장에서 수임했던 실제 사건을 각색,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쓴 글로서, <법무사저널> 2009년 9, 10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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