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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다급하게 기자실을 찾아온 이유는 이날 오전 김성순 의원(서울 송파병, 민주)이 공개한 수공의 '내부문건' 때문이었다.
'부적절' 의견낸 지 한달 만에 '사업참여' 결정
▲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6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토해양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김성순 의원은 이날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수공의 자체사업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요지의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수공이 정부법무공단과 법무법인 3곳, 자문변호사에게 법률검토를 의뢰한 결과 예외없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수공의 사업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적절' 의견이 나왔다는 것. 이는 '위법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수공은 이러한 법률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시행할 수 없다"는 의견을 지난 8월 28일 국토부에 공식 전달했다. 법률검토와 관계없이 수공 내부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고 한다. 수익은 물론이고 투자비조차 회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 재무부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는 것.
하지만 국토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에 불리한 의견서를 묵살하고 수공에 8조 원의 사업비를 부담시켰다. 수공도 정부가 ▲ 하천주변지역 개발권 부여 ▲ 금융비용 전액 지원 등의 '당근'을 내놓자 사업참여 쪽으로 급히 방향을 바꾸었다. 권력의지가 담겨 있는 국책사업 앞에서 공기업이 굴복한 셈이다.
수공의 내부문건 사실이 알려지자 수공은 이길재 부사장을 국토해양부 기자실에 급히 내려보냈다. 기자실을 직접 방문한 이 부사장은 기자들에게 이런 해명을 내놓았다.
"수공 안에서도 '자체사업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수익성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재정문제 등 장애요인이 제거됐기 때문에 '사업참여 가능' 쪽으로 결론내렸다."
특히 수공의 공식 의견서를 국토부가 묵살했다는 것과 관련, 수공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수공이 자기부담으로 하천공사를 시행하는 것을 특별히 배제하는 규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국토부로부터 구두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공신력이 있는 '문서형태의 답변서'를 받지 못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공기업은 청와대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수공의 해명은 논리가 허약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시행할 수 없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한 지 한달 만에 내부 법률검토 의견과 완전히 배치되는 '사업시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법률검토 과정에서 수공의 자문변호사는 "민법의 해석상 원칙적으로 법률 및 정관으로 정한 목적범위 외의 사업을 하는 경우 이에 대한 법률적 효력은 무효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수공이 4대강 사업을 자체시행한다면 최악의 경우 이러한 법률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특히 정부송무를 맡고 있는 정부법무공단조차 "4대강 사업은 수공의 독자적인 사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공사법상 수공의 사업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것만으로 하천공사가 당연히 수공의 독자적인 사업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적절 의견'을 피력했다.
수공이 법률검토를 의뢰한 5곳 모두가 '부적절' 의견을 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수공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가 무리였음을 잘 보여준다. 보수논객인 이상돈 교수(중앙대 법학, 환경법 전문)조차 4대강 사업이 중요 법률을 어겨가며 추진되고 있다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업"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수공이 사업참여로 급하게 돌아설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권력의지'가 작동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를 포기한다고 선언하면서 최후의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당연히 권력의 향배가 깊은 영향을 미치는 공기업이 청와대를 이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김성순 의원은 "수공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4대강 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시행하기로 한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재무부실을 초래할 중대사안에 무책임하고 불성실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대위 회원들이 지난 3월 25일 경인운하 건설 강행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인천 계양역 인근 한국수자원공사 경인운하건설단 간판에 경인운하 반대 손피켓을 붙였다. ⓒ 이경태
국토부 출입기자들도 설득 못한 수공의 허약한 해명
특히 수공의 해명은 국토부 출입기자들조차도 설득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날 이길재 부사장이 일부 기자들에게 반박을 당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한 출입기자는 "네 군데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수공) 이사회가 어떻게 그걸 뒤집고 '사업참여'를 결정할 수 있냐?"고 따졌다.
또다른 출입기자는 "8조 원의 비용을 회수하려면 80조 원 정도의 개발사업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그런 개발사업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하면서 이 부사장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기자실이 거짓말하는 곳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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