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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도 뇌가 있다(?)"

나무 의사 우종영이 들려주는 나무의 세계

등록|2009.10.07 17:56 수정|2009.10.07 17:56

강의 중숲속이 강의장, 새들과 사람이 청중. 강의자는 '게으른 산행'의 저자. 지금은 나무에 대해서 서로 나누고 있다. ⓒ 송숙


<게으른 산행>(우종영 저, 한겨레신문사)의 저자와 함께 '게으른 산행'을 떠난 사람들이 있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의 생태안내자 학교 사람들은 지난 6일, 우종영 박사(푸른공간 나무병원 원장)와 함께 한가위 음식을 싸들고 안성 서운산을 올랐다. 그들은 숲속에서 산행도 하고, 강의를 통해 나무로부터 삶의 철학과 지혜를 얻는 일석이조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가을 숲속에서 우박사가 들려준 나무와 숲의 세계를 만나보자.

파이프 하나 꽂고 자연을 사는 나무

통상 지구상 동물 중 가장 진화한 종으로 인간을 꼽는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떨까. 바로 나무다. 그렇게 이야기 되는 근거가 뭘까. 바로 파이프(관) 때문이다.

나무는 땅과 하늘 사이에 존재하면서, 땅에다가 파이프를 박고 있다. 사실 인간세계에서도 파이프가 있어서 모든 고층 건축물이 가능하다. 나무는 이 파이프를 통해서 하늘의 태양을 받기도 하고, 땅의 양분을 받기도 한다. 나무는 파이프를 통해서 굴절 없이 하늘과 땅을 소통시킨다. 그래서 나무는 파이프를 통해 모든 일을 해낸다. 필요할 때마다 외부로부터 뭔가를 먹어야만 일을 하는 동물과는 다르다. 자신의 것이 아닌 자연이 준 그대로의 것을 단지 파이프를 통해 흐르게 할 뿐이다.

우종영'게으른 산행'의 저다 우종영 박사는 푸른공간 나무병원 원장으로서 '나무의사'로 불리운다. ⓒ 송숙


나무는 지혜가 많다. 자신 속의 있는 에너지를 모두 다 소진하는 법이 없다. 늘 여유를 유지한다. 왜냐하면 그 여유분으로 열매도 맺고 씨도 맺고 꽃도 맺기 때문이다. 나무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넉넉하게 사는지를 알려준다.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나이테의 모양이 모든 나무에 적용되지도 않는다. 사계절이 없는 열대지방의 나무들은 나이테가 없다. 우리나라 지방의 자작나무 등도 나이테가 거의 없는 듯 뚜렷하지 않다. 나무엔 반드시 뚜렷한 나이테가 있다는 편견을 나무는 거절한다. 

숲을 보면 인간세상이 보인다.

숲에도 옷이 있다. 숲의 옷을 한자로 '임의(林衣)'라고 한다. 대체로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음수나무는 숲 안쪽에 포진하고, 그늘에서는 자라기 힘든 양수나무가 숲 바깥쪽으로 점차 밀려나서 숲의 테두리를 형성한다. 말하자면 이 숲의 테두리를 '임의'라는 것. 이 임의는 동물과 비바람으로부터 숲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임의가 두텁고 튼튼한 숲은 좀처럼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지만, 임의를 많이 잘라내었거나 쓰러지게 해서 약한 곳은 자연스레 산사태가 빈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으른 산행오늘의 강사인 우종영 박사가 지은 '게으른 산행' 표지다. 이 책에 가면 좀 더 자세한 숲과 나무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 한겨레신문사


나무가 촘촘하게 자란 숲엔 '생존경쟁'이 치열해 식생이 다양하지 못하다. 밀도가 좁은 숲속엔 햇빛과 수분이 부족해 낙엽조차 잘 썩지 않는다. 메마른 낙엽이 수북이 쌓이면 어린 새싹이 그것을 제대로 뚫고 나오지 못한다. 비좁은 숲에는 이미 자란 나무들의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반면 나무들이 넉넉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자라는 숲엔 식생이 다양하다. 어린 나무들도 잘 자라난다. 

숲은 10년 주기를 '1령'으로 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숲은 주로 4~5령 정도, 즉 40~50년. 그 이유는 일제강점기, 6.25한국전쟁 등으로 숲이 황폐화 되었고, 연료방식의 변화 이전(나무로 집짓고 방을 데우고 밥을 하던 시절)에 나무를 많이 잘라내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구가 생긴 이래 숲은 하루도 쉬지 않고 변하고 있다. 날마다 자란다. 숲의 형태나 식생을 보면 자연스레 숲의 나이가 나온다.

양수와 음수를 알면 나무와 친해진다.

나무의 양수와 음수를 아느냐에 따라 화분이나 나무를 잘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양수란 햇빛을 좋아하지만 그늘에선 약한 나무다. 음수란 반대로 그늘에서도 잘 견뎌내는 나무다. 양수에 속하는 나무로는 자작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밤나무, 수수꽃다리, 무궁화, 배롱나무, 밤나무, 튤립나무, 쥐똥나무, 플라타너스, 층층나무, 낙엽송, 버드나무 등이 있다. 음수에 속하는 나무로는 사철나무, 호랑가시나무, 회양목, 너도밤나무, 가문비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등이다.

강의숲속에서 나무를 바라보며 강의를 듣고 있는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의 생태안내자들. 이날 햇볕도 바람도 적당해 산행하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중요한 것은 이 음양이 언제나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것. 예를 들자면 양수로 분류되는 은행나무와 버드나무가 한 군데서 자란다면 은행나무가 음수, 버드나무가 양수의 역할을 하게 된다. 때론 동백나무처럼 어렸을 적에는 음수처럼 살다가 다 자란 나무가 되면 양수처럼 살기도 한다.

나무의 음양을 안다면 나무를 심을 때도 햇볕이 잘 드는 마당 앞쪽엔 양수를, 햇볕이 비교적 잘 들지 않는 마당 뒤쪽엔 음수를 심을 것이다. 양수와 음수를 둘이 한곳에 붙여서 키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햇빛이 약하면 비실비실 하는 양수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많이 차지하기 위해 음수보다 훨씬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화분 배치도 양수는 베란다 바깥쪽으로, 음수는 베란다 안쪽으로 들여놓게 될 것이다.

나무에도 뇌가 있다고 하는 이유

식물(나무)엔 식물의 생장, 분화 및 생리적 현상에 영향을 끼치는 물질인 식물호르몬이 있다. 이 호르몬은 외부의 자극을 감지하고 이 자극을 내적으로 각 부위에 연락하여 공통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전령의 기능을 한다. 그 종류에는 옥신, 지베리린, 사이토키닌, 에브시스산, 에틸렌 등이 있다.

옥신은 성장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저 농도에서는 생육을 촉진하지만(발근촉진제), 고농도에서는 나무를 죽게 하는 제초제가 되기도 한다. 나무를 이용해 나무를 죽이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을 사람이 하고 있다. 제베리린은 줄기의 신장을 촉진하고 열매를 맺게 하고 꽃을 피우게 한다. 사이토키닌 나무의 노쇠를 지연시킨다. 에브시스산은 나무의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모체내의 종자발아를 억제한다. 에틸렌은 과일을 숙성시키는 역할을 하고, 나무가 물에 잠기면 물 바깥으로 나온 상편만 생장을 하게 한다.

도시락안성 서운산 중턱에서 강의를 듣고 내놓은 도시락이다. 추석 뒷날이라 추석 음식도 있어 더욱 풍성하다. 강의도 듣고 음식도 먹고, 가을 소풍이 따로 없었다. ⓒ 송숙


그렇다면 나무에 뇌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나무가 인간의 뇌의 기능처럼 환경과 몸의 상태에 따라 촉진, 제어, 조절 등을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말하자면 속도를 빠르게 하는 엑셀레이더와 속도를 제어하는 브레이크의 기능이 한 나무에 모두 있다.

나무와 과실을 자라게 하는 옥신, 지베리린과 사이토카이닌은 자동차의 엑셀레이더지만, 에브시스산과 에틸렌은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이때도 자동차처럼 성장(가속)은 천천히 하는 반면 제어(정지)는 급하게 한다. 성장이 과속되었다 싶으면 억제하는 호르몬이 급하게 작용하여 나무 스스로가 자신의 생장을 억제시킨다. 이때 생장은 억제되는 반면 내적인 성숙이 촉진되며 결국 휴면에 돌입하게 된다. 나무는 식물호르몬으로 뇌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강의는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에서 실행하는 생태안내자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된 것이며, 강사는 푸른공간 나무병원(02-507-0609) 우종영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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