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사천의 초전공원. 기대했던 가시연은 끝내 꽃을 피우지 않았지만 다소 철 지난 느낌의 수련 한 송이가 홀로 피었습니다. 가시연과 수련 사이의 마른 연잎 대가 예쁜 표정을 짓고 있네요. ⓒ 강무성
잎이 쭈글쭈글 거친 데다 표면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돋은, 마치 갑옷 보는 느낌을 갖게 하는 이 독특한 식물을 우리는 '가시연'이라 부릅니다.
성질이 아주 까다롭고 예민해서 환경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환경부는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지요.
▲ 가시연잎 옆에 있는 꽃대가 어쩌면 꽃을 피울 것 같기도 합니다만... ⓒ 하병주
하지만 첫해라 아직 힘이 달리는 걸까요? 아니면 지난여름이 덜 더웠던 탓일까요? 초전공원을 여러 번 찾았지만 기대했던 가시연꽃은 볼 수 없었습니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꽃대 여러 개가 물에 잠겨 있어 '뒤늦게라도 꽃을 피우려나?' 하고 내심 기대했는데, 오늘(7일) 아침 그 기대를 접었습니다. 그나마 보이던 꽃대들도 날씨가 차가워지고 수온이 내려간 탓인지 힘을 잃고 흐느적거렸습니다.
▲ 가시 돋힌 연잎 위에 몸 색깔을 바꾸고 있는 개구리 한 마리. ⓒ 강무성
고즈넉한 아침, 가시연잎엔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말해주듯 보호색을 바꿔 입는 개구리 한 마리가 다소곳이 앉았습니다. 앞으로 공기가 차질수록 저 개구리의 몸 색깔은 더욱 흙빛으로 바뀌겠지요. 이것 또한 자연의 순리인 것 같습니다.
▲ 뜨거운 여름에 꽃을 피웠던 각종 연(蓮)은 힘을 잃었고,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한 가시연만 아쉬운 듯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강무성
그런데 가시연꽃을 보지 못한 아쉬운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했을까요? 멀리 수련 한 송이가 곱게 피어 있습니다.
'다른 수련들은 벌써 꽃을 피우고 졌는데, 홀로 왜 늦었을까?' 잠시 이런 생각에 잠겼는데, 꽃 옆에 시든 꽃대 하나가 물과 함께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묘하게 수련과 가시연을 이어주는 듯 보입니다. 아니, 어쩌면 인간을 향한...?
▲ 9월중순만 해도 초전공원엔 생명력이 넘쳤지요. ⓒ 강무성
그러고 보면 가시연도 수련의 한 종류라지요.
둘이서 사이좋게 지내다가, 내년에는 더 크고 넓은 잎을 자랑하는 가시연과 아름다운 수련 꽃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물론 초전공원에 있는 다른 여러 연꽃들도 함께 말입니다.
▲ 초전공원 옆 논에는 벼가 잘 익었습니다. ⓒ 강무성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