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의 '진짜' 분양원가 밝혀질 것 MB도 '원가공개=친서민정책' 알아야"
[인터뷰] 도급·하도급 내역서 공개 이끌어낸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 선대식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은 시장경제 논리로만 할 수 없다. 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주거 목적이라는 게 우리 주택 정책의 최종적인 목표다."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식에 참석해 발표한 내용이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서민 주택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서민 주택 정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바로 소극적인 분양원가 공개 의지 때문이다. 참여정부 당시 옛 한국주택공사의 분양원가 공개 여부는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이었다. 주택공사는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기로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분양원가 공개 약속은 흐지부지됐다. 주택공사는 대법원 판결에 일부 아파트 단지에 대한 분양원가를 공개했지만, 세부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서울 장지지구 등 22곳의 상세한 아파트 분양원가를 확인할 수 있는 도급·하도급 내역서와 그 비교표를 공개하기로 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언론의 무관심 속에서 2년간의 법정다툼을 통해 이끌어낸 것이다. 지난달 18일 2심 재판에서 패소한 SH공사는 최근 상고 포기 의사를 밝혔다.
정보공개 소송을 진두지휘한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8일 오전 서울 동숭동 경실련 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도급·하도급 내역서 공개를 통해 서울시에서 밝힌 분양원가가 정말 순수한 건설 원가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분양원가 공개한 오세훈 시장의 진정성 검증할 기회"
지금까지 서울 은평뉴타운 등에서 공개된 분양원가는 대형건설업체의 이익이 포함된 도급가격으로, 실제 건설원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었다. 하지만 도급·하도급 내역서가 공개되면 대형건설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실제 공사한 금액이 공개된다. 도급가와 하도급가의 차액만큼 대형건설업체가 이익을 취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윤순철 국장은 "예를 들어 대형건설업체가 SH공사로부터 100억 원에 공사를 따낸 후 하도급업체에는 60억 원에 공사를 맡겼다면, 40억 원은 부풀려진 가격"이라며 "결국 대형건설업체가 삽질 한 번 안 하고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윤 국장은 "이번 도급·하도급 명세서 공개는 분양원가 공개 등 전향적인 주택정책을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분양원가 공개 등 전향적 주택정책으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SH공사는 도급·하도급 명세서를 공개하라는 경실련의 요구를 거부하고 2년에 걸친 법정다툼 속에서 세금을 내는 시민이 아닌, 줄곧 건설사 입장을 대변했다.
분양원가는 공개했으면서 무엇 때문에 그 상세내역은 공개하지 않는 것인가? 또한 이번 대법원 상고 포기도 도급·하도급 명세서 등 상세한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례가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오세훈 시장이 공개한 분양원가에는 건설사의 폭리가 반영된 것은 아닌지 따지겠다."
이어 윤 국장은 "이번 SH공사의 도급·하도급 명세서 발표가 토지주택공사의 원가공개로 이어져야 한다"며 "옛 주택공사는 통합 전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한다고 해놓고서 하지 않았다, 국민을 위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분양원가 공개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윤 국장의 날카로운 비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향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을 생각하고 있다면, 토지주택공사의 원가공개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며 "또한 대기업 폭리 구조를 없애 보금자리주택 원가를 더 낮추고, 투기를 부르는 분양주택 대신 전세·임대주택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윤순철 국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줄곧 건설사 대변한 SH공사... 상고 포기 저의 의심돼"
▲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 선대식
- SH공사가 상고를 포기하고 2심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SH공사는 왜 이런 선택을 했다고 보나?
"무엇보다 시민의 세금으로 건설업체 앞잡이 노릇을 한다는 비판 때문이 아니겠나? 또한 승소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했겠지만, 무엇보다 SH공사와 건설사들이 대법원 판례가 나오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판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상고를 포기한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
대법원에서 승소한 후 판례가 나왔다면 앞으로는 우리처럼 몇 년에 걸친 법정다툼을 하지 않고도 자세한 분양원가 공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SH공사가 건설사를 위해 상고를 포기했다고 의심할 여지가 있다."
- SH공사는 2년에 걸린 법정다툼 동안 줄곧 건설사 입장을 대변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
"사실 이번 건으로 법정까지 갈지 몰랐다. 이미 서울시에서 원가공개를 한 마당에 시공사의 도급·하도급 내역서를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봤다. 또한 SH공사는 이미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SH공사는 이 자료가 건설사들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대한 영업기밀이라며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원하는데도,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SH공사는 건설업체 편에서 비공개를 외쳤다. SH공사는 당연히 이 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SH공사는 도급·하도급 내역서가 공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분양원가 정확성 논란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던 것 같다."
- SH공사가 자세한 자료를 공개하리라고 보나?
"이 부분이 문제다. 옛 한국주택공사(현 한국주택토지공사)는 대법원에서 여러 차례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원가를 파악할 수 있는 상세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많이 해먹었으니 밝힐 수 없을 것이다. SH공사는 그렇게 하지 않길 바란다."
- 도급·하도급 내역서가 공개되면 정확히 무엇을 알 수가 있나?
"서울시가 은평뉴타운 등 여러 곳의 분양원가를 공개해서 박수를 받지 않았나. 서울시가 밝힌 원가가 정확한 원가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도급·하도급 내역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형건설업체가 SH공사로부터 100억 원에 도급을 받았는데 이 건설업체가 하도급업체에 공사를 60억 원에 맡겼다면, 40억 원은 부풀려진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대형건설업체가 삽질 한 번 안하고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대형건설업체에는 삽 한 자루, 트럭 한 대 없지 않나? 또한 대형건설업체의 '하도급 후려치기'의 실상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비단 아파트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대형건설사의 폭리 구조를 밝혀내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서민주택 정책' 이명박 정부는 토지주택공사 분양원가 공개해야"
▲ 사진은 은평뉴타운 내에 있는 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 SH공사의 도급 및 하도급 내역서 공개 추진으로 SH공사가 건축한 아파트의 실제 원가가 밝혀질 전망이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 아직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형건설업체가 어느 정도 폭리를 취했을 것으로 보나.
"판교신도시 고분양가 논란 때 옛 한국토지공사나 대형건설업체가 엄청난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나. 당시 농지였던 판교의 토지가격은 적게는 3.3㎡당 7~8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판교신도시 아파트 중에는 3.3㎡당 분양가가 2000만 원인 아파트도 있었다.
건설비 등을 감안해도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례를 감안했을 때, 대형건설업체가 도급가(공사 낙찰가)의 60~70% 수준에서 공사를 하도급업체에 맡겼다고 추정된다. 다시 말해, 도급가의 30~40% 정도는 대형건설업체가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 이번 자료 공개로 서울시의 주택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서울시에서 공개한 원가에 건설사의 폭리구조가 담겼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SH공사가 오세훈 시장을 속인 것일 수도 있고, 오세훈 시장이 이런 구조를 알면서도 분양원가로 포장해 공개했을 가능성도 있다.
건설사의 폭리구조가 드러나면, 줄 소송이 이어질 것이다. SH공사가 지은 아파트에 입주한 많은 사람들이 도급·하도급 내역서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분양가를 더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이번 판결이 원가공개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나?
"토지주택공사는 하루빨리 원가공개를 해야 한다. 옛 주공은 과거 5년 치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려고 준비했지만, 정권이 바뀌고 토지공사와 통합하는 와중에 흐지부지되고 말했다. 토지주택공사가 집장사를 하는 곳이 아닌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원가공개가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토지주택공사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나? 서민 주택 정책을 밝힌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하루빨리 원가공개를 해야 한다."
- 이명박 정부는 최근 주변시세의 '반값'이라는 보금자리주택을 내놓았다. 이 가격 역시 건설사의 폭리구조가 반영됐다고 보나?
"그렇다. 서울 강남지역 우면·세곡지구의 분양가는 3.3㎡당 약 1150만원(전용면적 60~85㎡ 기준)이다. 건축비의 경우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기본형 건축비(2009년 3월 기준으로 3.3㎡당 490만 원)에 물가상승률과 추가시설 가산비를 감안해서 정하겠다고 했지만, 더 낮출 수 있다.
인천 청라지구에서 하도급업체의 건설비가 3.3㎡당 280만원이라는 자료를 참고한다면, 서울 우면·세곡지구에서는 비슷한 수준에서 공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투기를 부르는 분양주택 대신 전세·임대주택으로 방향을 바꾸면 더욱 서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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