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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1위가 아니라 산업기반과 노동자 처우

대통령의 '자동차 세계 1위' 발언을 보고

등록|2009.10.09 14:08 수정|2009.10.09 14:08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세계 제1위를 달성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확신한다"며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 의지와 기대를 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전기차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던 중에 나온 말이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여느 산업도 다 힘들었지만 자동차 산업은 지각변동에 가까운 어려움을 겪었다. 대통령으로서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만도 한 상황인 것도 사실이라는 거다. 문제는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짜 자동차 세계 1위를 위한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에게 현실적인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되느냐다.

잇단 해외매각, 쌍용사태에선 부품업체도 외면

외환위기 당시야 집에 있는 돌반지까지 팔아치울 정도였으니 국내 주요 자동차 업체가 해외에 팔려나가는게 어느정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도, 올해 쌍용차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완성차사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산업적 접근과 발전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해외 자본에 대한 무책임한 매각과 투자회피 끝에 온 쌍용차 사태에서 정부는 해외 '먹튀' 자본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도 못한채 자동차 산업의 기반인 부품업체들이 줄도산 하는  것을 방치했고, 자동차 산업의 역군들인 노동자를 마치 기업부실의 책임자인냥 몰아 붙여 마녀사냥하기에 급급했다.

아직 상하이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지는 안았지만, 현재 쌍용은 산업은행이 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말해 국가가 임시로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1위 자동차 국가를 만들겠다는 정부는 그 이상을 실현할 주체 중 하나인 쌍용에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고 있으며, 쌍용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동차 산업의 기반시설들을 매각하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미국의 GM, 유럽의 르노, 아시아의 타타와 상하이 등 세계적 자동차 자본이 들어와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국내 자본은 현대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 하나뿐인 자본은 거의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중심으로 완성차와 부품업계를 주무르며 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도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자동차 산업의 중요한 한부분인 쌍용을 다시 어디든 매각하기에만 급급한 정부가 주창하는 "자동차 세계 1위"는 오히려 업계 종사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지 않겠나.

재벌이 장악한 부품산업의 경쟁력 약화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전기차 및 자동차 신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상하이의 쌍용 하이브리드카 기술 유출은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해놓고 결과도 못 내놓고 있다. 정부의 국책자금까지 투입된 신기술이 버젓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원천기술이 쌓이고 "세계 1위"가 가능하단 말인가?

또한 재벌사 현대가 핵심부품을 현대모비스를 통해서 독점하고 주요 부품업체들은 자본인수를 통해서 장악해버리는 통에 국내 부품업체들의 기술개발능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이다. 세계 자동차부품업계가 독자 기술개발과 판로 개척에 열을 올리며 발전해 가는 동안, 국내 부품사들은 '현대하청회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기술의 핵심은 전지와 모터기술로 전기차 시장의 가능성은 또한 국내 부품산업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현대에 의해 왜곡된 부품시장 상황에서는 경쟁에 의한 기술발전을 기대할 수도, 기술발전이 이루어져도 글로벌한 부품업체의 탄생이 아니라 기술의 현대독점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가 전기차 기술 개발에 지원한다는 몇천억도 재벌과 외국자본에 직접투여되는 것일뿐 전기차 부품 생산능력을 이미 상실한 부품업체들에 투여되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선순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시는 자동차 세계 1위는 현대가 더 큰 기업이 되게 정부돈을 쏟아 주겠다는 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그래서 자동차 산업이 성장해 지금 외국인 노동자까지 써서 유지되는 열악한 자동차 산업 전반과 수백만 노동자가 세계1위 자동차 국가의 혜택을 볼 가능성은 적다. 아니 세계 1위 자동차 국가를 만든다고 더 많은 노동유연성을 강요해주시면 지금보다 더 열악한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수치상의 세계 1위보다 중요한 건 자동차 산업과 노동자들의 삶

수치상의 세계1위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창대로 언젠가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호언장담으로야 세계1위가 아니라 우주1위라고 못한다 할까? 노동자들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중국보다 싼 임금을 제공할 수 있다면 해외자동차 자본의 생산시설도 들어설 수 있고, 국가자금 수천억을 특정 기업에 몰아준다면 이 기업의 기술력도 단기간에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인 현재의 한국 자동차 산업과 그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세계 5위에 한참 못 미치는데, 단지 한 두 개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혹은 해외자본의 유입으로 만들어질 세계 1위가 무슨 가능성이 있고, 된다 한들 국민들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세계 1위는 아직 이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할 일은 한국 자동차 산업과 그 노동자들이 세계 5위에는 걸맞은 역할과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아니 현대 재벌 하나가 이루어낸 이 위태로운 세계 5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지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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