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적절' 자문변호사, '경영안정성' 단서 달아
8월 제출한 의견서... "경영안정성 해치지 않는 한에서 사업 가능"
▲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대위 회원들이 3월 25일 경인운하 건설 강행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인천 계양역 인근 한국수자원공사 경인운하건설단 간판에 경인운하 반대 손피켓을 붙였다(자료 사진). ⓒ 이경태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국토해양부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4대강 사업 참여 가능'이라는 의견을 낸 수공 소속 자문변호사도 4대강 사업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재무건전성을 꼽은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 전제조건 "경영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해하지 않는 한"
수공 소속 자문변호사인 도이현 변호사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당 공사가 전체사업 중 일부를 대행사업이 아닌 자체사업으로 시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수공측의 의뢰를 받고 지난 8월 26일 위와 같은 내용의 의견서(4쪽)를 제출했다.
의견서 4쪽 중 2쪽에는 공사법 제1조와 제9조, 하천법 제1조와 제2조 내용이 그대로 서술돼 있고, 나머지 2쪽에는 자신의 법률적 검토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도 변호사는 수공측이 법률검토를 의뢰한 정부법무공단과 법무법인 3곳, 또 다른 자문변호사 1명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4대강 사업에 포함되는 하천공사의 경우 공사법 제9조 제1항 '라'목의 '수자원 개발시설의 건설 및 운영·관리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아 수공의 사업범위에 포괄된다"고 '적절 의견'을 낸 것.
수공으로부터 법률검토를 의뢰받은 다른 변호사들은 공사법 제9조 제1항 라목을 엄격하게 해석해 "'그밖의 수자원개발시설'에 치수목적 시설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도 변호사는 "판례는 법인의 설립목적을 폭넓게 해석함으로써 거래의 안정성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 변호사는 '사업참여 가능'의 전제조건으로 "공법인의 존립목적에 명백히 반하거나 공기업으로서의 경영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해하지 않는 한"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즉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수공의 사업범위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수공의 재무건전성을 심각하게 해칠 경우 이것을 사업범위에서 제외해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도 변호사의 법률검토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수공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가 수공의 경영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여당 의원조차도 "4대강 사업비 8조 원을 차입할 경우 재무전망 건전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수공이 직접 작성한 '8조 원 차입시 수공 재무전망'에 따르면, 수공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할 경우 2010년 76%, 2011년 126%, 2012년 138%, 2013년 139%, 2014년 135%로 부채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재무건전성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부채비율이 2009년(28%)보다 많게는 5.3배나 늘어난다는 얘기다.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은 "채권발행에 따른 금융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 하더라도 8조 원 차입시 수공의 재무전망 건전성은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사업비가 현재 예정된 8조 원보다 더 늘어날 수 있고, 하천 주변지역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거액의 투자비 환수가 어렵다는 점 등은 수공의 재무건전성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공기업이 사업 추진할 때 경영안정성 도외시할 수는 없어"
도 변호사는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 당시에는 정부 지원 등이 전혀 나오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부정적인 내부의견을 국토해양부에 제시한 것"이라며 "저는 순전히 법만 가지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 변호사는 "저는 정부지원이나 (투자비) 보전책 등을 고려사항에 넣지 않고 법만 가지고 본 것"이라며 "('부적절 의견'을 낸) 다른 변호사는 정책적 부분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 변호사는 "공기업이 사업을 추진할 경우 경영안정성을 전혀 도외시할 수 없고, 제 의견서가 '4대강 사업은 100% 수공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단정한 것도 아니다"라며 "다만 공기업은 일반 사기업과는 다르기 때문에 공익사업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도 변호사는 2003년 사법시험(45회)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거쳐 2006년 인천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이후 몇몇 법무법인을 거쳐 현재 수공의 자문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 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 심규상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