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일제고사'가 무서워... 토일에도 학교 가는 아이들

해당 학교 교감 "교사들이 원해서, 강제 아니다"... 교육시민단체 "학생 선택권 빼앗겨

등록|2009.10.10 10:26 수정|2009.10.10 10:26

▲ 교과학습 진단평가(일제고사)가 실시된 지난 3월31일 오전 서울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문제를 풀고 있다. ⓒ 권우성



오는 13~14일 전국에서 실시하는 일제고사(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초등 6년, 중학 3년, 고등 1년)를 앞두교 교육과정이 파행을 빚고 있는 가운데 토·일요일에도 등교해 자율학습을 하는 학교가 있다.

경남 창원 소재 ㅂ중학교 3학년 학생(8개 학급)들은 10일 오전 8시30분부터 등교해 자율학습을 했다. 이날은 '노는 토요일'로 모든 학교가 등교하지 않는데, 이 학교 3학년들은 오전 동안 학교에 와서 자율학습을 했다.

또 이 학생들은 일요일인 11일에도 등교해 오전 동안 자율학습할 것으로 알려졌다. 3학년 담임 교사들은 토·일요일로 나눠 4명씩 출근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일제고사를 앞두고 학생들이 토요일과 일요일도 없이 학교에 등교하고 있는 것.

ㅂ중학교 교감은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 공부하러 학교에 온 것이며, 강제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은 가정형편이 안 좋아서 학교 이외에는 마땅히 공부할 장소가 없어 학교를 개방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문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학년 담임교사들이 개방하자고 해서 한 것이지, 학교 차원으로 강제적으로 나오도록 한 것은 아니다"라며 "담임교사들은 개인적인 일도 있고 해서 반반씩 나눠 나와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간고사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시험...

▲ 일제고사폐지전국시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3월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앞에서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들이 '일제고사 폐지' 손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지역 여건에 따른 것이라면 1학년과 2학년들에겐 왜 학교를 개방하지 않고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교감은 "1학년과 2학년 담임교사들이 희망하지 않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구태여 개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대답했다.

"일제고사에 대비하기 위해 3학년에 대해 강제적으로 나와 공부하도록 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담임교사마다 말을 하는 정도가 다를 수는 있는데, '학교에 나와서 공부하면 좋겠다'는 정도로 말을 한 것이지 강제성을 띠지 않았다"며 "학교 차원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담임교사들이 요구해서 이루어지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중간고사가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시험을 치르고, 시험 준비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학교에 가야 한다'며 괴로워했다"면서 "지금까지 노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자율학습 때문에 학교에 간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시장화저지를위한 경남교육연대' 관계자는 "강제적이지 않더라도 담임교사가 학교에 나와서 공부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학생들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학교마다 일제고사를 앞두고 교육과정이 파행을 빚고 있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에 학생들이 쉬지도 못하고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제고사 때문에 학생들이 쉴 권리를 빼앗긴 것"이라며 "학생들이 원해서 학교를 개방한 것이 아니고 담임교사나 학교의 필요에 의해 개방하고 자율학습을 하도록 하는 건 학생들의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