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부터 한 주 내내 어머니는 토요일에 감을 따야 한다고 전화를 하셨습니다. U-20 축구를 보고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일찍 일어나 어머니 댁으로 갔습니다.
감 딴다고 한 주 내내 전화를 할 정도이면 감나무가 많을 것 같지만, 여섯 그루 정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쉰 그루가 넘었지만 우리 가족 먹을거리만 남겨 두고 다 베어 냈습니다. 축구때문인지 잠깐 잠을 잤는데 어머니와 아내는 이미 감을 따고 있었습니다.
"아가 내가 가꾸리(갈쿠리의 경사도 토박이말)로 가지를 잡아 줄 거니까. 감은 네가 따라."
"어머니 안 잡아 주셔도 딸 수 있어요."
"높아서 안 된다. 내가 가꾸리로 잡아 주면 쉽다 아이가."
시어머니는 갈쿠리로 가지를 잡아주고, 며느리는 감을 따고 참 아름다운 모습니다. 아내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좀 특별합니다. 문안 인사를 며느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가 할 정도로 아침마다 전화를 주십니다. 아이들 셋 산후 조리를 어머니가 하셨는데 먹고 싶다는 것은 다 해주셨습니다.
"아무리 농약을 치라꼬 해도 안 친다 아이가. 단감 한 번 바라 잘 생긴 것이 하나도 없다 아이가."
"어머니, 서방님이 농약을 안 치는 이유는 바쁘고, 농약을 많이 치면 몸에 안 좋기 때문이에요. 농약을 안 친 단감이 더 좋아요."
"그래도 농약을 좀 치면 이렇게까지는 안 될 거다."
동생은 농약을 안 칩니다. 고추도 농약을 안 쳐 겨우 우리 가족 먹을 양념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단감을 보면 벌레가 파먹고, 씨알이 작습니다. 흠이 있는 감을 보면서 약을 한 번쯤은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재작년에 내가 이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졌다 아이가."
"나무에 올라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씀 드려도 기이어 올라가서 떨어졌잖아요."
"내가 안 올라가모 누가 감을 따노."
"아니 우리도 있잖아요."
"너희들이 있어도 감이 보이는데 우짜노."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들이 다 그렇지만 눈 앞에 보이는 일이 있는데 그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부모님은 몸이 아파도 자식들을 위해 이것저것 챙겨주시는데 자식들은 그것을 모릅니다.
두 해만에 어머니는 감나무에 오르고 싶어도 오를 수 없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 아들이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땁니다. 감을 따는 아들을 보면서 그래도 어머니는 걱정입니다. 갈쿠리를 지팡이 삼아 행여나 아들이 감나무에서 떨어질까봐 조심하라는 말이 입에 붙었습니다.
"어머니 감 다 따지 말고, 몇 개는 남겨두죠."
"하모 그래야재. 감을 다 따는 것이 아니다. 남겨 두모 새들이 와서 먹는다 아이가."
"우리 엄마 정말 마음이 넉넉한 분이다."
"사람이 욕심이 너무 많어모 안 된다. 사람끼리도 나누어 먹어야 하지만 짐승하고도 나누어 먹을 수 있어야 하는기다."
감을 몇 개 남겨두었습니다. 남은 감과 파란 하늘을 보니 정말 아름답습니다.
"약을 좀 쳤으면 그래도 먹을 것이 있을 것인데 어쩔 수 없다."
"어머니, 농약을 안 친 단감을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사람들이 많아요. 서방님 때문에 우리는 진짜 친환경 단감을 먹을 수 있어요. 마음 아파 하지 마세요. 못 생겨도 맛만 있어요. 오늘 어머니하고 감도 따고 재미 있었어요. 우리는 이런 감을 먹는데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네 시동생이 고생이 많다. 시동생하고 동서에게 항상 감사해라."
"서방님과 동서한테 항상 고맙지요. 우리가 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도 감을 다 따고 바구니에 담으니 먹을만 합니다. 아내가 감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오늘 딴 감은 일주일이 가지 않을 것입니다. 아내에게 한 번씩 당신 나하고 결혼해서 먹는 것 때문에 굶는 일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 아내는 웃기만 합니다. 올해 감나무 농사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감 딴다고 한 주 내내 전화를 할 정도이면 감나무가 많을 것 같지만, 여섯 그루 정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쉰 그루가 넘었지만 우리 가족 먹을거리만 남겨 두고 다 베어 냈습니다. 축구때문인지 잠깐 잠을 잤는데 어머니와 아내는 이미 감을 따고 있었습니다.
▲ 시어머니는 갈쿠리로 나무가지를 잡아 주고, 며느리는 단감을 땁니다. ⓒ 김동수
"아가 내가 가꾸리(갈쿠리의 경사도 토박이말)로 가지를 잡아 줄 거니까. 감은 네가 따라."
"어머니 안 잡아 주셔도 딸 수 있어요."
"높아서 안 된다. 내가 가꾸리로 잡아 주면 쉽다 아이가."
시어머니는 갈쿠리로 가지를 잡아주고, 며느리는 감을 따고 참 아름다운 모습니다. 아내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좀 특별합니다. 문안 인사를 며느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가 할 정도로 아침마다 전화를 주십니다. 아이들 셋 산후 조리를 어머니가 하셨는데 먹고 싶다는 것은 다 해주셨습니다.
"아무리 농약을 치라꼬 해도 안 친다 아이가. 단감 한 번 바라 잘 생긴 것이 하나도 없다 아이가."
"어머니, 서방님이 농약을 안 치는 이유는 바쁘고, 농약을 많이 치면 몸에 안 좋기 때문이에요. 농약을 안 친 단감이 더 좋아요."
"그래도 농약을 좀 치면 이렇게까지는 안 될 거다."
동생은 농약을 안 칩니다. 고추도 농약을 안 쳐 겨우 우리 가족 먹을 양념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단감을 보면 벌레가 파먹고, 씨알이 작습니다. 흠이 있는 감을 보면서 약을 한 번쯤은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 농약을 치지 않으니 잘생긴 단감이 없습니다 ⓒ 김동수
"재작년에 내가 이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졌다 아이가."
"나무에 올라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씀 드려도 기이어 올라가서 떨어졌잖아요."
"내가 안 올라가모 누가 감을 따노."
"아니 우리도 있잖아요."
"너희들이 있어도 감이 보이는데 우짜노."
▲ 어머니께서 지지난해 가을 이 단감나무에 올라가 단감을 따다가 떨어져 허리를 다쳤습니다. 이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합니다. ⓒ 김동수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들이 다 그렇지만 눈 앞에 보이는 일이 있는데 그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부모님은 몸이 아파도 자식들을 위해 이것저것 챙겨주시는데 자식들은 그것을 모릅니다.
두 해만에 어머니는 감나무에 오르고 싶어도 오를 수 없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이제 아들이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땁니다. 감을 따는 아들을 보면서 그래도 어머니는 걱정입니다. 갈쿠리를 지팡이 삼아 행여나 아들이 감나무에서 떨어질까봐 조심하라는 말이 입에 붙었습니다.
▲ 어머니가 올라가지 못하니 아들이 올라가야 합니다. ⓒ 김동수
"어머니 감 다 따지 말고, 몇 개는 남겨두죠."
"하모 그래야재. 감을 다 따는 것이 아니다. 남겨 두모 새들이 와서 먹는다 아이가."
"우리 엄마 정말 마음이 넉넉한 분이다."
"사람이 욕심이 너무 많어모 안 된다. 사람끼리도 나누어 먹어야 하지만 짐승하고도 나누어 먹을 수 있어야 하는기다."
감을 몇 개 남겨두었습니다. 남은 감과 파란 하늘을 보니 정말 아름답습니다.
▲ 붉은 색 단감과 파란 하늘 참 아름답습니다 ⓒ 김동수
"약을 좀 쳤으면 그래도 먹을 것이 있을 것인데 어쩔 수 없다."
"어머니, 농약을 안 친 단감을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사람들이 많아요. 서방님 때문에 우리는 진짜 친환경 단감을 먹을 수 있어요. 마음 아파 하지 마세요. 못 생겨도 맛만 있어요. 오늘 어머니하고 감도 따고 재미 있었어요. 우리는 이런 감을 먹는데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네 시동생이 고생이 많다. 시동생하고 동서에게 항상 감사해라."
"서방님과 동서한테 항상 고맙지요. 우리가 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도 감을 다 따고 바구니에 담으니 먹을만 합니다. 아내가 감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오늘 딴 감은 일주일이 가지 않을 것입니다. 아내에게 한 번씩 당신 나하고 결혼해서 먹는 것 때문에 굶는 일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 아내는 웃기만 합니다. 올해 감나무 농사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 농약 한 번 치지 않은 단감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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