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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은 적자, 임직원은 돈잔치... 언제까지?

[取중眞담] 국감 현장에서... 공기업 '기강 확립'은 도대체 언제쯤

등록|2009.10.11 17:06 수정|2009.10.11 22:45
국정감사 현장을 취재할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것이 공기업의 무책임과 부도덕 실상입니다. 

매년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지적되지만 다음 국감 때면 어김없이 또 다른 '흥청망청' 사례가 지적됩니다. 이제는 따지는 국회의원도 지쳐 보이고, 피감기관장의 답변도 의례적입니다. 뼈저린 반성과 변화 가능성은 엿보기조차 힘듭니다.

일례로 적자에 시달리는 서울지하철 국감에서는 연봉 1억6200만 원을 받는 서울도시철도 사장이 기본급의 556%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받은 사례가 지적됐습니다. 1억5400만 원을 받는 서울메트로 사장은 506%의 성과급을 받았습니다. 반면 두 공사의 적자규모는 전국 360여개 지방 공기업 가운데 1, 3위로 각각 2000억 원대와 1000억 원대를 기록했습니다.

철도공사는 어떨까요? 자회사인 코레일유통(주)이 운영하는 철도역 구내 매장 70곳이 본인 또는 친인척 명의로 수의계약 됐고, 민자역사(주) 임원 89명 중 28명이 철도공사 퇴직직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편의점과 자판기 운영자를 모집하면서 '추천란'을 기재토록 해 퇴직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막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최근 4년 성과급이 8000억 원이나 됐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임원들도 성과급 잔치를 벌였습니다. 지난해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감사의 성과급은 각각 7400만 원이었고 , 부사장 성과급은 4600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상임이사 보너스는 4300만 원으로, 이사 대우 보너스도 1400만 원에 달했습니다.

농협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올해 7월까지 각종 징계를 받은 농협중앙회 직원은 909명에 이릅니다. 농협은 지난해와 올해 불황 속에서도 259억여 원을 골프회원권으로 구입했습니다. 직원 자녀 대학 학자금으로 189억 원을 지원하면서도 농협의 실 주인인 농업인의 자녀 대학 학자금으로는 35억 원을 지원하는데 그쳤습니다.

도로공사 또한 퇴직한 임직원들이 만든 업체에 편법까지 동원해 휴게소 운영권을 맡기는 특혜를 줘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잠정 운영 중인 휴게시설 26곳 가운데 17곳이 도공의 퇴직 임직원들이 만든 한도산업이, 나머지는 유관단체인 '휴게시설 협회'가 운영 중입니다.

설령 비위행위를 하다 수사기관이나 자체감사에서 지적된다 하더라도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농협은 최근 3년간 35명이 137억 원의 공금을 횡령했습니다. 개인의 카드대금을 메우거나 주식투자를 위해 빼돌린 것인데 이 중 형사고발된 것은 8명뿐입니다.

수협 또한 2006년 25건, 2007년 29건, 올 상반기 19건 등 수협 직원에 대한 징계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계약해지를 제외하고 면직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05년부터 올 9월까지 적발한 비위행위자 중 98명 중 해임이나 파면은 8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견책 또는 감봉, 3개월 이내의 정직 등에 그쳤습니다. 특히 '근무기강 문란' '직무태만' '품위유지 위반' 등으로 최근 3년간 징계 받은 수자원공사 6급 이상 임직원 47명 중 해임 또는 파면된 직원은 고작 2명뿐입니다.  

하긴 수자원공사 전 사장의 경우 재임시절 자체 발주한 댐공사 참여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법정구속 됐지만 다음해(2007년 말) 특별사면됐습니다.  

한국토지공사는 지난 2003년2월부터 2005년 12월말까지 약 3년간 발생한 직위해제 1명, 정직3명 등 징계자 281명을 2006년11월 일괄 사면했습니다. 정관과 규정에도 없는 사장의 직원 사면 권한을 '인사규정 시행세칙'으로 적용한 것입니다.

철도공사는 특이하게 지난 3월 허준영 사장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철도노조 간부와 조합원 322명을 고소·고발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장 취임 반대 기자회견 관련 71명, 이사회 규탄대회 관련 20명, 작업규정 지키기 투쟁 관련 14명 등으로 '노조 길들이기'라는 의혹을 갖기 충분합니다.

이렇다보니 있으나마나한 공기업의 내부감사제도를 폐지하고 국무총리소속의 '공익감사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기업 직원들의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변화 가능성은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새 기관장이 올 때마다 취임사를 통해 '엄정한 징계로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조직 기강을 확립하고 떠난다'는 이임사는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때가 되면 또 새 공기업 사장들이 찾아 들고 어김없이 '기강 확립'을 약속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년 국감장에서도 , 내후년 국감장에서도 같은 지적이 반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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