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시민협 고구마 캐기 행사가 열린 여수 백야도 고구마 밭 ⓒ 오문수
토요일(10일) 오후 여수시 화정면 백야리 화달마을에서는 고구마 캐기 행사가 열렸다. 여수시민협 창립 14주년 기념사업으로 열린 행사에는 여수생협회원들이 함께 참여했다. 백야리(도)는 여수시 화정면의 면 소재지로서 남면과 화정면을 연결하는 연안여객선의 교통 중심지이고 등대, 백호산, 몽돌밭 해수욕장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백야리(도)는 연안 여객선을 이용할 경우 약 1시간이 소요되지만, 지난 2005년 백야대교가 준공되어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지난 8월에는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위성 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됨에 따라 백야도 등대 일원은 최적의 관망장소(뷰 포인트)로 떠올랐다.
▲ 미국 출신의 원어민 강사인 루스와 테스가 난생 처음 고구마를 캐며 즐거워하고 있다. ⓒ 오문수
▲ 자기 얼굴만한 고구마를 들고 자랑하는 아이 ⓒ 오문수
▲ 왕고구마 캐기 수상자로 선발된 강대열씨와 김강현군이 상품권을 들고 좋아하고 있다 ⓒ 오문수
미리 사놓은 고구마 밭 200평에는 호박 고구마가 주종이다. 행사장에 구경나온 마을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하는 말이다.
"고구마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은 유기농이지라우. 글고 바닷가에서 해풍을 견딘 고구마라 정말 맛있어요. 오늘 캔 고무마를 말려서 3주 후에 먹어야 더 맛있어요. 지금보다는 11월말이 돼야 제대로 맛이 들어요"
행사 참가자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열린 왕고구마 선발 대회에서는 시민협의 강대열씨와 김강현(도원초등학교 4년)군이 900g의 고구마를 캐 선발됐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강현 군은 "친구랑 같이해서 좋았고, 나쁜 점은 힘들었어요"하며 웃었다.
고구마 밭이 얼마나 청정한 지는 밭에 서식하는 각종 동식물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고구마를 캐다가 나오는 지렁이 콩벌레 메뚜기 뱀들을 보며 더욱 즐거워했다.
오늘 행사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참가했다. 여수시내 초 중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들이 함께 참여해 이색체험을 했다.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고구마 캐기에 참가한 이유와 느낌을 물었다. 시애틀에서 온 테스(Tess)의 얘기다.
"한국인 친구가 고구마 캐기 행사가 있다는 걸 알려줬고 관심이 생겨 참가했어요. 미국에도 고구마가 있지만 한국 고구마가 훨씬 맛있어요. 밭에서 직접 고구마를 캐 본적이 없었는데 밭에서 뭔가를 캔다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정말 몰랐어요. 한국에 온지 13개월이 됐는데 한국에서 뱀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일본계 캐나다인으로 인류학을 전공한 에이미(Amy)의 얘기다. "한국인과의 교류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한국 땅과 자연을 통한 체험으로 나누는 교류도 참 값있는 일입니다" 독일어를 전공하고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과 독일어 토론 모임을 주도하는 루스(Ruth)는 "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게 의미가 있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게 재미있어요"
플로리다에서온 아샨티(Ashanty)는 "새로운 활동으로 인해 일상에 활력소가 됐어요. 채식주의자인 내가 유기농 고구마를 직접 캐는 것에 대한 의미가 컸어요"하고 말했다.
이들은 매주 한 번씩 모여 독일어 공부와 스페인어 공부 및 독서토론을 하는 북까페를 열고 토론과 영어 글쓰기를 한다. 또한 매월 한 번씩 국동에 있는 여수보육원에 가서 봉사활동도 한다.
▲ 삶은 고구마를 먹으며 즐거워하는 원어민 강사들과 친구들 ⓒ 오문수
▲ 환경보호 퍼포먼스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최병수화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문수
고구마 캐기를 마친 일행은 일정에 따라 인근에 있는 최병수 화가의 집을 방문했다. 최병수 화가는 "온난화로 인해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 세계가 투발루와 같은 운명에 처해 물속에 수장될 위험에 빠집니다"며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캔 고구마를 낑낑대며 나르는 이들은 동네 주민들이 삶아준 달콤한 고구마를 맛보며 행복해 했다. 도시와 농촌의 공존. 유기농 농사와 최병수 작가의 환경보호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주제다.
덧붙이는 글
희망제작소와 여수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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