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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머, 올케도 치질 있었어?"

[내겐 비밀이 있어요 ① 치질] 이 여자들, 알고보니 다 수술했네

등록|2009.10.14 09:37 수정|2009.10.14 09:37
'어, 이게 뭐지?'

며칠 전 샤워를 하는데 무언가 잡힌다. 뭔가 하고 자꾸만 만져보지만 알 수가 없다. 콩알 만 한 것이. 다음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려고 하니 쓰라리고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하지만 또 2~3일 지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아프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없어진 건가?

35년 만에 '혼자' 수술대에 오른 언니

▲ 난 요즘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 될 수 있으면 짧게 보려고 노력한다. ⓒ 최은경

추석 연휴에 언니를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언니가 올 봄에 수술한 것이 궁금해졌다.

"언니 지난번 치질 수술 한 거 이젠 괜찮아?"
"그럼 괜찮고 말구. 왜 그렇게 미련스럽게 참고 살았는지 몰라. 지금은 내가 치질로 고생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요즘은 치질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 있으면 얼른 수술하라고 한다니깐. 잠깐만 눈 질끈 감았다 뜨면 날아갈 것 같아."

그래서인가? 언니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이 한결 좋아 보인다.

언니는 올 4월, 35년 정도 고생했던 치질 수술을 했다. 얼마나 벼르고 별렀던지. 조금 괜찮으면 잠시 잊고 있다가 다시 재발되면 얼른 병원에 가봐야지 하며 미루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병원에 수술 받으러 온 여성 대부분은 30~40년 동안 치질로 고생한 사람들이었단다. 나이대는 50대 후반부터 60세가 넘은 사람들까지 다양했는데, 대부분 혼자 수술을 받으러 왔다고.

"언니도 혼자였어?" 물었다. "형부가 병원까지 태워다 주고는 같이 들어가자고 하는 것을 내가 괜찮다고 집에 가라고 했지. 병원에 들어오니깐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여자들이 다 그랬어. 어쩌다 남편하고 같이 온 사람들도 남편만 알고 아무도 모르게 왔더라고" 한다.

언니는 치질이 재발되면 꼼짝도 못하고 몇날 며칠을 앓기 일쑤였다. 오랫동안 치질을 앓았던 언니는 출혈도 심했고, 통증도 너무 심해서, 더 이상 미를 수 없는 형편에 이르러서야 병원에 갔다. 수술은 바로 그 다음날로 잡혔다. 심한 상태여서 다른 사람들보다 하루 더 입원 후 퇴원했다.

아니, 올케도 치질 수술했었어?

언니에게 내 증세를 말했다. 다 듣고난 언니 왈,

"얘 그거 치질 증세다. 화장실에 가서 너무 오랫동안 앉아있지 마라. 그럼 더 빠져 나와."
"뭐가 더 빠져 나와?"
"그 부분에 몇 개가 있는데 그게 다 빠져나오면 얼마나 아픈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게 치질 증상이라니.

가만히 생각해보니깐 그런 증세가 생기기 전 날인가? 화장실에서 볼 일 볼 때의 일이 생각났다. 가끔 변비 증세가 있어서 볼 일 보기가 무척 힘들 때가 있다. 그날도 그런 증세가 있었다.

힘들게 볼 일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부분이 무척 아파왔다. 마치 찢어진 것처럼. 쓰라리고 쑤시는 느낌도 나는 것 같았다. 아마도 힘을 주면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화장실에서 힘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올케가 우리 말을 듣고 있더니 대화에 동참한다.

"저도 오죽하면 4년 전에 딸아이 수능 전날 수술을 했을까요."
"어머머 올케도 치질 있었어?"
"그럼요 저도 꽤 오래 되었어요. 아마 20년도 넘었을 걸요. 막상 해보니깐 별 거 아니더라구요. 그렇게 민망한 일도 아니고요. 형님들한테 이야기 한다는 것을 자꾸만 잊어버리곤 했어요."

올케도 언니처럼 혼자 가서 수술했고, 모두들 '쉬쉬'해서 그렇지 병원에 가보니깐 치질 걸린 여자들이 상상 외로  많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치질 수술하는 여의사는 없는 건지..."

한 달 전쯤이었다. 친구 A에게 급하게 연락할 일이 생겼다. 휴대폰으로 계속 연락을 했지만 꺼진 상태였다. 집에도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2~3일 지난 후에야 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전화 여러 번 했더라. 내가 부탁한 젓갈 때문이었니?"
"왜 그렇게 연락이 안 된 거야?"
"나 그동안 수술했다."
"수술? 갑자기 무슨 수술?"

그가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깜짝 놀랐다. 다시 물었다.

"뭐야, 맹장 수술이야?"
"아니야. 그동안 많이 아팠는데 창피해서 아무한테도 말을 못했지. 아주 큰 맘 먹고 치질 수술했다. 어찌나 개운하던지."

"같은 여자끼리 뭐가 그리 창피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네가 안 닥쳐봐서 그렇지 그게 말하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남자 의사였니?"
"응 남자 의사였어. 그러니깐 더 창피하지."
"그럼 여자 의사를 좀 찾아보지."
"그 부분은 여자 의사가 없는 건지. 많지 않은 건지 그렇더라." 

남편에게도 보이기 싫은 부분이고, 남자 의사한테는 물론 말할 것도 없이 무안하고 창피했을 것 같다. 언니나 친구의 입장을 그려보니 이해가 되는 듯했다. 그 친구 역시 20대 후반부터 치질 증세가 있었고 다 아는 병이라 병원에도 거의 안 갔다고 한다. 통증이 올 때면 며칠 쉬고 나면 또 다시 괜찮아지기에,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었다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치료나 받으러 병원에 갔다고 한다. 

식구들한테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병원에 갔는데 "이런 경우에는 치료를 받아도 그때뿐이니 병원에 오신 김에 수술하세요" 해서 어떨결에 했다나. 거의 30년 만에. 그 역시도 수술하고 나니깐 치질이란 단어가 무척 생소하게 느껴지고, 누구라도 치질 때문에 아프다는 소리만 들으면 얼른 병원 가서 수술하라고 권한다고 한다. 친구 역시 가족들 아무도 못 오게 하고 혼자 입원하고 수술하고 퇴원했다고 한다.

물론 치질이 불치의 병이나 전염병도 아니지만 왠지 식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말하기 민망하다고 했다. 그러나 본인이 잘했던 일 몇 가지 중에 한 가지라고 하면서 박장대소를 한다. 내게도 만약 심한 치질이 생긴다면 바로 의사한테 보이지도 못하고 끙끙 앓을 것 같았다.

쬐금 민망하지만... 나는 망설임없이 수술하련다

생활 속 치질 예방
1. 10분 이상 변기에 앉아있지 않는다.
2. 배변 시 힘을 많이 주지 않는다.
3. 변이 너무 딱딱해지지 않도록 한다.
4. 섬유질음식을 많이 섭취하고 변비를 피한다.
5.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것을 피한다.
6.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
7. 좌욕 목욕하는 습관을 기른다.
8. 몸에 끼는 옷을 피하고 면 속옷을 입는다.
9. 과음이나 맵고 짠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을 피한다.                         (* 인터넷 자료 참고)
여자들의 치질은 그만큼 감추고 싶은 비밀이었나 보다. 하여 난 요즘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 될 수 있으면 짧게 보려고 노력한다. 또 물을 많이 마시고 섬유질이 풍부한 잡곡밥과 나물, 김치 등 채소류 그리고 요즘 많이 나오는 사과도 하루에 하나는 꼭 먹으려고 노력한다. 해조류도 원활한 배변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행히도 아프거나 거북한 느낌은 없다. 만약 이보다 심해진다면 의사에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건 더 고통스러울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 가길 미루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잖은가. 작은 병 큰 병 만들지 말고, 미리미리 예방하고 치료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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