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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역시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광교산(光橋山) 에 올라 보니

등록|2009.10.12 13:45 수정|2009.10.12 20:54
광교산(光敎山)은 해발 582미터로서 수원시와 용인시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수원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주며 시가지를 안고 있는 수원의 주산으로 원래 이름은 광악산이었으나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광교산으로 명명되었다고 전해진다. 광교산은 산 높이에 비해서는 인근 백운산과 함께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덩치가 큰 산이다.

토요일 아침 광교산을 오르기 위해 등산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죽전의 집 앞에서 수원행 버스를 타고 이십여 분을 달려 경기대학교 입구에서 내려 후문으로 해서 경기대학교 캠퍼스로 들어섰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마침 입시를 위한 논술고사를 치르는 날이어서 대학 구내는 운동장이든 어디든 주차 할 만한 곳에는 수험생을 태우고 온 승용차들로 그득 차 있었다. 캠퍼스를 가로 질러 정문 앞을 지나 산행 들머리인 산행 안내판 앞에 당도해 잠시 숨을 고른 후 산행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광교산 시루봉 정상까지는 5997미터라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광교산 산행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시루봉 5997 미터라고 적혀 있다. ⓒ 이광희



따가운 햇빛에 날씨 또한 좋은 주말이고 수도권 근교 산인지라 산행 들머리부터 알록달록한 등산복 차림으로 끼리끼리 어울린 산행객들로 초만원 상태를 이룬 채 산을 오르고 있었다.

광교산은 흙산인지라 등산길에는 많은 산행객들의 발길로 인해 흙먼지가 일고 있다. 낙엽이 쌓인 호젓한 산행길을 기대했기에 다소 실망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산행길 분위기는 숲으로 난 길이긴 한데 설악산 등 여느 유명산에 비해 아직은 녹색의 숲으로 남아 있어 화려한 붉은 단풍을 감상할 수 없는 아쉬운 마음 역시 드는 것이었다.

산행의 일차 목적지인 형제봉에 이르는데도 만만치가 않았다. 발걸음은 무겁고 숨은 또 왜 그리 가쁜지.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들머리를 떠난지 한 시간여 만에 형제봉 바위 아래 당도했다. 십여미터 정도 바위를 줄을 타고 올라 드디어 458미터 형제봉 정상에 섰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끼리끼리 올라 와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앉거나 서서 일대를 조망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형제봉 정상에서는 수원 시내와 새로이 조성공사 중인 광교 신도시 일대 그리고 멀리로는 관악산과 과천 일대가 바라다 보였기에 힘겹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고 여겨졌다.

형제봉을 지나 계단길을 내려서며 시루봉 아래로 건너다 보이는 종루봉으로 향했다. 종을 엎어 놓은 형상이기에 종루봉이라 했는지는 몰라도 오르는 길이 가팔라서 몹시 힘겹게 느껴졌다. 가파른 오름길 곳곳에 다행히 새로이 만들어 놓은 계단길이 있어 산을 오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종루봉 산허리께에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군을 무찌른 김준용 장군 전승기념비가 있기에 잠시 둘러 보았다. 둘러보니 전승기념비 안내판과 더불어 바위에 전승기념지라고 새겨져 있는 게 유일한 내용이었다.

김준용 장군 전승기념비 안내 표지판형제봉 지나 종루봉으로 오르는 산허리께에 있는 병자호란 당시 청군을 무찌른 김준용 장군의 전승을 기념하는 기념비 안내 표지판이다. ⓒ 이광희



종루봉 정상에 닿았다. 그곳 정상 팔각정에 올라 앉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사위를 둘러 보니 건너편에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과 시루봉에서 백운산으로 뻗어나간 능선, 능선 위 송신소 송신탑 등이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다 보이고 지나쳐온 형제봉 일대가 역시 건너다 보인다. 멀리로는 수원 시내와 과천 그리고 관악산 일대가 바라다 보인다. 오후 한 시경이 되어 때가 때인지라 준비해 온 점심과 과일 그리고 물을 들며 시장기와 갈증을 해소했다. 그러고 나니 한결 기운이 난다.

종루봉 정상그곳 정상에는 사방을 조망 할 수 있는 팔각정과 '광교라 부른다' 라는 싯귀를 적어 놓은 글 판이 있다. ⓒ 이광희



다시 토끼재를 지나 시루봉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종루봉에서 코 앞으로 건너다 보이는 데도 시루봉을 오르기가 쉽지가 않다. 숨이 턱에 찬다.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다. 역시나 산을 오르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맴돈다. 드디어 오후 두시 무렵에 해발 582미터 시루봉 정상에 섰다.

광교산 정상석광교산 582미터라고 전면에 새겨져 있다. ⓒ 이광희



우선 사방이 탁 트여 좋았다. 출발할 때 느꼈던 설익은 가을빛과는 달리 제법 깊어 가는 가을의 정취와 빛깔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약간 흐린 하늘 아래 청계산이 바라다 보이고 분당과 수지 일대 그리고 역시 수원과 과천 및 관악산 일대가 시원스레 바라다 보인다. 아울러 오늘의 산행 코스인 백운산 방향의 능선 위에 자리한 송신소와 군 통신대의 송신탑과 통신 시설이 바라다 보였다.

시루봉에서 바라다본 풍경백운산으로 향하는 능선이 보이고 멀리로는 북한산이 바라다 보인다. ⓒ 이광희



시루봉 정상의 국가 기준점국가 기준점으로서의 광교산 시루봉 정상 현 위치의 방위가 상세히 표시되어 있다. ⓒ 이광희





시루봉에 잠시 머물다 다시 백운산을 향해 뻗어 있는 능선길로 발길을 재촉했다. 곧 이어 노루목 대피소를 지났다. 노루목 대피소를 지나 송신소를 지나니 억새밭이 나타난다. 이름과는 달리 억새밭에는 억새가 거의 없어 의아스러웠다. 다만 그곳에 올라온 등산객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쌓아 놓은 돌무더기가 눈에 띄고 쉬기 위해 마련된 나무 의자 위로 비추는 가을 햇빛이 유난히 따사롭게 느껴질 뿐.

이십여분 능선길을 걸어 통신대 앞 갈림길에 이르렀다. 그곳에 있는 이정표에는 지지대고개와 헬기장 방향 및 백운산 방향으로 향하는 갈림길 표시가 되어 있었다. 오늘의 산행 코스는 이미 여러 차례 산행한 경험이 있기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백운산 방향으로 항하는 통신대 옆 사잇길로 접어 들었다.

사잇길을 십분정도 걸어 백운산 정상에 당도하였다. 정상에 당도 하니 한남정맥 바라산과 광교산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백운산은 높이가 567미터로서 수원시와 용인시 사이에 위치한 광교산과는 달리 경기도 의왕시에 자리하고 있었다.

백운산 정상석해발 567미터 의왕시라고 적혀 있다. ⓒ 이광희




백운산 정상의 이정표한남정맥 백운산 현위치와 바라산, 광교산 방향의 거리표시가 되어있다. ⓒ 이광희




백운산 정상의 정상표시석 앞에서 일대를 바라다 보니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과천과 관악산, 백운호 및 청계산 일대가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로 조망되고 있었다.

백운산 정상에서 바라다 본 모습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멀리 과천일대와 관악산이 바라다 보인다. ⓒ 이광희





정상 의자에 앉아 쉬고 있자니 마침 용인 수지의 고기동 방향으로부터 미모의 두 아가씨가 올라와 내 앞 의자에 앉아 준비해온 샌드위치 점심을 맛있게 들며 도란도란 정겹게 얘기를 주고 받기에 그 모습에 반해 한동안 흘끔거리기도 했다.

백운산 정상에서 지나온 산행의 피로를 덜어낸 후 고기동 방향으로 하산을 위해 발길을 돌렸다. 가파른 산길을 삼십여분 내려 오니 바라산, 의왕시 백운동 및 용인시 수지의 고기동동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갈림길에는 역시 길 안내 표시인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고.

가을 빛 묻어나는 산행길백운산에서 고기동 및 바라산 방향으로 산을 내려오다 카메라다 담은 모습 ⓒ 이광희



그곳에서 고기동 방향으로 나있는 숲 사이의 호젓한 오솔길을 택해 산을 내려 왔다. 경기대 앞 들머리와는 달리 이곳 등산로는 언제 와도 호젓하기 이를데 없어 좋다. 오늘은 특히 길에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고 붉은빛이 도는 나무와 숲의 빛깔에서 그런대로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엿볼 수 있어 산행의 보람이 느껴졌다. 산을 내려 오던 도중 오색 천을 매단 당나무를 지나쳤다. 아마 뭇사람들이 이 나무 앞에서 소원을 빌었으리라 여겨졌다.

당나무고기동 방향으로 내려오는 하산길에 있는 당나무 ⓒ 이광희



산을 내려 오니 광교산 자락과 바라산 사이에 골 깊은 곳에 위치한 고기동 일대의 그윽한 가을 정경이 깊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가을 분위기를 감상하며 걸어서 관음사 앞 마을 버스 정류장에 이르렀다. 마을 버스 정류장 주위 인가에는 감나무가 발갛게 익어가는 감을 주렁주렁 매단채 서 있어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더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주위를 둘러 보며 십여분 기다리다 수지행 마을 버스를 타고 고기동을 떠나 오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고기동에서 바라다 본 광교산산을 내려와 고기동에서 바라다 본 광교산 모습이다. ⓒ 이광희




고기동의 가을 마을버스 정류장 옆 인가의 가을 분위기에서 깊어가는 가을이 느껴졌다. ⓒ 이광희




깊어가는 가을 정취 속에 십여킬로미터 거리 광교산 자락을 거닐며 네시간 반 가량 머무는 동안 왠지 모를 삶에 대한 쓸쓸함이 마음 한 편을 허전하게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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