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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하나도 없는 국립공원내 케이블카  환경부가 앞장 서서 설치 주장하는 한국"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 "케이블카 설치반대"하며 천왕봉 농성 시작

등록|2009.10.12 19:18 수정|2009.10.12 19:19

▲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생명연대 등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이 12일 오전 지리산 노고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국립공원 지켜야 할 환경부가 나서서 케이블카 설치 주장"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인사들이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12일 오전 지리산 노고단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지리산을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개발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리산생명연대와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을 위한 불교연대 준비위, 지리산 기독교 환경연대 등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의 성장제일, 묻지마 개발, 규제완화 정책은 지리산까지도 흔들고 있다"며 "환경부의 자연공원법 개정 움직임에 구례, 남원, 함양, 산청 등 4개 지자체는 지리산 3대 주봉을 향하는 케이블카를 건설하려 한다"고 크게 우려헸다.

이들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국립공원 케이블카에 반대하고 있다"며 "특히 지리산 케이블카는 불경스러운 일이라며 입에 올리지도 말라 한다"고 전하면서 "우리나라 첫 번째 국립공원인 지리산을 온전히 보전하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국립공원을 보존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조직인 환경부가 먼저 나서서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며 자연공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농성은 '국립공원 보전과 케이블카 건설 반대에 대한 환경부장관의 대국민 약속'이 표명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이 환경부를 적시해 무기한 농성에 나서는 까닭은 "환경부가 케이블카 추진 의사를 꺾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환경부는 지난 2008년 말, 지리산·설악산 등에 케이블카 건설을 촉진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올해 5월에는 지리산국립공원·설악산국립공원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올라갈 수 있도록 케이블카 노선을 연장하는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예고안에 따르면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거리규정은 2km에서 5km로(시행령안 제14조의2),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는 9m에서 15m로(시행규칙안 제14조제2호) 완화될 예정이다.

환경부가 입법예고안을 발표하자마자 지리산과 설악산은 물론 북한산과 한라산, 속리산과 월출산, 소백산과 한려해상 등 국립공원에 접한 지자체들은 앞 다투어 케이블카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른바 국립공원 지역에서 '케이블카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가 입법예고하자 전국이 '케이블카 도미노 현상' 빠져

특히 지리산에 인접한 전북 구례와 남원, 경남 함양과 산청 등 4개 지자체는 앞다퉈서 지리산 3대 주봉(천왕봉-제석봉, 반야봉, 노고단)에 케이블카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리산권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 지리산권에 인접한 4개 지자체가 저마다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며 밝힌 계획. 한 눈에 봐도 지리산은 지리산은 케이블카로 난도질 당하는 듯한 형국이다.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더욱이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지난 5월에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를 탄 후 "환경을 보전한 성공적인 견본사업"이라 발언하는가 하면 지난 9월 8일엔 환경부 관계자가 서울 강북구에서 열린 공개 토론회에서 "지리산과 설악산에 가장 먼저 케이블카가 놓여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 국립공원을 지켜야 하는 조직인 환경부가 먼저 나서는 해괴한 행태를 보이며 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와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등은 "국립공원제도를 만들고 세계적으로 국립공원을 제일 먼저 지정한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단 한 곳도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또 "1990년대까지 케이블카 바람이 불던 일본의 자연공원들도 지금은 케이블카를 건설하려는 곳이 없으며 오히려 철거하는 추세"라고 밝히면서 이명박정부가 시대착오적인 개발정책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생태 및 환경전문가들은 국립공원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될 경우, 지리산과 설악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인정한 국제적 기준의 '국립공원'에서 탈락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한라산 역시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에서 단계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장관이 책임 있는 약속을 하기 전까진 내려오지 않겠다"

한편 노고단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은 이날 오후부터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 세 곳으로 나뉘어 무기한 산상(山上) 농성에 들어갔다.

천왕봉은 산악인인 김병관 대장을 비롯 남난희(여성산악인), 류정자(62세, 지리산산악인), 송영호(전 뱀사골대피소 구조대장) 등 산악인들이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반야봉에서는 화엄사·쌍계사·벽송사·대원사·실상사 등 지리산권 사찰의 스님들이 참여하고 있는 지리산을 위한 불교연대 준비위 스님들이 농성을 할 계획이다.

노고단에서는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 기독교 환경연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등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돌아가며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후배 산악인인 이윤호씨와 농성을 위해 천왕봉을 향하고 있던 김병관 대장은 <오마이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산악인으로서 아름다운 지리산을 구경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이 산을 지키기 위해 기한 없이 가는 것이어서 아쉬움이 너무 크다"며 씁쓸한 웃음을 보내왔다.

김 대장은 "지난 5월 4일부터 22일 동안 천왕봉에서 1차 농성을 하고, 지난 6월 5일부터는 과천 정부종합 청사 등지를 돌아다니며 지리산 등 국립공원에서만큼은 케이블카 설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호소해왔는데 이렇게 다시 천왕봉에서 농성을 하게 됐다"며 "환경부 장관이 국립공원을 지키겠다는 책임 있는 약속을 하기 전까진 천왕봉에서 내려오지 않을 작정"이라고 밝혔다.

국립공원 지리산의 세 주봉에서 유례없이 진행되는 산상 농성. 국립공원을 보존하는 것이 주 업무인 환경부와 이명박 정부가 이들의 외침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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