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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대개발의 상징 칭짱철도, 문제점은?

[서평] 아브라함 루스트가르텐의 <중국의 거대한 기차>

등록|2009.10.13 19:14 수정|2009.10.13 21:15

중국의 거대한 기차아브라함 루스트가르텐 지음. 에버리치홀딩스 ⓒ 윤석관

중국 그리고 티베트. 이 책을 읽기 전엔 단편적인 사실 하나만 알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티베트자치구에 살고 있던 티베트인은 중국의 한족에 의해 점령당한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학대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몇 달전 중국에서 일어났던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유혈사태를 바라보면서 이 지역이 티베트와 같은 동네(?)로만 이해하고 넘어갔었다.

신장과 티베트. 두 지역을 지도상으로 봤을 때는 위ㆍ아래를 기준으로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종교도 신장은 이슬람이 중심을 이루고, 티베트는 불교가 중심을 이루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 두 지역의 공통점은 오랜 시간 그 지역에 터전을 잡고 몇백년간 살아왔던 순수민족들이 삶을 이어가던 곳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불평등한 사건들이 자행되고 있던 지역이었다. 또한 이 지역들은 중국의 '서부대개발' 이라는 큰 틀을 같이하고 있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티베트지역의 '서부대개발'

마치 미국의 '서부개척자'들의 이야기와 흡사하다. 아메리카 대륙에 진입한 유럽의 개척자들은 신식무기를 들여와서는 수 세기동안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던 토착민들을 모조리 쫒아버리고 그들의 나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21세기의 중국 역시. 과거 마오쩌둥이 꿈만 꾸고 이루어내지 못했던 중국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는 '티베트'(이 책에서는 티베트를 주로 다룸)의 중심지 라사에 드디어 개발자본과 세력들을 끌어들였고, 현재 라사지역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몰려드는 많은 이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라사지방의 북적거림은 티베트를 그들의 영향력에 집어넣기 위해서 장장 50년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결실인 '칭짱 철도 건설'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지역에 철도가 건설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칭짱철도칭짱철도의 구간 ⓒ 윤석관

그 이유는 라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고산병을 일으킬 정도로 험난한 고지대를 넘어야했고, 더욱이 영구동토층(토양 속에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진흙층이지만 고지대에 위치하여 땅속이 1년 내내 언 상태로 있는 지반)을 이루고 있는 지대 때문에 교통망 설치도 여의치 않은 지리적 불리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오랜 기간 동안 티베트는 중국의 손길에서 한결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고, 때문에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6년 완공된 '칭짱 철도'는 모든 티베트인들에게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반대로, 중국의 입장에서는 동부지역의 활황세가 주춤해진. 아니 더 빠른 경제성장으로 이루기위해서 필요한 구심점을 찾고 있던 중국정부에게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주었다. 

'서부대개발'이 가진 속내

이제까지 아무도 찾지 않던 서부지역의 버려진 땅을 개발하면서 막대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실업률을 낮추는데 기여했으며, 개발 후에도 지역 고유의 관광 상품이나 새로운 산업지구로의 발표를 통한 외자유치로 중국의 경제성장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이 개발의 이면에는 또 다른 이유들이 녹아있었다.

첫째, 인도와의 영토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개발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도상으로 보면 이곳은 중국의 베이징보다 인도와 훨씬 가까이에 위치한 지역이다. 티베트는 인도뿐만 아니라 네팔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문제와 관련해서 상당히 중요한 요충지라고 볼 수 있다.

인도와 중국의 접경지대분쟁지역 아루나 팔츠라데시 ⓒ 윤석관

그렇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티베트 지역의 교통망을 정비하고 군대를 파견하여, 이 지역에 대한 인도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인도의 주변국(파키스탄, 미얀마에 무기 공급)과의 관계를 이용하는 동시에 현재 인도의 영토에 속하지만 분쟁지역으로 분류되는 아루나 팔츠라데시(지도상의 오른쪽에 위치한 지역)의 영토를 장기적으로 손아귀에 넣기 위한 물밑작업으로서 이 지역의 개발을 서둘렀다고 볼 수 있다. 

둘째, 티베트인의 흡수ㆍ통합 그리고 분열을 위한 개발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중국정부는 철로를 통해 마련된 이곳에 한족들을 대거 이주시키면서 티베트인들의 문화적 특색을 지우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이곳에 살고 있는 티베트인들은 외부인과의 대화를 일절 금지당해야 했고, 대화한 사실이 발각되는 즉시 내용에 관계없이 심한 고문을 당해야 했다.

그들의 종교(티베트 불교)가 민족주의를 불러일으킨다는 구실로 인해 엄청난 종교적 탄압이 행해지고, 이 지역의 철도와 도로 건설과 현대시설이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가운데서도 중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티베트인들은 자기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커녕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가기 위해 필요한 자금보다 훨씬 적은 보상금을 받고 쫒겨나는 비극이 반복되었다.(무일푼으로 쫒겨나는 이들도 부지기수) 우리가 비록 자주는 아니지만 보도를 통해서 접하는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는 이런 이유에서 발생하는 현상인 것이다.

셋째, 티베트 지역의 땅 속에 산재되어 있는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개발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로는 이 지역의 개발을 위한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 특히 지하자원 매장량을 탐사하기 위한 연구 인력들이 꾸준히 배치되었다고 말한다.

탐사 결과 티베트는 말 그대로 보물창고였다. 구리, 철, 납, 아연 등 매장되어 있는 16종의 주요 지하자원이 1280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언급된다. 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도 상당한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서 중국은 자원에 대한 해외의존도를 상당 수준 낮출 수 있게 되었으며, 전 세계의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자원의 보고. 티베트 그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라사까지 연결된 철로는 티베트 전 지역의 자원을 모조리 갉아먹기 위해 필요한 보급로의 시작점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자원산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연결로를 지속적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알려준다.   

'서부대개발'의  문제점

'칭짱 철도'가 들어서면서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사원의 파괴와 같은 문화재 손실과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중국정부의 만행에 티베트인은 분노를 표출하지만 그보다 더 불만스러운 것은 바로. '그런 개발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라는 목소리들이 이야기하는 바와 같이 티베트 인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점이었다.

오지나 다름없던 이 지역에 세상과 이어지는 한줄기의 통로를 만들었다는 생각은 용서할 여지가 있었고, 철로가 들어서게 되면 상품의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공산당의 선전만 믿고 그 약한 티베트 인들은 어쩔 수 없이 지금껏 참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상품가격이 저렴해지기는커녕 관광객들의 유입으로 인해 모든 소비재의 물가가 상승하고, 투기자금의 유입으로 토지임대가격은 수직 상승을 거듭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유목생활을 하면서 자급자족형 생활 습관을 갖고 있던 티베트인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예전의 생활방식으로는 도저히 삶을 영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전 세계인들이 중국의 큰 문제점 가운데 소수민족과의 융화가 안 된다는 점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런 식의 문화차별주의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유입인구와 자금으로 인해 잠시 솟아오른 경제적 상승흐름은 시간이 지나고 된 이후에 동력을 잃고 끊어지게 될 것이 분명해진다.

그들 중화민족의 역사 속을 들여다보면 배신의 역사가 많았고, 중국대륙을 손에 넣자마자 다른 종족에 대한 무차별 학대가 이어졌던 시기가 많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이제 그런 과거의 전철은 밟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바로 영구동토층 위에 자리 잡은 '칭짱 철도'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일어나는 지면의 온도 상승에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사항이었다. 책을 들여다보면 자오스윈 총 책임자와 장루신 같은 엔지니어들은 동토층의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열 사이펀'이라는 냉각스틱과 화강암 돌조각을 선로 주변에 배치시켜 공기가 순환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하는데, 이런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영구동토층의 지표온도가 1도 상승하는 정도만 대비하면 출분하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철로를 설계했다는 인터뷰가 있었다.

그러나 저자가 여러 전문기관의 조사결과로서 밝혀낸 바에 의하면 이 지역 동토층의 온도상승은 적어도 2도에서 4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자료를 내놓고 있다. 만약 이런 온난화의 예측결과가 사실이 된다면 동토층의 해빙과정으로 인해서 지면이 철로와 기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남을 암시한다. 

<중국의 거대한 기차>가 내게 준 것

중국이 티베트를 자기의 영향권 아래에 놓기 위해 만든 '칭짱 철도 건설'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위험한 부분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철도 건설'이 비단 티베트 지역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전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런 성급함 때문에 티베트 뿐만 아니라 신장 위구르 지역의 불만과 그것을 표출하기 위한 유혈시위와 독립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다른 여러 소수 민족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지도자. 덩샤오핑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장쩌민이 발전시킨 중국의 정치사상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회주의 노선을 분명히 유지하면서 성장의 따른 분배를 인민대중(노동자, 농민, 소시민)에게 하겠다는 기본 개념을 바닥에 깔고 있는데, 지금 상황을 들여다보면 파이를 키우는 것에만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묻고 싶다 대체 분배는 언제 할 거냐고?

이와 같이 파이를 키우기에 급급한 사회주의의 개발독재는 주위에 이런 독재를 막을만한 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거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체제는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개발독재의 망령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일어서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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