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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골목길, 떠나면 안돼!

수색지구 뉴타운 재개발지역

등록|2009.10.14 19:41 수정|2009.10.14 19:41

SSM에 자리를 뺏길 골목길 터줏대감 구멍가게30여년을 수색동 골목길을 지켜온 '낙원수퍼' 수색지구 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겠지요. ⓒ 김시열


휘청휘청 걷던 내 발길을 안아주던 이 길이, 말을 잊었습니다.


감나무 그늘에 잠시 쉬어가는 자동차속도를 탐닉하는 자동차도 골목길에 들어서면 얌전해지지요. 낮에는 아이들이 놀고, 밤이면 자동차가 쉬던 이 길에 무엇이 들어설까요? ⓒ 김시열


 씽긋생긋 웃고 지즐재즐 수다떨며 집 앞 동네마당까지
꼬박꼬박 나를 데려주던 골목이, 오늘은 입을 다물고맙니다.

쉴 때를 아는 골목길해가 내려앉으면 쉴 줄 아는 골목길입니다. 골목길이 어두운 것은 전기로 낮을 밤삼아 거꾸로 사는 사람들에게 일깨움을 주기 위함이 아닐는지요? ⓒ 김시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도 알고 있어. 얼마남지 않은 것을..." 길이 희미하게 답합니다.

"......."

하루가 온통 대낮인 아파트 단지가 들어차면,
내 골목길로 조붓조붓 내려오던 서울의 어둠은 다 어디로 가는걸까요.

생명을 보듬는 길골목길은 외길이 아니랍니다. 요모조모 살피고, 이것저것 보듬으며 함께 가는 길이지요. ⓒ 김시열


깻잎과 방울토마토, 빼족한 잎사귀만 남은 고추도
말을 잃고 꼿꼿이 앞만 바라봅니다.

골목길 끝에는...골목길은 산으로 이어집니다. 새벽이면 산의 정기가 스멀스멀 내려오던 골목길 출근길이 그리울 날이 오겠지요. ⓒ 김시열


골목길은 산으로 줄달음질 칠 듯 이어져있습니다.

우리네 발길이 멈추지 않는 한 먼저 떠날 리 없건만
자꾸만 산으로, 산으로 눈길을 주는
길이 왠지 낯설어보입니다.

낙서는 전설로 남고벽돌담에 "바보똥개"를 휘갈기며 골목길을 누비던 아이들은 돈을 내야만 갈 수 있는 유치원이나 놀이동산에 갇히고 말겠지요. ⓒ 김시열


처마와 처마, 나무와 나무가 맞닿은 골목길.
자동차의 빠른 질주와 굉음같은 '경쟁'과 '속도'를 막아서던 저 길마저
가고 나면,

약삭 빠르고 힘있게 달려가지 못하고 가다서다 어정쩡하게 걸어가는
저 아이들과 노인들, 그렇고 그런 우리네 이웃까지
영영 떠나고 말 것 같은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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