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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딴 세상이네"

막내형과 함께 가는 '10월 철마산' 산행일기

등록|2009.10.16 12:04 수정|2009.10.16 12:04

여기가 바로딴 세상이네 ⓒ 김찬순

울긋불긋 물들어가다 ⓒ 김찬순




철마산은 쇠말산, 샛말, 소멀미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철마산의 전설에 따르면 아주 먼 옛날 큰 홍수와 해일로 인하여 철마산은 물 속에 잠겼다고 한다. 그런데 '미역바위'의 '용굴'에서 동해용왕의 명을 받은 용마가 나타나자 물이 사라져 환란을 구했으나, 용마는 미처 환궁하지 못해 뜨거운 태양빛에 말려져서 점차 굳어져서 작은 쇠말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러니까 쇠(鐵), 말(馬), 뫼(山)의 단어가 모여져서, 철마산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철마산의 이름에 대해서, 학계의 재미난 해석이 많은 것도 흥미롭다. 철마산이란 이름은 경기도 철마산 이름과 같아서 철마산하면 경기도 철마산을 쉽게 떠올리지만, 경기도 철마산의 자연 경관 못지 않게, 기장군 철마산은 전국 산악인에게 소문 없이 인기 높은 명산이다.

가을 정취물씬 나는 철마산 가는 길에 만난 감나무 ⓒ 김찬순

  나는 유년시절 두메 산골에서 자랐다. 나는 큰형들과 나이 차이가 많다. 그래도 막내형과는 허물 없는 친구 같이 지낸다. 막내 형은 어릴적부터 산을 잘 타 어릴적 별명이 다람쥐이다. 그만큼 산을 좋아하신다. 산을 좋아하는 형 덕분에 거의 주말이면 형과 함께 산을 탄다. 요즘은 형이 직장을 옮겨, 함께 산행시간이 맞지 않아, 거의 혼자 산을 탄다. 혼자 산을 오르면 형들과 함께 지냈던 고향의 동산이 그립다. 막내 형은 정말 어릴적부터 내게 등산의 스승이나 마찬가지다.   "아우야, 철마산 단풍이 진짜 좋다는구나. 내가 점심도시락은 준비했다. 너는 몸만 오면 된다. 내일 아침 범어사역까지 7시까지 와야 한다."   이렇게 우리는 범어사 역에서 임기 마을 가는 2-2번 마을 버스를 탔다. 등산객들을 많이 실은 마을 버스는 금정 경륜 공원을 지나 임기마을을 향해 달렸다. 버스의 종점은 임기마을이다. 버스 좌석에 은근히 물들어가는 단풍을 쳐다보며 가을의 낭만을 모처럼 느꼈다. 임기마을까지 마을 버스가 달려온 시간은 20분 정도. 종점에서 내려 임기 마을 회관 앞을 지나 개울가를 따라 이어진 산행로로 접어 들었다.  

철마산묘법사 ⓒ 김찬순

  흙냄새 나는 임기 마을의 가을의 공기. 정말 좋았다. 공기 속에 낙엽 냄새가 물씬 났다. 산행길에는 감나무가 많았다. 가을의 단풍이 은은히 물들어가는 것이 가을 불길 같았다. 저 멀리 울산 시가지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형과 나는 철마산 오르는 길에 만난 묘법사를 구경했다. 탱화가 아름다운 절이었다. 절은 역사도 그리 깊지 않고 가람도 그리 크지 않았지만, 경관이 뛰어난 자연 풍경이 묘법사를 그곳에 존재케 하는 것처럼 보였다.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보니 잘 익은 밤송이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철마산묘법사 ⓒ 김찬순

  산행로는 묘법사의 일주문(不二門)을 통해서 이어졌다. 산행로는 조금 가파르긴 했지만 점점 가을 색으로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숲과 기암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걷다가 되돌아보면서 다시 걸어올라가면서 뒤돌아보게 할만큼 전망이 압권이었다. 형과 나는 이정표가 있는 돌탑에서, 가져온 보온병에 커피를 타마셨다. 커피맛이 산맛이었다.   알고 보니 산행로는 범어사 역에서 임기마을 버스를 타고 오다, 입석마을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해도 되었다. 돌탑까지 올라오면 기묘한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다. 전망이 너무 좋아, 오륜대의 수원지 방향과 금정구 방면쪽으로 시가지까지 보였다. 전망대 바위에서 서봉 (577m)까지의 산행로는 철마산의 명품이라 자랑할만 하다.   우리가 서 있는 전망대 바위쪽으로 헉헉 거친 호흡소리를 내며 산을 올라오는 젊은 부부를 만났다. 우리 뒤를 따라 온 모양이었다. 신혼 부부로 보였다. 신부가 막내 형님을 보고 "어머 어쩜 이렇게 산을 잘 타세요. 실례지만 연세가 얼마나 되세요 ?"하고 물었다.   "나이요? 나이를 잊고 살아요. 그럼 젊어져요." 우리는 남은 커피를 건넸다. 신혼부부는 정말 커피 맛이 좋다고 "너무 부러워요. 우애가 정말 좋으신 거 같아요..."하고 말했다. 듣기 싫지 않았다. 우리 형제간은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우애가 좋다. 모두 막내 형의 자상한 역할 탓이다. 나는 마음 속으로 형님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산길을 재촉했다.   

철마산가는 길 전망 압권 ⓒ 김찬순


철마산 높은가 ?어머 정말 30대 같아요. 소리 듣다 ⓒ 김찬순



임기마을에서 묘법사 산행로를 통해 오르락 내리락 철마산까지 이어지는 산행로는 전망이 너무 좋아, 철마산 등산의 백미 같았다. 길의 오르내림이 반복되어 산행이 지루하지 않았다. 역시 산을 타는 제대로의 맛은 정상에 올라 세상을 발 아래 두는 것...   형님과 나는 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막내 형수가 새벽 일찍 준비해 준 김밥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살짝 데쳐 삶은 오징어 회 맛도 꿀맛이었다. 그리고 막걸리 한 통 나누어 먹는 맛도 '산맛'이었다.   산행로길을 끼고 도는 정관 방면의 기암절벽 등 경치가 정말 절경이었다. 시계가 약간 흐렸지만, 백운 공원묘원도 한눈에 들어왔다. 하산할 때는 임곡 방면으로 내려왔다. 하산길에는 가지에 휠 정도로 많이 달린 감나무 숲 만났다. 요즘 보기 드문 땡감나무숲이었다.   임곡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은은한 불길이 이는 듯 단풍이 불타고 있었다. 막내형과 나는 11월이면 멋지게 물든 철마산 단풍 산행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려왔다. 해는 짧아 산그늘이 짙어지고 있었다.  

가을철마산 ⓒ 김찬순



불타는단풍 ⓒ 김찬순

철마산전망 백미 ⓒ 김찬순

  무슨 일 푸른 산에 사느냐고요 대답 대신 히죽이 웃어보이나   마음은 저절로 한가로워라 ! 복사꽃 둥둥 물은 아득히 여기야 바로 딴세상인걸 <산중문답>-'이백'








물 속의 철마산 ⓒ 김찬순



덧붙이는 글 범어사 지하철 역에서 임기 마을가는 마을버스 2-2 번을 타면 종점이 임기마을이다. 산행은 임기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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