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가치가 3조5000억원밖에 안 된다고?
세외수입 5909억원은 지분 16.3% 해당... 조정식 "헐값매각"
▲ 2010년 정부 예산안 세외수입에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대금 5909억원이 포함돼 있다. ⓒ 오마이뉴스
국가의 관문 인천공항의 헐값매각 의혹이 '현실'로 나타났다.
18일 조정식(경기 시흥을,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0년 예산안 세입항목에 '인천공항 지분 매각대금'으로 잡혀 있는 '5909억 원'은 인천공항 지분의 16.3%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드러난 비밀 '세외수입 5909억 원'... "탕진한 국고 메우러 헐값매각"
2010년도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교통시설 특별회계' 중 '공항계정'에 '유가증권 매각대금 5909억 원'을 포함시켰다. 이것이 세외수입으로 잡힌 인천공항 지분 매각대금이다.
하지만 5909억 원이 계획 중인 매각 지분 49%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는 19일 인천공항 국정감사를 앞두고 5909억 원의 산출 근거를 "인천공항 매각 대상 지분 49%의 1/3을 주식가치 5000원 기준으로 산출했다"고 밝혔다.
즉 인천공항 지분 매각 대금 5909억 원은 계획 중인 매각 지분 49%에서 16.3%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는 것. 인천공항노조 등에서 이채욱 사장의 발언을 바탕으로 추정했던 10%보다 높은 비율이다.
결국 정부는 인천공항의 가치는 3조5000억 원으로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인천공항의 장부상 순자산가치(4조1000억 원)이나 공시지가를 반영한 순자산가치(7조7000억 원)에 못미치는 금액이다. 당연히 '헐값매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장부상 순가산가치 4조1000억 원과 공시지가를 반영한 순자산가치 7조7000억 원을 주식으로 환산하면, 각각 주당 5666원과 1만610원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인천공항 가치를 주당 5000원으로 계산해 지분을 매각하려고 했기 때문에 '헐값매각'이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인수자는 최고 두배 이상의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셈이다.
국토해양부는 "기획재정부에서 국가 전체적인 재정수입을 감안해 인천공항사의 지분가치를 단순 계산한 추계치"라며 "실제 매각대금은 매각의 방법, 시기, 물량 등이 결정된 이후에 산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정식 의원은 "이것은 지금까지 인천공항 민영화의 필요성을 '경쟁력 강화' '3단계투자비 확보'라고 밝혀왔던 주장이 모두 거짓임을 실토하는 것"이라며 "부자감세와 4대강 퍼붓기로 탕진한 국고를 메우려고 인천공항을 헐값에 팔아넘긴다는 국민적 우려가 사실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 의원은 "정부는 지난해 강만수 장관시절 인천공항 지분의 15%를 공항운영업체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며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지분매각량 16.3%가 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갈수록 의혹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비 문건 "비영업자산 국고환수 후 감자"... 자산가치 의도적 축소 의혹
게다가 인천공항은 지분을 헐값으로 매각하기 위해 자산가치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조 의원이 공개한 지난 3월 16일자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영진단 및 경영구조 개선 용역 추진계획문서'라는 대외비 문건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시가 평가시 자산/자본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비영업자산 국고환수 후 감자 등의 조치를 고려."
이와 관련해 조 의원은 "인천공항의 자산가치를 의도적으로 축소해 투자자를 끌어들이겠다는 발상에 우리 국민 누가 동의할지 의문"이라며 "현재의 용역이 인천공항 자산가치를 줄여 투자자 수익을 늘려주기 위한 방안 짜내기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의원은 "비영업 자산에는 인천공항 주변 도로를 포함하여 배후부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모두가 인천공항을 위한 필수시설인데 이제 와서 관리부담을 다시 국민세금으로 때우고 외국 투자자 좋은 일만 시킨다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비영업자산을 국고로 환수하고 수익이 나는 공항청사만 외국 투자자에게 넘긴다는 것은 부담은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고 이익만 투자자에게 나눠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따졌다.
인천공항은 지난 2월 '매킨지 인코퍼레이트디'에 의뢰한 지분매각용역(30억 원)을 지난 9월 초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감 이슈화'를 피하기 위해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10월 말로 연기했다.
맥쿼리그룹 인천공항 인수설 더욱 짙어진다
이와 함께 인천공항의 지분 매각이 지난해부터 인천공항 인수설이 끊이지 않았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펀드인 맥쿼리그룹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실마리가 포착됐다.
앞서 언급한 인천공항 대외비 문건에는 '민영화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 선정 기준'이 다음과 같이 제시돼 있다.
"인천 국제공항의 최적의 투자자는 단순히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이 아니라 공항의 장기적인 발전에 기여하고 동참할 수 있는 전략적파트너임. 공항운영업체나 인프라 운영업체들이 예가 될 수 있음."
이는 지난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강 장관은 지난해 8월 11일 국회 공기업 대책특위에 참석해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공항 관리회사 같은 곳의 자본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공항에 지분 82%를 투자한 곳은 다름아닌 맥쿼리그룹이다.
또한 정종환 장관은 지난해 10월 인천공항 국정감사에서 "인천공항 지분 매각 대상에 맥쿼리그룹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 의원은 "강만수 전장관의 발언과 인천공항공사 용역계획서 모두 인천공항 민영화가 맥쿼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맥쿼리는 호주 시드니 공항 투자업체이자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국내 SOC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업체로서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인 공항운영업체, 인프라 운영업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고 "더구나 가격을 중시하지 않겠다는 언급은 '국부 유출'이라는 국민적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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