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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성적 차이 꼭 비교해야 하나요"

[인터뷰] 13~14일 일제고사 거부했던 창원 북면초교 6년 강새봄 학생

등록|2009.10.18 20:33 수정|2009.10.18 20:33
"나는 일제고사가 싫어요. 왜냐하면, 각각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공부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줄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지난 13일과 14일 실시된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과 '보따리학교'를 다녀온 강새봄(13, 창원 북면초등학교 6년) 학생이 한 말이다.

▲ 창원북면초교 6년 강새봄 학생. ⓒ 윤성효

이번 일제고사는 전국 초등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졌다. 북면초교는 체험학습한 학생을 무단결석 처리했는데, 강새봄 학생은 중학교에 가서도 무단결석해야 한다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일제고사 치기 전 학교는 어떠했는지에 대해 물었더니, 강새봄 학생은 "일제고사 연습밖에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일제고사를 치면 전국의 학교 등수가 나오는데, 우리 학교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죠. 그리고 일제고사를 대비한 시험도 많아져서 우리는 스트레스가 쌓였습니다. 일제고사가 다가오자 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일제고사 연습 밖에 안 했으니까요.

나는 일제고사를 치기 전처럼 친구들이랑 의논해서 하는 수업이 좋아요. 그래서 이틀이나 무단결성을 해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나는 일제고사를 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강새봄 학생은 일제고사를 치지 않는다고 담임교사와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했다. 반응은 어떠했을까.

"학교에는 시험 치기 싫어서 체험학습 간다고 했지요. 담임선생님께서는 초등학교 때 생활을 평가하는 좋은 시험이라고 설득하셨습니다. 저는 그냥 안 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친구들의 반응은 달랐어요. 부럽다는 친구들도 있었고, 일제고사가 어떤 시험인지 잘 모르는 친구들은 시험 안 친가고 놀리기도 했어요. 우리 학교에서 이번에 일제고사를 안 친 학생은 저 혼자뿐인 것으로 압니다."

▲ 강새봄 학생은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지난 13일 경남교육연대가 마련한 체험학습에 참여했다. ⓒ 경남교육연대

강새봄 학생은 첫날 경남교육연대가 마련한 현장학습에 참여했다.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온 다른 학생들과 함께 마산 진전면에 있는 '부재산방'에서 농촌 체험활동을 벌였다.

학생들은 고구마를 켜고, 볏짚 뒤집기, 꽃잎으로 천 물 들이기, 떡메치기 등을 체험했다. 강새봄 학생은 "재미있는 농촌 체험이었다"면서 "저랑 말이 잘 통하는 언니도 새로 사귀고, 저희들이 만든 인절미도 맛있게 먹었지요"라고 말했다.

"일제고사를 치는 거랑 비교도 안 되게 재미있는 하루였지요. 거기 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둘쨋날은 보따리학교에 갔다. 보따리학교에 대해, 강새봄 학생은 "농가체험과 저희들이 정한 뭔가 의미있는 공부를 하는 인터넷 학교"라고 소개했다. 강새봄 학생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기회가 되면 보따리학교에 다녀오기도 했다.

강새봄 학생이 간 보따리학교는 울산. 창원에서 혼자 버스를 타고 울산까지 갔다가 보따리학교에 참여한 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마침 지난 14일 '워크나인(Walk9) 한국순례'가 울산에서 있어 참가했던 것. 일본과 캐나다 등 외국인들이 대거 참여한 '워크나인 한국순례단'은 이날 울산 북구에서 시작해 평화와 화합을 다지며 태화강을 따라 걸었다.

"이전에도 보따리학교에 간 적이 있어 자주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는데요. 보따리학교 가을 프로그램 일정이 '워크나인'에 참가하는 것인데, 마침 일제고사 둘쨋날 일정이 울산이어서 참석했던 거지요. 보따리학교 친구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홈스쿨'하기에 시험과 거리가 멀지요. 일제고사 치지 않고 왔다고 하니 '잘했다'고 하더라구요."

"태화강변을 걸었는데, 땅이 걷기에 좋았고 날씨가 시원해서 괜찮았어요. 그런데 오래 걸으니 다리가 아팠어요. 점심을 먹고 나서 보따리학교는 워크나인과 헤어졌어요. 저는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창원으로 해서 집으로 돌아왔죠. 보따리학교는 갈 때마다 고생스러운데, 저는 왜 맨날 가는지 모르겠네요."

강새봄 학생은 일제고사를 치지 않고 체험학습과 보따리학교를 다녀왔는데, 학교에서 이틀 동안 무단결석 처리되었다. 그는 "재미 없고 스트레스만 쌓이는 일제고사는 빨리 없애야 한다"면서 "중학교 가서도 또 무단결석을 해야 한다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무단결석 처리에 불만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강새봄 학생은 불만이지만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무단결석은 말을 하지 않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저는 사전에 학교에 말을 했지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말 안하고 빠진 것인 무단결석으로 처리한다고 하대요. 사전에 사실 고민을 많이 했지요. 처음에는 그냥 빠지는 것인 줄 알았는데, 무단결석이라는 뒤에 대학 갈 때도 안 좋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고민이 됐지요. 그래도 안 좋은 시험을 칠 수는 없는 거 잖아요."

이틀 뒤 학교에 갔더니 친구들은 "뭐했느냐"고 물어보더라는 것. 강새봄 학생은 "그 날이 졸업앨범 촬영하는 날이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는데, 학교는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제고사는 문제가 많다고 치더라도 자신의 공부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해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자신은 보통 정도로 공부한다고 한 강새봄 학생은 교육 관계자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정도의 대답을 했다.

"궁금하기는 하죠. 그런데 일제고사를 쳐 봤자 어차피 서울 강남의 돈 많은 집의 자녀들이 받는 성적과 경남과 같은 농촌지역이 받는 성적은 차이가 날 것은 뻔하잖아요. 그런데 왜 굳이 비교해야 하나요. 친구랑 비교하기 위해서는 경쟁해야 하는데, 그러면 친구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것도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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