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통영거제 학살, 정적 제거위해 불법살해 하기도"

진실화해위원회, 통영거제 민간인 학살사건 밝혀... 경찰-CIC 등에 의해 희생

등록|2009.10.20 12:33 수정|2009.10.20 12:49
한국전쟁 전후 경남 통영·거제지역에서 수백 명의 민간인이 경찰과 CIC(미 육군 소속 방첩부대)에 의해 불법적으로 희생된 사실이 국가에 의해 밝혀졌다. 20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는 통영거제지역 희생사건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냈다.

진실화해위는 <판결문>과 <군법회의 판결 심사자료>, <수사 및 공판 기록> 등에 대한 자료조사, 신청인과 생존자, 당시 헌병대 문관, 통영경찰서 경찰 등의 진술을 통해 사건 경위를 조사했다.

▲ 군법회의 판결자료인 '민간인 4명에 대한 살인 및 무고 피고사건 판결에 대한 심사건의의 건' 표지. ⓒ 진실화해위원회


통영거제 희생사건은 1947년 8월부터 1950년 9월까지 민간인들이 부역혐의, 국민보도연맹원과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경찰과 국군에 의해 집단희생된 것을 말한다.

진실화해위는 "일부 지역에서는 CIC 분견대장이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이들을 모함하면서 고문· 취조를 하고 범죄사실을 날조하여 불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통영·거제경찰서 경찰과 국군16연대, 헌병대, CIC, 해군G-2, HID 등에 의해 통영 광도면 무지기고개, 통영 한산도 앞바다, 거제 가조도 앞바다, 거제 지심도 앞바다 등에서 집단희생 되었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173명으로 통영 54명, 거제 119명이다. 진실화해위는 "이는 진실규명 신청이 접수된 사건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라며 "조사과정에서 통영과 거제 지역에서 각각 800~900명이 희생되었다는 자료와 진술을 통해 볼 때, 실제 희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1947년 8월 거제시 연초면 다공리에서 주민 3명이 보리공출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가 사살 당했다. 또 거제시 연초면, 하청면, 장승포읍 등 주민들은 1949년 거제에 진주한 국군 제16연대 등에 의해 빨치산에 협조한 혐의로 고현동 독봉산 등에서 총살을 당했다.

통영지역에서는 1950년 7월 중순부터 최소 110여 명의 국민보도연맹원들이 통영경찰서 유치장과 통영극장, 봉래극장에 연행되었다가 1950년 7월 26일경 광도면 안정리 무지기고개에서 총살을 당했다.

거제지역에서는 1950년 7월 15일경부터 24일까지 최소 260여 명의 국민보도연맹원들이 거제경찰서로 연행되었다가 일부는 석방되고 나머지는 1950년 7월 26일부터 지심도 앞바다에서 수장을 당하였다. 또 1950년 9월 10일에는 인민군에게 협력했다는 이유로 광도면 안정리 마을 주민 상당수가 마을 치안대에 의해 마을 입구 다리 밑에서 타살 당하기도 했다는 것.

진실화해위는 "육군본부(법무감) 문서(민간인 4명에 대한 살인 및 무고 피고사건 판결에 대한 심사건의의 건, 1951년 2월 28일)에 따르면, 희생자 중 일부는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희생되기도 하였다"면서 "당시 CIC 거제도 분견대장은 우익인사 2명을 모함할 목적으로 고문취조하고 범죄사실을 날조하여 1950년 8월 19일 통영군 일운면 지심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 살해했다"고 밝혔다.

또 진실화해위는 "거제경찰서 사찰주임은 CIC, 해군 G2, HID 소속대원들과 회의를 통한 공모로 당시 감정적 대립상태에 있던 대표적인 우익단체인 거제 국민회 재정부장을, '경찰이 매수당해서 일을 못한다'는 내용 등을 퍼트렸다고 날조하여 1950년 7월 27일 새벽 1시경 통영군 일운면 구조라 해상에서 살해하기도 했다"고 발표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으로 인해 당시 통영공립수산중학교 교장과 반민특위 위원도 희생되었으며, 통영 반공단장과 자유당 중앙위원, 대한청년단 간부 등 상당수의 우익인사들도 피해를 본 것으로 밝혀냈다.

진실화해위는 "통영․거제지역의 희생자들 대부분은 국민보도연맹 가입자로 알려졌지만, 일부 주민들은 가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가입자라 하더라도 강제로 가입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도연맹 가입 이전에 분위기에 휩쓸려 좌익 관련 단체에 가담했던 농민들이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의 공식사과, ▲위령사업 지원, ▲유해발굴과 유해안치장소 설치 등을 권고했고, 군인과 경찰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도 권고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