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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재현한 토판염, 사라질 위기

국내 최대 소금 생산지 증도 태평염전을 가다

등록|2009.10.21 11:20 수정|2009.10.21 11:20

▲ 국내 최대의 신안 증도 태평염전. ⓒ 임현철


"바다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산 위에 소금이 날까?"

몇 년 전 남아메리카 페루 고원지대에서 소금을 보며 되게 놀랐었다. 당시, 지각 변동의 결과로 치부하고 말았었다. 하기야 바다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직접 본 적이 없었으니 그럴 만 했다.

그러다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전남 신안군 증도 소금밭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천일염 생산 과정을 직접 보기 전까지 그저 멋스럽고 신기하게만 여겼었다. 바닷물을 끌어 들여 증발시켜 만든다는 천일염. 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소금 중 최고, 전통 재래방식으로 생산하는 '토판염'

▲ 갯벌을 막아 소금밭을 만든 염전에는 삶이 녹아 있었다. ⓒ 임현철


증도 염전은 1953년 한국전쟁 피란민을 정착시키기 위해 물이 빠지면 건너다니던 전증도와 후증도 사이 갯벌에 둑을 쌓아 염전을 만든 것에서 출발한다. 증도 태평염전은 여의도 2배 면적인 462㎡(140만평) 소금밭에서 우리나라 소금 생산량 6%, 연간 1만6천 여 톤을 생산한다.

바닷물이 소금으로 변하기까지 과정은 크게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 등 3단계로 구성된다. 개펄을 막아 만든 저수지는 수문을 통해 들어온 바닷물을 저장한다. 이 물은 수로를 통해 증발지에 보급돼 태양열과 바람에 의해 염도를 높인 후 결정지로 보급된다.

결정지로 보급된 물은 당일 소금 결정체로 만들어 채염 후 6개월 간 창고에서 간수를 뺀 다음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팔린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소금을 생산하기까지 20~25일 정도가 걸린다.

이렇게 생산된 천일염은 생산지 바닥에 고무 장판을 깔았나, 토판(개펄)이냐에 따라 장판염과 토판염으로 구분된다. 전통재래 생산방식인 토판염은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그렇지만 "사라졌던 토판염을 2007년 어렵사리 재현했으나, 장판염에 비해 공과 인원이 배로 들어 사라질 위기"라고 한다. 태평염전 정구술 차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좋은 소금은 약이고, 나쁜 소금은 독이다"

▲ 좋은 소금 등에 대해 말하는 정구술 씨. ⓒ 임현철


- 좋은 소금은 어떤 소금인가?
"좋은 소금은 약이고, 나쁜 소금은 독이다. 좋은 소금은 좋은 햇볕과 좋은 바람과 좋은 사람의 혼이 깃든 노력의 결정체다. 천일염 중 최고인 토판염은 흰백색이라기보다 약간 검은 우유 빛을 띤다. 결정체 입자는 3~4mm 크기로 육각형이다. 소금 맛을 봤을 때 첫 맛은 자고 끝 맛은 조미료 맛이 나는 게 좋은 소금이다."

- 소금밥 경력은 몇 년 됐는가?
"올해로 25년째다. 어려서부터 염전이 놀이터였고, 지금은 내 삶터다. 여기에 매달리느라 친구들도 제대로 만나지 못한다. 그러니 집안 대소사를 챙기기가 쉽겠나?"

- 유일하게 전통 재래 생산방식인 토판염을 생산한다는데 생산이 그렇게 어려운가?
"천일염 생산은 한 해 농사와 비슷하다. 사라졌던 토판염을 2007년 어렵사리 재현했다. 그러나 장판염에 비해 노력과 인원이 배로 드는데, 생산량은 1/10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토판염 생산에 2개 판(1개 판은 약 12000평)을 운영하고 있다."

- 천일염 시장 사정은 어떤가?
"우리 것은 30㎏ 1포대에 7천원인데 중국산은 3천원이다. 경쟁이 안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소 12000원은 돼야 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 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이에 대한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어쩔 수 없이 함초소금, 해조소금, 죽염, 3년 묵은 천일염 등으로 제품을 특화했다. 또 소금박물관과 염생식물원, 우리 소금 지키기 체험 등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을 맞고 있다."

우리네 천일염은 중국산에 밀려 이미 정리될 업체는 정리된 상태지만 아직도 고전 중이었다. 그나마 운영을 위해 체험관광 위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착한 먹거리를 착한 소비자가 이용하는 '우리 소금 지키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소금을 얻기 위한 대패질. ⓒ 임현철


덧붙이는 글 다음과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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