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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김봉두'에게 묻다. 나홀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방담] '나홀로 6학년' 제자들과 '더불어 졸업여행' 온 선생님들

등록|2009.10.24 13:58 수정|2009.10.26 09:54

▲ 오마이뉴스 주최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학생들을 참석시킨 인솔교사들이 23일 밤 경기도 강화군 오마이스쿨 강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선생 김봉두>란 영화, 흐뭇한 '그림'이 떠오른다. 폐교 위기를 맞은 전교생 5명 밖에 되지 않는 분교에 부임한 선생님, 순박하기 그지없는 제자와 마을사람들. 그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더욱 감동적이던 '내 어린 날의 학교'란 노래까지.

그런 '그림'을 기대했다. 전교생이 2명 밖에 되지 않는 학교, 섬마을 선생님들도 있었다. 나홀로 6학년' 제자들과 함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가한 선생님은 모두 다섯 분. 캠프파이어까지 모두 끝난 밤 10시가 넘어서야 '진짜 김봉두 선생님들'을 한 자리에 모셨다.

그리고 '나홀로 학생들의 선생님으로 사는 이야기'를 청했다. 무척 피곤할 것이 분명했지만, 그래도 '딱 한 시간만' 약속했다. 턱없는 말이었다. 진짜 이야기를 어떻게 한 시간 만에 담아낼 수 있을까. 결국 무리한 '방담'은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끝나고 말았다.

당연히 기대했던 '그림'도 나오지 않았다. 밥 차려야지, 설거지해야지, 김봉두 못지 않은 이야기에 웃음도 간간이 터져 나왔지만,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였다. 대신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자로서의 치열한 고민과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이 땅 대부분 선생님들이 또한 그러한 것처럼.

"처음 부임한 학교였는데, 폐교된다니 마음 아파"

상대적으로 젊은 선생님들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김용호 선생님은 27세, 교편을 잡은 이래 지금까지 4년 동안 줄곧 전북 부안 보안초등학교를 '지켰다'. 김진아 선생님도 젊었다, 28세. 전북 완주 청완초등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이제 8개월.

▲ 김용호 전북 부안 보안초 교사. ⓒ 권우성

- 첫 부임지가 학생 숫자가 참 적은 곳이다. 당황했을 텐데.
김용호 "처음 왔을 때는 전교생이 36명이었다. 이제는 2명이니,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매년 지켜 본 셈이다. 내년 폐교가 거의 확정된 상태다. 처음 부임한 학교가 폐교된다고 하니 마음이 참 아프다."

김진아 "물론 놀랐다. 그래도 아이들 숫자가 적으니, 그만큼 파악이 쉽고 가르치기 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책임감이 더 따르는 것 같다. 학생수가 많으면 자기들끼리 보고 배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니까."

다른 선생님들은 어땠을까. 김현석(37) 선생님은 교편을 잡은 지 올해로 13년, 전남 신안 지도초등학교 선치분교에는 2008년 부임했다. 같은 학교 어의분교 강기봉(34)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친 지 3년, 목포 유달초등학교 달리분교에서 온 신동렬 선생님은 6년을 맞고 있다.

"아이들과 라면도 끓여먹고, 삼겹살도 구워먹고"

김현석 "교사 생활 13년 만에 자원해서 부임했다. 생각했던 모습은 아니더라. 무엇보다 생활적인 문제 때문에 힘들었다. 부임 첫날부터 보일러가 고장나서 냉방에서 잤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함께 간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벌레를 굉장히 무서워하는데 지네에 대한 공포감도 컸다(웃음)."

<선생 김봉두>를 봤냐고 물었다. 한결같이 그렇다고 했다. 혹시 자신들의 이야기 같지 않았냐고도 물었다. 이번에는 '웃음'이 돌아왔다. 신동렬 선생님이 "그렇게 대충은 안 한다"는 말로 '웃음'을 대변했다.

▲ 신동렬 전남 목포 유달초 달리분교 교사. ⓒ 권우성

- 그래도 도회지 학교에서 겪을 수 없는 모습들이 있기 마련인데?

신동렬 "함께 식사를 해결한다. 아이들과 라면도 끓여먹고, 텃밭에서 기른 상추와 쑥갓에 삼겹살을 싸서 함께 먹는 것이 무엇보다 즐겁다."

강기봉 "점심 먹고 함께 무화과를 따먹으러 간다거나, 밤을 줍기도 한다. 대나무로 활을 만들어 함께 놀고, 그렇게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여는 모습도 발견한다. 상상만 했던 일들이 가능하다. 무궁무진하다."

기대했던 '그림'들이 순조롭게 나왔다. 김용호 선생님은 쿠키를 구워주고 도너츠도 만들어 먹었다고 했고, 김진아 선생님은 "연극이나 실험을 할 때면 한 사람이 두 세 명 몫을 해야 한다"며 "흥부전 연극을 할 때 한 학생이 흥부와 놀부 마누라 역을 맡았던 적도 있다"고 했다. 웃을 수만 없는 이야기.

잡무에서 해방된 줄 알았는데 "밥 차려야지, 설거지해야지"

- 방금 '영화 <선생 김봉두>가 자신들 이야기 같지 않은가'란 말에 모두 웃었다. 그만큼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뜻인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현석 "주변 분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다들 똑같이 이야기한다. 거긴 개인과외 하겠네? 대답 안 한다. 웃고 만다."

신동균 "복식수업(두 학년 이상의 학생들을 상대로 가르치는 형태)을 위해서는 정말 베테랑 선생님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 김진아 전북 완주 청완초 교사. ⓒ 권우성


강기봉 "시간이 많고 그래서 교재연구도 많이 할 수 있고 더 알차게 수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여자 선생님과 같이 있는데, 점심을 관사에서 해 먹인다. 나름대로 주간 식단을 짜고 열심히 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어떨 때는 굉장히 힘들다고 토로하더라."

김현석 "도시학교 있을 때는 잡무가 너무 많았다. 애들만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 소원이었다. 여기 오면서 진짜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헌데 도시에 없는 업무들이 많더라. 밥 차려야지, 설거지해야지(웃음), 쓰레기도 치워야지."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 없는 부담은 또 있다. '나홀로 학생'들이니 친구가 부족하고, 잠시 아이들을 맡아줄 '대안'도 학교 밖에서는 찾기 어렵다. 고스란히 선생님 몫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분교 아이들 하교시간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늦는 이유다.

부모만큼이나 깊이 알게 된 아이들, 그래서 일일이 고쳐주려 했는데 …

- 반대로 장점도 있지 않겠는가.
김진아 "아무래도 엄마의 마음으로 식습관 등 기본 생활 자세 등 하나하나 다 지도하게 되더라. 우리 반 여자애가 아침마다 학교를 행복하게 온다고 엄마가 말씀하신다.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하는 아이들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

김용호 "우리 아이가 말수가 적은 편인데, 말하지 않아도 왜 그런지 안다. 도회지 같으면 애가 어느 정도 아는지 모르는지 신경도 못 쓰고 진도를 계속 나갔거나 그럴 텐데, 여기서는 모르는 눈치면 끝까지 할 수 있으니까."

▲ 김현석 전남 신안지도초 선치분교 교사. ⓒ 권우성


신동렬 "분교라서 받는 혜택도 있다.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 체험학습 때문에 수업일수가 딸릴 정도다. 방과후 학교에서 플루트를 가르치고 있는데, 목포교육청에서 개인마다 다 사주더라."

김현석 "아무래도 학생 숫자가 많은 곳에서는 일정 부분 포기하게도 되지만 건질 수 있는 아이도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는 한 명이 안 되면 다 안 되는 것이다.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래서 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답답하고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는 아이들을 부모만큼이나 깊이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일일이 고쳐주려고 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됐다. 아내 덕분이다. 얼마 전까지 학교에서 아내와 함께 근무했는데, 작년에 나에게는 잘 다가오지 못했던 아이가 집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이 보이더라. 가끔은 모른 척 해 주는 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배웠다."

'나홀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더 단단해진 선생님들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와의 '밀도'는 학생수가 많은 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그래서 뻔히 보이게 마련인, 도회지 학교 한 학급과 맞먹을 정도의 애정을 쏟은 제자의 '문제'를 모른 척 한다? 선생님들 역시 '나홀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치열하게 배우고 있는 셈이다.

- 교육의 의미 또는 교육자로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란 생각이 든다.
김진아 "국어 못해도 수학 잘 할 수 있고, 공부 못해도 노래를 잘 할 수 있지 않나. 아이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주면 숨어 있는 내재력 또는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잘하는 것을 잘 하게 도와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김용호 "아이들 안에서 행복한 교사가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행복해야지, 아이들한테 주는 애정도 많을 테니까. 그래서 항상 좋은 기분으로 수업하려고 노력한다."

신동렬 "아이들이 교사를 닮아간다고 하지 않나. 가끔 무심코 한 말이나 행동을 아이들한테 볼 수 있더라. 아이들에게 좋은 거울이 되고 싶다."

김현석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교육이란 말을 요즘 참 실감한다. 열정이 참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그것만이 아닌 것 같다. 교사의 방향, 교육방향, 교육관이 더불어 갖춰져야 성공하지 않을까. 한때 교육에 눈떴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초임교사로 돌아온 기분이다."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준 것 같아 미안"

▲ 강기봉 전남 신안 지도초 어의분교 교사. ⓒ 권우성

강기봉 "초등학교 때 생각해보면 친구나 형 같은 선생님이 좋았다.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최근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 위에서부터 선생님의 권위가 많이 없어진 상황 아닌가. 선생님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형성된다면, 아이들도 친구처럼 대하면서도 선을 지킬텐데."

선생님들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였다. "결혼 선호대상에 여교사가 오르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는 선생님도 있었다. 존중받아야 할 선생님들을 '밥그릇'으로 여기는 것 같아 그렇다고 했다. 그런 사회로 한 발짝 나아가는 제자들에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김진아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았으면 좋겠어."
김현석 "공부는 네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남을 주기 위해 하는 거다."
신동렬 "다른 사람 말을 잘 들어줄 알고, 너만의 행복을 찾길 바란다."
강기봉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준 것 같아 미안.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김용호 "다들 믿고 있으니까, 자기 꿈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길."

- 역시 1등 이야기는 없네요?
신동렬 "1등은 저희를 기억해주지 않습니다(웃음)."

▲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방문한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석한 학생, 학부모, 인솔교사들에게 김병기 본부장이 회사 소개와 시민기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제2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 첫 여행지는 오마이뉴스 사무실이었다. 김병기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은 환영인사를 통해 "조촐하게 마련한 졸업여행에 바쁜 와중에 참가해주신 부모님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학생들에게는 "친구를 사귄 걸로 끝나지 말고 서로 편지도 하고 만나기도 하고 좋은 우정 계속 간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 행선지는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박물관. 이곳에서 초중고 관람객을 교육하는 최혜랑(여·57) 에듀케이터는 약 한 시간 동안 '나홀로 6학년'들과 시간을 보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반응이 참 좋더라. 참여도나 집중도가 뛰어났다"면서 "다만 상대적으로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강화평화전망대를 거쳐 광성보까지 돌아본 학생들이 이동한 곳은 오마이스쿨. 일단 학생들은 '폐교'라는 이야기에 실망한 기색이었다. 한 아이는 "무슨 폐교에서 자냐"며 불만 어린 목소리로 말하기도. 허나 학교 내부에 들어선 아이들은 연신 "야" 또는 "우와"라는 탄성을 발하면서 오마이스쿨 시설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오마이스쿨 강당에서 이어진 장기자랑은 그야말로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승원·최지희 학생 진행으로 첫 무대는 허성종·박호환 학생의 비트박스가 장식했다. 우희정 학생의 오카리나 연주, 강하영 학생의 플루트 연주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친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것은 '함께 공연'. 조하영 외 5명(장윤수·조지운·박호진·김경민·최태산)의 '날 봐 귀순', 다시 조하영 학생을 필두로 8명의 어린이가 '무조건'을 부르며 안무를 선보여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더불어 졸업여행' 마지막 밤, 역시 캠프파이어가 타올랐다. 허성종군은 "지금 만났으니 다행이고, 다시 만난다면 더 다행이겠다"면서 중학교 졸업식도 함께 하냐고 물었고, 장윤수군도 "친구들과 즐겁게 놀 수 있어 좋았다"며 "오늘밤에는 미치도록 놀아보자"는 말로 어른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여행소감을 밝힌 박호진군은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가다보니 친해졌다"며 "헤어지려니까 슬프고 아쉽다. 나중에 꼭 다시 만나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나홀로 6학년' 17명은 24일 참가 감상문을 작성하고 앞으로 함께 가꿀 블로그 운영방법을 배우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 23일 오후 경기도 강화군 광성보를 둘러보며 숲길을 걸어가고 있다. ⓒ 권우성


▲ 어느새 카메라에 익숙해진 아이들. ⓒ 권우성


▲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 권우성


▲ 견학보다는 친구랑 장난치는 것이 더 좋은 아이들. ⓒ 권우성


▲ 다정하게 숲길을 걸어가고 있다. ⓒ 권우성


▲ 강화도 광성보 숲길을 걸어가다 한 컷. ⓒ 권우성


▲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석한 학생들이 오마이스쿨 강당에서 장기자랑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권우성


▲ 장기자랑 시간에 플룻과 오카리나 연주를 하는 학생들. ⓒ 권우성


▲ 손에 손을 잡은 아이들이 모닥불 주위를 돌며 '더불어 졸업여행' 마지막 날 밤을 보내고 있다. ⓒ 권우성



▲ 오마이스쿨 운동장을 밝힌 불꽃놀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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