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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왜 외래어를 벗어나지 못할까?

[일본 간사이 지역을 찾아서 36]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제6차 연구발표모임

등록|2009.10.26 16:49 수정|2009.10.26 16:49

▲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제6차 연구 발표 모임을 마치고 회원 사진  ⓒ 박현국


10월 25 일 오후 2 시부터 교토 인타숙(대표 한성)에서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 지회 제6차 연구 발표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회원 9명이 참석하여 각자 준비해온 연구발표를 했습니다.

▲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장인 김리박 선생님이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첫 번째 발표는 지회장인 김리박 선생님이 모토오리노리나가(本居宣長)가 지은 고사기전(古事記傳)을 순 우리토박이 말로 읽은 작업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모토오리노리나가는 한자로 쓰인 일본 고사기를 순수 일본말로 읽는 시도를 했습니다. 비록 국수주의로 보일 수 있지만 일본어도 한자 없이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발표자 역시 모토오리노리나가의 정신을 살려 고사기전을 우리말로 읽는 시도를 했습니다.

요즘 우리말은 한자어, 일본말, 영어 등으로 더렵혀지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이것을 살려 쓰려고 하지 않고 외국말을 쓰면 유식해 보이고 잘나 보인다는 선입관으로 외국말을 많이 섞어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부끄러운일입니다. 우리가 우리말에 대해서 자긍심과 사랑을 가지고 사용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최근 광고용어나 간판 등에도 우리말에 영어나 한자를 섞어서 쓴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공기간에서 조차도 이러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이대로, 국어 기본법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한글새소식, 445, 한글학회, 2009). 이것은 괴상스러운 일이며 우리 스스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한성 회원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다음으로 한성회원이 신(神, 일본 발음, 가미)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신이 사용된 고대 문헌과 사용 예를 분석하여 이 글자의 뜻이 무속의 감응(感應)과 상통되고 감응은 신이 지상에 내려오고 인간의 혼, 혹은 모든 자연 현상 속에서 신비적인 힘으로서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한남수 회원입니다. ⓒ 박현국


끝으로 한남수 회원은 타동사 '두다'와 '놓다'의 의미상 차이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두다와 놓다는 거의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가려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놓다는 불을 놓다처럼 의미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여러 현상을 문학 작품과 여러 사전의 뜻 설명을 덧붙여 발표하였습니다.

이들 회원들의 발표는 일본 속에서 일본어를 사용하면서 살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우리 말을 살려 쓰려고 하는 몸부림이며 전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국에서도 우리말을 사랑하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한자말이나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을 살려쓸 수 있는가? 오래전에 우리말이 일본에 정착되어 지금까지 이렇게 사용되고 있다고 밝히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 현실은 오뢘지 현상으로부터 시작된 영어 열풍으로 우리말에 대한 사랑과 우리말에 대한 연구 노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한국을 들여다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처절한 역사적 아픔 속에서 독립운동의 하나로 우리말을 지키고 우리 겨레를 사랑했던 한글학회의 여러 노력이 작아 보이기만 합니다.

<참고문헌> 한글새소식, 445, 한글학회, 2009.9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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