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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소설에 경상도 사투리가 나오냐고요?"

[인터뷰] 나카지마 타이코 <지어도 돼?> 번역가 신유희

등록|2009.10.27 11:18 수정|2009.10.27 12:00

지어도 돼?30대 여자가 집 짓는 이야기 ⓒ 소담출판사

자기가 살 집을 스스로 짓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 30대 여자가 직접 집을 짓는 이야기, 건축가를 만나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새로 나왔다. 바로 "지어도 돼?"가 그것이다. 건축에 관한 소설이 반갑다.

책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을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번역한 번역가와 얘기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나카지마 타이코의 소설 "지어도 돼?"를 한국어로 옮긴 신유희 번역가와 24일 저녁에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번역 일에 대한 이야기와 소설 속의 집 짓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집짓는 여자와 번역하는 여자를 만나보자.

"새로운 분위기 작품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번역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전 이과 출신으로 일본 유학을 가려고 준비하다가 일본어를 배우게 되었어요. 무엇 때문에 그랬는진 모르겠는데 무작정 번역이 하고 싶더라구요. 처음에 출판사 공모를 통해 번역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성향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했어요. 할 때마다 새로운 분위기의 작품을 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같은 분위기의 작품들을 계속 하게 되면 다 같은 작품 같거든요."

-하루 몇 시간 정도 일하시나요?
"보통 책 한 권에 한 달 반이 걸리구요, 일어나서 잘 때까지 일을 해요. 하루에 어느 정도 분량을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초벌 번역은 하루만에 A4용지 열 장씩 팍팍 나가기도 하고, 꼼꼼히 할 때는 좀 더 적게 걸리고, 세 번 네 번 계속 다듬으니까요. 문장이 생각 안나면 하루종일 그거 생각할 때도 있고. 초벌 할 때에는 막히는 것은 놔두고 그냥 막 쳐요, 며칠 안에 칠 수도 있고, 일주일만에 칠 수도 있고 다 쳐 놓고, 그 다음부터 이제 새로 시작해 나가는 거죠. 한 페이지를 완전히 다 하고 넘어가고 전 그러지는 않구요."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하던데...
"최대한 그 작가 분위기에 맞춰서 하거든요, 하다보면 번역가 성격에 맞게 책이 똑같아지는게 싫어서요. 다시 말해 내가 없어지는 거죠. 원문에 따라서 이 작가이면 이 작가 원문에 충실하려고 하고, 그게 장단점이 있는게, 저는 문학 전공을 안했기 때문에, 제 문체가 건조하대요, 그런데 그게 또 좋은게 있다는 거예요. 객관적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본다는 평을 들어요. 처음에 그렇게 나가다가 뒤쪽에 가면 내 모습이 조금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어느 면에서는 남이 쓴걸 내가 옮겨주는 거니까 창작보다 더 힘든 면도 있죠."

"이게 중독인 건지 뭔지, 안 빠져들면 신경질 나요"

-원문과 번역문 사이의 고민은요?
"맛깔스럽게 옮겨야 하는데, 일본식을 그대로 번역하는게 참 많잖아요, 그것도 좀 그렇고, 머리가 맑을 때는 맛깔스러운 문장이 잘 생각나는데, 머리가 흐릴 때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문장이 생각나는거구, 집중력이 하루 종일 집중을 하니 먹는게 피와 살로 안가죠. 피동형, 수동형이 많아서 그것도 다시 옮기고, 완전히 문장을 만들어야 하지요.

사투리 많이 나오는 것들, 그것을 사투리를 표준어로 번역하는 것도 어렵긴 하지만, 옛날에 고베 사투리를 경상도 사투리로 거기서는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 경상도 사투리로 옮겼어요, 그것도 어려운데 어떤 사람들은 왜 사투리를 쓰느냐 싫다는 사람도 있고 좋다는 사람도 있고, 둘다 만족시켜 줄 수는 없지만, 사투리가 살아야 되니까요."

- 소설의 주인공과 감정 이입이 될 때가 있나요?
"많아요, 그럴 때. 화날 때 화나고, 눈물날 때 눈물나고 그런거. 그렇게 안하면 또 하기도 힘들구요. 안빠져들면 신경질 나요, 빠져들어야 재미가 있는데, 그런 감정이 들어야 딱 문장이 나오지, 그 재미인거 같아요. 그런데 저한테 제일 잘 맞는 직업 같아요. 그렇게 힘들다가도 이게 중독인건지 뭔지 며칠 안하고 있으면 아프고 걱정되고, 저의 적성에는 맞아요. 번역 회사를 차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일하는게 좋으니까 그런 회사를 차릴 생각도 없구요,"

"이런 경우에 이런 건 필요하고 이런 건 필요없겠다"

-30대 여자가 직접 집을 짓는 이야기라고 하던데, 집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하게 되나요?
"<지어도 돼?>라고 대화체로 제목이 되어있죠. 저도 제가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저도 번역을 하면서 나는 이런 경우에 이런건 필요하고 이런건 필요없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독자들도 그럴거 같아요."

-주인공이 집을 짓게 된 계기는요?
"주인공 마리는 직장도 재미없고, 남자친구도 없고, 그저 마흔이 되기 전에 결혼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날 트레이닝복 바람으로 쓰레기 봉투를 버리러 나갔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고, 그 순간 불쌍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요. 30대 여자들이 보면 많이 공감할 거예요.

나이든 이모가 노인홈으로 가겠다고 해서 그 집을 받게 되는데, 주인공은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언뜻 생각을 하게 되죠. 그래서 그 집을 팔고 대신 새로운 집을 교외에 짓게 되지요. 주인공은 '적극적이지도 활동적이지도 않은 내가 찾는 그것은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도 일로써 성공도 아닌 장소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라는 독백이 나와요."

-일본 소설 특유의 어떤 특징이 있나요?
"그렇게 치열한 장면은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맨송맨송하다고도 하지요. 로맨스도 없어요. 한국 소설은 다루는 이야기가 한정되어 있는데, 일본 소설은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다루는 이야기가 더 다양한 것 같아요. 작가는 시나리오를 주로 많이 썼는데, 방송작가로도 활동을 했고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지요. 한국에 번역된 작품은 <그여자 31살> 등의 작품이 있어요. 독신녀의 생활을 경쾌하게 그린 작품이지요."

-독신녀가 혼자 집을 짓기는 어땠나요?
"주인공 마리도 건축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죠. 모델하우스에 갔더니 독신 여자는 진지하게 상대를 안해주더군요. 대부분 집들이 가족 형태에 맞춰 있으니까요. 집을 좀 더 다양한 생활 양식을 가진 사람들에 맞춰 지으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그런 수요가 있으니까요. 요즘에는 독신 여자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주위에 보면 정형화된 가족 형태로 결혼해 살지 않는 특이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게 보통이 된 거죠."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집에 대한 느낌을 밖으로 계속 끄집어내게 되요"

-주인공은 건축가를 어떻게 만나게 되나요?
"마리는 어느날 선을 보게 되는데, 남자가 너무 깔끔한 나머지 게이로 오해하게 되죠. 그런데 그 남자가 건축가였던 거죠. 건축가 후쿠시마는 마리와 얘기를 나누면서, 마리의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집에 대한 느낌을 밖으로 계속 끄집어내게 되요. 이러한 건축가는 흔치 않죠. 보통 건축가들은 고객에게 예를 몇개 제시해주는 식으로 하니까요. 말하자면 이 둘은 죽이 잘 맞는 거죠.

재미있는 것은 그 건축 사무소에 일하는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개성이 있는 사람들로, 주인공은 마치 꽃미남 연예인을 키우는 연예 회사에 온 듯한 느낌을 받죠. 일반적인 건축사무소와는 사뭇 다르죠. 건축가 로버트 벤츄리가 지은 어머니의 집 이야기도 나와요. 작가는 티 스페이스라는 건축사무소의 자문을 받았다고 해요."

-마리의 집 설계를 조금만 알려주신다면요?
"집은 A동과 B동으로 작은 집 두 채를 짓기로 하고, 나중에 확장까지 염두해 두고요. 원통형과 네모난 건물이 연결되지요. A동은 계단만 있어요. 피곤한 몸으로 집에 오면 씻기도 귀챦으니 집에 들어올때 욕실을 거쳐 집안으로 들어가도록 설계를 하지요. 집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동원하죠."

-<그가 보낸 택배>라는 단편도 함께 있나요?
"예, 경쾌한 단편이에요. 헤어진 남자친구가 택배를 보내오는데, 택배가 온다길래 기대를 많이 하지만 전혀 다른 물건이 도착하는 재미난 이야기지요."

보통 사람들의 레고와 DIY

번역가와 얘기를 하고 나니 여자가 스스로 집짓는 소설이 반갑기도 하고, 소설 속의 스스로 집짓는 이야기는 집에 대한 상상을 마구마구 자극한다. 집을 스스로 짓는 것은 소설 속의 이야기이거나, 소수의 여건이 허락하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일까?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가까운 이야기일 수는 없을까? 집짓는 것도 레고를 가지고 만들 듯이 쉽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집은 우리가 늘 관계를 맺는 건축이다. 건축가 김진애의 "여자로 태어났으면 건축을 꿈꾸자"라는 책도 있는데, 이것을 "여자로 태어났으면 집을 짓자"라고 해도 이제 좋을 듯 하다.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어릴적 소꿉놀이 하던 것을 좀 더 생활 놀이의 경험에 더하여 전문가들의 도움과 약간의 DIY 놀이를 접목시킨다면 집짓기 놀이도 어렵기만 할 필요는 없을까? 집에 대한 재미난 상상과 재미난 레고 정신으로 구축해보자. 어린이도 어른도 만들자.

예를 들면, 아파트의 세대마다 골격만 고정되어 있고, 집안의 모든 벽은 가변형으로 하여 방의 위치와 크기도 언제든 바꿀 수 있고, 부엌의 싱크대와 화장실 설비를 DIY처럼 조금만 손을 보면 마음대로 위치를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집은 어떨까? 당신의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라. 계절마다 인테리어를 바꾸듯이, 계절마다 집을 바꾸어보자. 방도 2개가 되었다, 3개가 되었다 바뀐다.

운전면허 시험처럼 간단한 시험만 거치면 누구나 집을 설계하고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이런 것은 어렸을 때부터, 특히 청소년기에 직접 해봐야 한다. 그러므로, 집을 상상하고 지어보는 과목을 고등학교에 의무적으로 집어 넣는다. 사실 건축에는 모든 과목이 다 들어있다. 미술과 음악도 있고, 수학과 물리학도 있고, 역사와 사회도 있다. 영어와 불어와 국어도 있다. 예술, 과학, 인문학, 언어가 다 있다. 집에는 무엇보다 인생이 들어있다.

문학가의 시선으로 본 건축에 관한 책으로는 작가 마이클 폴런이 자신의 작은 집필 공간을 스스로 짓는 이야기를 쓴 "나 자신의 장소(A place of my own)"라는 책도 있다.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는 않았으나 곧 번역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지어도 돼?> 나카지마 타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소담출판사, 2009년 10월 12일 펴냄, 192쪽, ISBN 978897381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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