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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오줌발이 더 센가' 볼 수 있는 '오픈 화장실'

서울에어쇼 남자 화장실, 간단한 커튼 장치만 했어도 민망하지 않을텐데

등록|2009.10.27 11:10 수정|2009.10.27 11:10

▲ 볼거리가 많은 에어쇼, 그러나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 윤태


서울 국제 항공 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09(서울 에어쇼)가 지난 25일 엿새 동안의 그 화려한 막을 내렸습니다. 특히 주말에는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되고 전투기, 항공기 등이 곡예쇼를 해서 수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저도 일요일에 다녀왔는데요, 특히 전투기가 편대비행 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슬아슬하면서도 묘한 짜릿함이 느껴지더군요.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 괜히 민망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출구 쪽에 마련된 바로 남자 간이 화장실인데요. 화장실 문이 없어서 소변보는 남성들의 뒤태를 고스란히(?)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옆으로 수많은 인파가 들고나는 가운데 "누구 오줌발이 더 센가?"시합이라도 하듯 뒷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소변을 다 보고 끝마무리 하는 장면(?)까지 아낌없이(?), 진솔하게(?) 혹은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밖에 없는 '뒤태가 오픈된 화장실'의 모습은 많이 민망스러웠습니다.

▲ 너도 나도 오픈된 남자 화장실쪽으로 고개가 돌려진다. ⓒ 윤태


남자들도 수치심 느끼는데 왜 이리 무딘 걸까요?

그냥 저만의 생각이었다면 제가 괜히 민감하다고 하면 끝이겠는데요, 그곳을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반응을 잠시 살펴봤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시선이 소변보는 남성들의 뒤태에 꽂혀 있는 모습과 키득키득 웃으며 지나가는 여성들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남성들도 당연히 수치심 느끼고 어쩌면 불안해서 일이 제대로 보지 못하는 수도 있겠지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변보는 뒷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지나다닌다고 생각해 보면 당연히 불안하고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소변보면서 뒤돌아볼 수도 없고 특히 여성 관람객들이 신경이 좀 쓰였을 겁니다.

주최 측에서 간단한 커튼이나 발 같은 것으로 무릎 정도까지만 가려주는 센스만 발휘했더라도 사진에서처럼 민망하거나 일보는데 부담이 없었을 텐데 말이죠.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 오픈 남자 화장실을 쳐다보는 여성분 이외 화장실 앞에 여자분들이 서 있다(모자이크 처리), 아마 가족들이 남자 화장실에 간 사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일보기가 좀 뻘쭘해질수도 있다. ⓒ 윤태


사실 소변보는 남성들의 뒤태 모습은 이곳뿐이 아닙니다. 일반 건물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목욕탕, 사우나도 남탕은 손님이 드나들 때마다 문을 통해 얼핏얼핏 수건으로 물기 닦는 남성들의 벌거벗은 모습이 보이는 구조로 된 곳이 많습니다. 남자 화장실에 불쑥불쑥 들어오시는 청소하시는 여성분들(주로 아주머니)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논란이 있는 부분이죠.

화장실, 목욕탕, 사우나 등에서 이와는 반대로 여성들의 뒤태나 몸이 보이게 만든 구조는 사실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런 걸 언급하는 자체가 사실은 큰일 날 소리죠. 하지만 남성들은 상당히 많은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수롭지 않게 이런 것들이 노출돼 있습니다. 여성만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게 아닌데, 이 부분에서 왜 이렇게 남성들은 무디게 인식되는 건지 종종 의아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서울에어쇼 남성 간이 화장실 뒤태는 실망스럽습니다. 커튼이나 발 등 차단막을 부착, 설치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이 부분까지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번 에어쇼 부스 안에 들어가보면 대단히 으리으리하고 멋진, 최첨단 항공 우주 산업의 모습을 실물과 모형 등을 통해 잘 해놨습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이지요. 부스 안팎의 그 첨단산업의 화려함과 뒤태가 오픈된 허름한 남성 화장실의 모습은 극과 극으로 비교가 됩니다.

▲ 커튼이라도 간단하게 설치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민망하지는 않았을텐데.. ⓒ 윤태


▲ 계속 민망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 윤태


▲ 주최측의 간단한 배려만 있더라면 이렇진 않았을게다. ⓒ 윤태


▲ 정말 수많은 인파들이 이곳을 드나드면서 소변보는 남자들의 뒤태를 감상하고 있었다. ⓒ 윤태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같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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