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집권' 준비한 일본 민주당... 한국은?
민주당, 일본 민주당 배워야 내년 지방선거 이길 수 있어
일본 민주당의 정권교체
지난 8월 30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일본 민주당은 308석 vs. 119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로 집권 자민당을 누르고, 처음으로 실질적인 정권교체에 성공하였다. 총선 전에는 민주당 115석, 자민당 300석의 분포였는데, 말 그대로 완전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 민주당의 선거 승리에 대한 많은 분석기사들이 이어지고 있고, 심도있는 연구들이 시작되고 있다. 물론 단순히 선거 승리에 대한 원인을 찾자면, 자민당 집권에 대한 염증과 지도부에 대한 실망, 미국 선거의 영향, 선거 구도, 민주당의 노선과 준비된 후보군, 선거운동 캠페인 등등 다양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運七技三 (운칠기삼)
그런데, 선거라는 것이 속된 말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당사자가 좌우할 수 없는 바람과 흐름, 선거구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선거승리의 원인을 찾는 것은, 그 원인을 찾았다 해도 당사자로서 어찌해 볼 수 없는 요인들이 여럿 거론될 수 있다. 가령 자민당에 대한 염증도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민주당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시 '운칠기삼(運七技三)' 얘기를 하자면, 결국 우리가 연구하고 배워야 할 점은, '운칠(運七)'이 왔을 때, '기삼(技三)'이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는가 일 것이다. '기삼(技三)'이 아무리 잘 준비되어 있더라도 '운칠(運七)'이 오지 않으면 일이 성사되기 어렵고, 반대로 '운칠(運七)'이 다가왔는데도 '기삼(技三)'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세상 이치이다.
확실한 목표와 집중
일본 민주당은 오래된 정당이 아니다. 이전까지는 사회당이 제1야당이었다. 1990년대 초반 자민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자민당을 제외한 8개 야당이 연합하여 호소가와를 총리로 하는 연립정권을 구성했었다. 그러나 자중지란 끝에 다시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그 과정에서 사회당이 몰락하고 새로운 대안야당으로 창당된 것이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1996년 새로운 야당을 지향하는 제 세력이 모여 창당하였는데, 10년 안에 정권을 잡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 의지의 표시로 10년 후에는 당을 해산하기로 결의하였다. 2009년에 집권을 하였으니 3년 미뤄지긴 했으나 그 목표와 약속을 지켜낸 셈이다.
새로운 정치의 요체, 생활정치
민주당은 기존의 자민당과 관성화에 길들여진 야당들의 낡은 정치시스템에 맞서서 '생활정치'를 당의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혁신계 정당들도 자민당 정권의 성장제일주의와 관료시스템을 비판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일찌기 혁신계 사상가 쿠노 오사무가 지적했던 바대로 '생활로부터 정치를 바라보는 사람들'인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생활정치'를 기본 이념으로 내세우고, 민주당이 '생활자', '납세자', '소비자' 즉 그동안 기득권 구조로부터 소외되어 왔으나, 열심히 일하고 세금 내고 어려운 처지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정치적 대표'를 자임하였다.
착실한 승리와 통합을 통한 당의 확대
가나가와현에서 생활정치를 운동화하고 지방선거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역정당인 가나가와 네트워크를 포함했지만, 처음 창당한 1996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는 단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1997년 제1야당 신진당이 해체된 뒤 민주개혁연합세력 등을 흡수통합한 이후 민주당은 2000년 총선에서 127석, 2003년 177석으로 의석을 확대하였다. 비례대표 지지율에서는 자민당을 앞섰으며 2004년 참의원선거에서는 50대 49로 역전승하였다.
승리의 경험을 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는 버릇에 길들여지면 알게 모르게 부정적 시각이 습관화되지만, 작더라도 승리와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갖게 되고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60석을 확보하여 제1당이 되었으며, 마침내 이번 2009년 8월 중의원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에 이르게 되었다.
준비된 후보와 인재 양성
민주당은 2007년 오자와 당대표가 취임한 이래 3년 동안 적극적으로 선거에 대비한 진용을 갖추었다.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참신한 인물들로 일찌감치 공천후보자들을 사전에 결정해 놓고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일부 자민당 거물이 출마한 지역에 젊은 여성후보들을 '표적공천'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민당의 '세습' 의원에 맞서 참신한 인물들을 일찌감치 내정해서 준비시켰다고 한다.
이 점은 한국 정치권에서도 반성적으로 생각해 볼 대목이다. 우리는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정치 인재를 키우는 데 인색하다. 선거가 임박해서야 '지명도 있는 유명인사'를 영입하려고만 한다. 가능성을 보고 인재를 키우기보다는 저절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편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선거에 대비해서 인재를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정당이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그 점에서 우리 정당들은 평소에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특히 민주당은 어떠한가?
확실히 다른 선거운동, 매니페스토
대부분의 정당과 정치권은 이구동성으로 정책선거를 부르짖는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닥쳐오면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에 열중한다. 아마도 쉽고 간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책과 매니페스토는 짧은 선거기간 동안 준비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연구되고 반복적으로 캠페인을 해야하는 데 비해, 네거티브는 손쉽게 누구나 부르짖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생활정치연구소 김진국 운영위원은 "돈과 조직을 통한 선거도 마찬가지다.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잘 준비된 조직과 돈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이 후보 입장에서 고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고, 가급적이면 고생을 면해보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선거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세습과 장기집권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런 시스템 자체를 혁신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 그 자체가 잘못된 선거운동이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민주당의 매니페스토는 여러 가지 의제들을 선정하고, 당의 가치와 철학에 비추어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와 일정(즉, 로드맵)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개개의 정책들이 다 유효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냥 허투루 내세우는 공약이 아니라는 인식만은 확실하게 심어주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선거방식이다.
정권교체는 실현되었다. 이제 일본은 어떻게 정권을 운영할 것인가라는 초유의 문제를 두고 씨름해야 할 시기이다.
선거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정권교체 이후 국정을 운영하는 문제는 매우 다른 문제이다.
과연 일본 민주당 정권이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여러가지 우려도 적지 않다. 복잡한 당내 역학구조, 토호세력의 반발, 과도한 재정집행을 가져올 선심성 공약사업 등등….
하지만 성패 여부는 '이제부터 민주당이 어떻게 목표를 새로 세우는가'에 달려있을 것 같다. 13년 전 창당하면서 10년 뒤 정권교체라는 분명한 목표와 희망을 제시하고 당력을 집중했던 그 초심을 간직한다면, 과감하게 그에 걸맞는 '집권 10년의 목표'를 새로 설정하고 '생활인들의 정치'를 통해 에너지를 집중시키면 가능한 일이다.
하루 있으면 5개 지역의 재보궐선거 결과는 드러난다. 내일(28일)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이제 한국의 민주당은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지난 8월 30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일본 민주당은 308석 vs. 119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로 집권 자민당을 누르고, 처음으로 실질적인 정권교체에 성공하였다. 총선 전에는 민주당 115석, 자민당 300석의 분포였는데, 말 그대로 완전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 민주당의 선거 승리에 대한 많은 분석기사들이 이어지고 있고, 심도있는 연구들이 시작되고 있다. 물론 단순히 선거 승리에 대한 원인을 찾자면, 자민당 집권에 대한 염증과 지도부에 대한 실망, 미국 선거의 영향, 선거 구도, 민주당의 노선과 준비된 후보군, 선거운동 캠페인 등등 다양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運七技三 (운칠기삼)
그런데, 선거라는 것이 속된 말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당사자가 좌우할 수 없는 바람과 흐름, 선거구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선거승리의 원인을 찾는 것은, 그 원인을 찾았다 해도 당사자로서 어찌해 볼 수 없는 요인들이 여럿 거론될 수 있다. 가령 자민당에 대한 염증도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민주당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시 '운칠기삼(運七技三)' 얘기를 하자면, 결국 우리가 연구하고 배워야 할 점은, '운칠(運七)'이 왔을 때, '기삼(技三)'이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는가 일 것이다. '기삼(技三)'이 아무리 잘 준비되어 있더라도 '운칠(運七)'이 오지 않으면 일이 성사되기 어렵고, 반대로 '운칠(運七)'이 다가왔는데도 '기삼(技三)'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세상 이치이다.
확실한 목표와 집중
일본 민주당은 오래된 정당이 아니다. 이전까지는 사회당이 제1야당이었다. 1990년대 초반 자민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자민당을 제외한 8개 야당이 연합하여 호소가와를 총리로 하는 연립정권을 구성했었다. 그러나 자중지란 끝에 다시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그 과정에서 사회당이 몰락하고 새로운 대안야당으로 창당된 것이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1996년 새로운 야당을 지향하는 제 세력이 모여 창당하였는데, 10년 안에 정권을 잡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 의지의 표시로 10년 후에는 당을 해산하기로 결의하였다. 2009년에 집권을 하였으니 3년 미뤄지긴 했으나 그 목표와 약속을 지켜낸 셈이다.
▲ 생활정치연구소 토론 ⓒ 생활정치연구소
새로운 정치의 요체, 생활정치
민주당은 기존의 자민당과 관성화에 길들여진 야당들의 낡은 정치시스템에 맞서서 '생활정치'를 당의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혁신계 정당들도 자민당 정권의 성장제일주의와 관료시스템을 비판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일찌기 혁신계 사상가 쿠노 오사무가 지적했던 바대로 '생활로부터 정치를 바라보는 사람들'인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생활정치'를 기본 이념으로 내세우고, 민주당이 '생활자', '납세자', '소비자' 즉 그동안 기득권 구조로부터 소외되어 왔으나, 열심히 일하고 세금 내고 어려운 처지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정치적 대표'를 자임하였다.
착실한 승리와 통합을 통한 당의 확대
가나가와현에서 생활정치를 운동화하고 지방선거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역정당인 가나가와 네트워크를 포함했지만, 처음 창당한 1996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는 단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1997년 제1야당 신진당이 해체된 뒤 민주개혁연합세력 등을 흡수통합한 이후 민주당은 2000년 총선에서 127석, 2003년 177석으로 의석을 확대하였다. 비례대표 지지율에서는 자민당을 앞섰으며 2004년 참의원선거에서는 50대 49로 역전승하였다.
승리의 경험을 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는 버릇에 길들여지면 알게 모르게 부정적 시각이 습관화되지만, 작더라도 승리와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갖게 되고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60석을 확보하여 제1당이 되었으며, 마침내 이번 2009년 8월 중의원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에 이르게 되었다.
준비된 후보와 인재 양성
민주당은 2007년 오자와 당대표가 취임한 이래 3년 동안 적극적으로 선거에 대비한 진용을 갖추었다.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참신한 인물들로 일찌감치 공천후보자들을 사전에 결정해 놓고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일부 자민당 거물이 출마한 지역에 젊은 여성후보들을 '표적공천'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민당의 '세습' 의원에 맞서 참신한 인물들을 일찌감치 내정해서 준비시켰다고 한다.
이 점은 한국 정치권에서도 반성적으로 생각해 볼 대목이다. 우리는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정치 인재를 키우는 데 인색하다. 선거가 임박해서야 '지명도 있는 유명인사'를 영입하려고만 한다. 가능성을 보고 인재를 키우기보다는 저절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편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선거에 대비해서 인재를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정당이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그 점에서 우리 정당들은 평소에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특히 민주당은 어떠한가?
▲ 민주당 정세균 대표 ⓒ 민주당
확실히 다른 선거운동, 매니페스토
대부분의 정당과 정치권은 이구동성으로 정책선거를 부르짖는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닥쳐오면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에 열중한다. 아마도 쉽고 간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책과 매니페스토는 짧은 선거기간 동안 준비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연구되고 반복적으로 캠페인을 해야하는 데 비해, 네거티브는 손쉽게 누구나 부르짖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생활정치연구소 김진국 운영위원은 "돈과 조직을 통한 선거도 마찬가지다.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잘 준비된 조직과 돈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이 후보 입장에서 고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고, 가급적이면 고생을 면해보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선거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세습과 장기집권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런 시스템 자체를 혁신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 그 자체가 잘못된 선거운동이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민주당의 매니페스토는 여러 가지 의제들을 선정하고, 당의 가치와 철학에 비추어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와 일정(즉, 로드맵)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개개의 정책들이 다 유효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냥 허투루 내세우는 공약이 아니라는 인식만은 확실하게 심어주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선거방식이다.
정권교체는 실현되었다. 이제 일본은 어떻게 정권을 운영할 것인가라는 초유의 문제를 두고 씨름해야 할 시기이다.
선거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정권교체 이후 국정을 운영하는 문제는 매우 다른 문제이다.
과연 일본 민주당 정권이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여러가지 우려도 적지 않다. 복잡한 당내 역학구조, 토호세력의 반발, 과도한 재정집행을 가져올 선심성 공약사업 등등….
하지만 성패 여부는 '이제부터 민주당이 어떻게 목표를 새로 세우는가'에 달려있을 것 같다. 13년 전 창당하면서 10년 뒤 정권교체라는 분명한 목표와 희망을 제시하고 당력을 집중했던 그 초심을 간직한다면, 과감하게 그에 걸맞는 '집권 10년의 목표'를 새로 설정하고 '생활인들의 정치'를 통해 에너지를 집중시키면 가능한 일이다.
하루 있으면 5개 지역의 재보궐선거 결과는 드러난다. 내일(28일)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이제 한국의 민주당은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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