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국어교과서 정책, 너무하네
[초등국어교육에 대한 생각1] 국어교과서 개선은 교육과정개편과 같이 가야 효과적
미래형 교육과정(2009개정교육과정) 논의가 시작되면서 현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교육과정개정이 너무 졸속이란 비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교과부에서 드디어 초등교육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모임 선생님이 받은 설문인데, 초등학교 1~3학년 국어교과서 체제를 바꿀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동안 초등교육과정연구가 너무 졸속이라는 비판 때문에 이제라도 제대로 연구하나 싶어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3권인 교과서를 2권으로 합치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본 한 선배는 한마디 합니다.
"내용도 상관 없는 3권과 2권이 무슨 설문조사 감이라고!"
단순히 3권에서 2권으로 바꾸면 해결되나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3학년 실험본 교과서를 구해보니 3학년 2학기 교과서가 듣기·말하기·쓰기와 읽기 2권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구한 것은 3권짜리입니다. 모임에서 갑자기 2권이 맞아? 3권이 맞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일단 자세히 훑어보았습니다. 모임 선생님들과 무엇이 달라졌나 뒤져보니, 내용은 그대로이고 듣기·말하기·쓰기를 단순히 합쳐놓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인쇄과정에서 단원 순서 맞춰 풀칠만 해 놓은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안 그래도 중복되거나 반복되는 내용이 많아져 책을 넘기기가 불편합니다. 적어도 책을 합치려면 내용이라도 더 정선하는 것이 원칙 아닐까요?
집필진에 참여하는 교사들 이야기로는 교과부에서 갑자기 2권으로 합치랬다, 아니다 내년에도 따로 갈 것이다, 이야기가 분분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있었던 교과서 토론회에서도 국어교과서 숫자를 하나 줄이겠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합니다. 무슨 숫자놀음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용은 안 바꾸면서 책 수만 갖고 이러는 게 좀 이상합니다. 원칙 없이 이러다 보면 이제 1권으로 합친다고 하는 건 아닐까요?
국어를 국어라 부르지 못하고...
초등 국어 교과서 수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는 계속 나왔습니다. 5차 교육과정기에 국어의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문학 영역을 효율적으로 학습하기 위해 교과서가 3개로 나뉘고, 4학년부터는 2권입니다. 이전의 교육과 획기적으로 새롭고 달라진 면은 있지만, 언어 학습이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고 학생들 학습부담을 늘린다는 비판이 계속 있었습니다.
게다가 국어시간이라면서 책은 계속 바뀌니까 학생들이 국어 교과의 정체성을 잘 모릅니다. 학급에 따라 아이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요일에 따라 고정되어 있기도 하고(보통 듣말-읽기-쓰기), 어떤 학급은 듣말 끝나면 읽기 이런 식으로 갑니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국어 교과와 세 교과서를 따로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저학년이 심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표에 꼭 국어(읽기), 국어(쓰기)라고 씁니다. 그래도 국어시간에는 이런 이야기가 꼭 나옵니다.
"선생님, 말듣 꺼내요, 읽기 꺼내요, 쓰기 꺼내요?"
"선생님, 읽기 책인 줄 알고 가져왔는데 쓰기예요."
"정말 분명히 쓰기 책 넣었는데 듣말이에요."
책이 너무 무거워요
그렇다고 단순히 책만 합치는 것은 더 문제입니다. 교과서가 3권인 것은 교육과정에 나온 내용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이고, 개발도 여기에 맞게 된 것입니다. 교과부는 일단 "초등학생 친화적"하며 생색을 내겠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책만 무거워지는 셈입니다.
올해 개정교과서로 바뀌고 나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책이 무겁다는 것입니다. 책 표지가 달라지고, 뒤에 붙임자료가 많아지면서 1권만 들어도 책이 묵직합니다. 1학년 국어책을 비교해보니 높이만 보더라도 새교과서 2권이 7차 국어 교과서 3권 합친 것보다 높습니다. 그래서 2권을 합친다면 어지간한 교사용 지도서 수준이 됩니다. 안 그래도 1학기에 4학년 듣기·말하기·쓰기 실험본을 보고는 너무 두꺼워 깜짝 놀랐습니다.
책을 사물함에 두고 다니니 괜찮지 않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교과서가 너무 무거워 학교에 두고 다니게 하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보고 싶어 하는 학부모님도 계십니다. 학교에만 있어도 아이들이 들기에 무겁습니다. 교사들도 책의 무게와 종이 질(너무 하얗다, 너무 무겁다, 너무 미끄럽다)에 대한 불만이 전부터 많았습니다.(관련기사:새로운 초등교과서를 들춰보니) 그래서 조금이라도 학습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책을 합치려면, 여러 가지 손대야 할 것이 많습니다.
교과부에 초등 연구 기구부터 생겨야
교과부가 지금이라도 초등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고마우나 이런 조삼모사식의 정책은 오히려 혼란만 줄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초등교육의 현실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인력도 늘리고 초등교육과정 개발과 연구 기구부터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교과서 대여제 한다고 없애버린 아이들 이름 쓰는 칸부터 살려주시기 바랍니다. 칸이 안으로 들어가 이름을 책표지 여기저기에 써놓아 검사할 때마다 곤혹스럽습니다. (관련기사:교과서 대여제 졸속추진에 학교만 곤혹스러워) 지금 교과서로는 대여제가 불가능하니 학교에서 헌 책 모아놓지 말라는 공문도 빨리 보내주시고요. 공문에서 모아놓으라니 가뜩 좁은 교실에 쓰지도 못할 책 모아놓은 곳 많습니다.
아울러 설문조사도 공개적으로 하면 초등교육정책이나 교과서제도에 대한 좋은 의견이 더 많이 모일 것 같습니다.
▲ 초등학교 1~3학년 국어교과서를 3권으로 할지 2권으로 할지에 대한 선호도조사입니다. 교과부가 정책메일을 받는 이들에게만 보낸 설문조사입니다. 현재 개발된 내용은 그대로 두고 선호도조사로 책 수를 결정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그간 현장교사들의 바램은 국어수업을 통합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도 바꾸고 책도 통합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 신은희
그동안 초등교육과정연구가 너무 졸속이라는 비판 때문에 이제라도 제대로 연구하나 싶어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3권인 교과서를 2권으로 합치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본 한 선배는 한마디 합니다.
"내용도 상관 없는 3권과 2권이 무슨 설문조사 감이라고!"
단순히 3권에서 2권으로 바꾸면 해결되나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3학년 실험본 교과서를 구해보니 3학년 2학기 교과서가 듣기·말하기·쓰기와 읽기 2권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구한 것은 3권짜리입니다. 모임에서 갑자기 2권이 맞아? 3권이 맞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일단 자세히 훑어보았습니다. 모임 선생님들과 무엇이 달라졌나 뒤져보니, 내용은 그대로이고 듣기·말하기·쓰기를 단순히 합쳐놓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인쇄과정에서 단원 순서 맞춰 풀칠만 해 놓은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안 그래도 중복되거나 반복되는 내용이 많아져 책을 넘기기가 불편합니다. 적어도 책을 합치려면 내용이라도 더 정선하는 것이 원칙 아닐까요?
집필진에 참여하는 교사들 이야기로는 교과부에서 갑자기 2권으로 합치랬다, 아니다 내년에도 따로 갈 것이다, 이야기가 분분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있었던 교과서 토론회에서도 국어교과서 숫자를 하나 줄이겠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합니다. 무슨 숫자놀음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용은 안 바꾸면서 책 수만 갖고 이러는 게 좀 이상합니다. 원칙 없이 이러다 보면 이제 1권으로 합친다고 하는 건 아닐까요?
국어를 국어라 부르지 못하고...
초등 국어 교과서 수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는 계속 나왔습니다. 5차 교육과정기에 국어의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문학 영역을 효율적으로 학습하기 위해 교과서가 3개로 나뉘고, 4학년부터는 2권입니다. 이전의 교육과 획기적으로 새롭고 달라진 면은 있지만, 언어 학습이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고 학생들 학습부담을 늘린다는 비판이 계속 있었습니다.
게다가 국어시간이라면서 책은 계속 바뀌니까 학생들이 국어 교과의 정체성을 잘 모릅니다. 학급에 따라 아이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요일에 따라 고정되어 있기도 하고(보통 듣말-읽기-쓰기), 어떤 학급은 듣말 끝나면 읽기 이런 식으로 갑니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국어 교과와 세 교과서를 따로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저학년이 심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표에 꼭 국어(읽기), 국어(쓰기)라고 씁니다. 그래도 국어시간에는 이런 이야기가 꼭 나옵니다.
"선생님, 말듣 꺼내요, 읽기 꺼내요, 쓰기 꺼내요?"
"선생님, 읽기 책인 줄 알고 가져왔는데 쓰기예요."
"정말 분명히 쓰기 책 넣었는데 듣말이에요."
책이 너무 무거워요
그렇다고 단순히 책만 합치는 것은 더 문제입니다. 교과서가 3권인 것은 교육과정에 나온 내용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이고, 개발도 여기에 맞게 된 것입니다. 교과부는 일단 "초등학생 친화적"하며 생색을 내겠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책만 무거워지는 셈입니다.
▲ 위의 사진이 작년까지 쓴 7차 1학년 2학기 교과서이고, 아래가 올해 쓰이고 있는 2007개정교육과정 교과서입니다. 국어책이 3권이다보니 아이들에겐 교과정체성도 모호하고 국어시간은 말듣, 읽기, 쓰기 교과서로 분리인식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교육과정도 바꾸지 않고 단순히 책만 합친다는 것도 국가정책으로는 수준미달 아닐까요? ⓒ 신은희
올해 개정교과서로 바뀌고 나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책이 무겁다는 것입니다. 책 표지가 달라지고, 뒤에 붙임자료가 많아지면서 1권만 들어도 책이 묵직합니다. 1학년 국어책을 비교해보니 높이만 보더라도 새교과서 2권이 7차 국어 교과서 3권 합친 것보다 높습니다. 그래서 2권을 합친다면 어지간한 교사용 지도서 수준이 됩니다. 안 그래도 1학기에 4학년 듣기·말하기·쓰기 실험본을 보고는 너무 두꺼워 깜짝 놀랐습니다.
책을 사물함에 두고 다니니 괜찮지 않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교과서가 너무 무거워 학교에 두고 다니게 하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보고 싶어 하는 학부모님도 계십니다. 학교에만 있어도 아이들이 들기에 무겁습니다. 교사들도 책의 무게와 종이 질(너무 하얗다, 너무 무겁다, 너무 미끄럽다)에 대한 불만이 전부터 많았습니다.(관련기사:새로운 초등교과서를 들춰보니) 그래서 조금이라도 학습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책을 합치려면, 여러 가지 손대야 할 것이 많습니다.
교과부에 초등 연구 기구부터 생겨야
교과부가 지금이라도 초등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고마우나 이런 조삼모사식의 정책은 오히려 혼란만 줄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초등교육의 현실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인력도 늘리고 초등교육과정 개발과 연구 기구부터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교과서 대여제 한다고 없애버린 아이들 이름 쓰는 칸부터 살려주시기 바랍니다. 칸이 안으로 들어가 이름을 책표지 여기저기에 써놓아 검사할 때마다 곤혹스럽습니다. (관련기사:교과서 대여제 졸속추진에 학교만 곤혹스러워) 지금 교과서로는 대여제가 불가능하니 학교에서 헌 책 모아놓지 말라는 공문도 빨리 보내주시고요. 공문에서 모아놓으라니 가뜩 좁은 교실에 쓰지도 못할 책 모아놓은 곳 많습니다.
아울러 설문조사도 공개적으로 하면 초등교육정책이나 교과서제도에 대한 좋은 의견이 더 많이 모일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초등국어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 알 것입니다. 그에 비해 기초 연구나 발전방향에 대한 고민은 너무 부족합니다. 이 기회에 근본적인 고민이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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