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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은 유부남, 아이도 낙태했습니다"

낙태시킨 아이에 대한 참회는 남이 버린 아이를 돌보는 일

등록|2009.10.28 11:21 수정|2009.10.28 11:21
내 첫사랑은 눈이 크고 순수했던 어린 왕자. 

제 첫사랑은 어린왕자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눈이 크고 맑아서 정말 퐁당 빠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지요. 얼굴만 봐도 설레고, 두근거리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한번도 제가 좋아한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왜냐면 부끄러워서요. 사람들이 제가 그렇게 말하면 콧방귀를 뀔지도 모르지만 정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찌 첫사랑이냐면 그렇게 설레게 좋아한 사람이 제겐 처음이었으니 첫사랑이라 부릅니다.  

저의 첫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났습니다. 그 오빠가 어느날 만나자고 해서 좋아라 나갔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딴 남자를 좋아하는데 자기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상담을 해왔습니다.

전 드라마에서나 그런 장면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제게도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그 날 저 몹시 앓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상담을 들어주고 조언까지 해주고 눈물을 참느라 혼났던 기억이 났습니다.

사랑이라는 거 참 가슴 아프데요. 그런데 그 오빠가 중요한 건 그 여자와 결혼한 것이 아니라 그 오빠를 쫓아다니던 여자와 결혼했다는거 아닙니까. 그 말을 듣고 어찌나 속이 쓰리던지요.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마음이 아팠던 걸 보면 미련이 남았나 봅니다.

좋아한다는 고백도 못 해보고 딱지 접듯 끝난 내 '첫사랑'

전 제가 아닌 딴 여자 좋아한다는 사람을 쫓아다닐 용기가 없어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을 딱지 접듯 접었습니다. 상대는 당연히 모르지요. 전혀 티를 안 냈거든요. 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했습니다. 아쉬운 첫사랑을 짝사랑으로 보내고 나니 사랑의 기회가 도통 오들 않네요^^ 

오늘 질문하신 분의 첫사랑은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다네요. 사랑이 예고하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죠. 이 분도 그랬겠지요. 가정이 있는 사람을 사랑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돌을 못 던지겠네요. 얼마나 사랑하면 그랬겠나, 싶어요. 저 로맨틱하죠? 내 남편이 만약 그랬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졌겠죠. 여러분이 한번 듣고 판단해 보세요. 

질문

제 첫사랑은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리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외로울 때 자주 보니 정이 들었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 좋지 않은 마음이 들고 저를 좋게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아기를 유산시킨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했지만 유산시킨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지금 미혼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법륜스님 법문

▲ 즉문즉설 하시는 법륜스님 ⓒ 권영숙


제가 아는 분의 아들이 데모를 하다 감옥에 갔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감옥에 있으니까 가슴이 너무 아파서 밥도 안 먹고, 방에 불도 안 때고 날마다 면회 가서 아들을 쳐다보고 울었어요. 또 감옥에 있는 아들은 어머니가 날마다 우시고 점점 야위어 병들어가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파서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울었어요.

중생의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해친다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고 아들은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지요. 그러나 이것은 중생의 사랑입니다. 중생의 사랑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해치는 겁니다. 이런 경우 수행자라면, 어머니는 근심 걱정 없이 잠도 잘 자고 건강하게 살며 파출부라도 해서 돈 벌어 아들 영치금이라도 넣어주고, 불경(佛經)도 넣어주면서 "엄마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고, 아들도 "바깥에 살 때는 참선도 못 했는데, 날마다 참선하며 지내니 좋습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라고 하면서 서로 편안하게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아들이 그렇게 말하면 "엄마는 밖에서 고생하는데 너 혼자 편안하냐?"라고 불효막심하다 하고, 어머니가 그렇게 살면 "자식은 시멘트 냉방에서 떠는데 엄마는 뭐가 좋아 웃고 다니나?"라고 합니다. 이게 바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질문의 주제로 돌아와서 보면 지금의 문제는 아이를 유산 시키느냐 시키지 않느냐가 아니라, 이미 유산을 시켰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처님 당시의 일입니다. 어떤 아이가 부처님께 찾아와서 이야기했습니다. "부처님,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우리 아버지가 할머니 산소에 가서 꼬박 3년을 울고만 계셔서 농사도 안 짓고, 아무것도 안 해서 집안이 풍비박산이에요."

부처님께서 아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시고 아이의 귀에 무어라고 속삭였어요. 얼마 후 마을에 이 아이가 미쳤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마을 입구에서 아이가 풀을 가득 베어다가 죽은 소한테 자꾸 먹으라고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마을 사람들이 소가 죽었으니 아무 소용없다고 하지 말라고 해도 아이는 계속 소 앞에 앉아서 "소야, 먹어라."라고만 하는 거예요. 아들이 미쳤다는 소문이 할머니 무덤가에서 울고 있는 아버지한테까지 들어갔어요.

아버지가 놀라서 아이에게 와 보니 정말 아들이 죽은 소한테 풀을 먹으라고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죽은 소가 어떻게 꼴을 먹나? 미친 짓 그만두지 못해!"라고 화를 냈어요. 그러자 아들이 아버지를 쳐다보면서 "아버지는요?"라고 말했어요. 그 때, 아버지가 딱 깨쳤어요.

자기 체면때문에 남도 아닌 자기 자식까지 죽이는 것이 인간임을 알아야

이것이 부처님의 방편입니다. 어리석은 행동은 나쁜 행동이 아니에요. 그러나 어리석은 행동은 나쁜 행동 이상으로 큰 괴로움을 가져오지요. 그래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리석음을 깨우쳐야 합니다. 자기를 돌아봐야 해요.

질문하신 분은 먼저, 자기 체면, 자기 이익 때문에 남도 아닌 자기 자식을 죽일 수밖에 없었으니 자신의 눈이 어두웠던 걸 깊이 참회해야 해요.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점잖은 척, 잘난 척하지 말아야 합니다.

두 번째,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면 안돼요. 더 나아가서는 나같은 경우에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미혼모의 아이들을 돌봐준다든지, 부모가 이혼해서 키우지 못하고 버리는 아이가 있으면 데려다 키우든지, 돈을 지원한다든지, 봉사를 하게 되면 이 일을 계기로 내가 보살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과거의 잘못이 도리어 복이 되어 내가 큰 원을 가진 보살이 되는 것이지요. 울고 후회하는 건 부모님 묘 앞에서 우는 사람하고 같은 어리석은 것이에요. 죄의식에 사로잡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일을 계기로 탁 깨쳐서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낙태시킨 아이에 대한 참회는 남이 버린 아이를 돌보는 일

남이 버린 아이를 데려다 키우면서 아이를 버린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다면 이것이 유산시킨 아이의 영혼을 천도하는 것입니다. 잘못한 일이 오히려 좋은 일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수행자는 과거의 잘못을 가지고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교훈 삼아 현재와 미래의 잘못을 경계하고 어리석음을 깨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참회입니다.

잘못한 일이 오히려 좋은 일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수행이랍니다. 수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과거에 사로잡혀서 괴로워 하는 것보다 과거 잘못을 교훈으로 삼으라는 것이 정말 와닿습니다.

저는 잘못한 저 자신을 잘 용서하지 못합니다. 들들 볶지요. '왜 너는 그것도 못했어? 그 일을 그렇게 처리하면 어떡해?'  라고요. 다음에 안 그러면 되고, 그것을 경험으로 삼으면 되는데 절대 그렇게 안 하고 자꾸 과거의 실수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그것은 또 실수를 부르게 되지요.

참 법륜스님은 아주 어려운 문제 같은데도 쉽게 해결을 해주십니다. 마치 알렉산더가 엉킨 실타래를 칼로 자르듯 말입니다. 스님의 법문을 직접 듣고 싶으신 분은 지금 스님이 강연하시는 곳에 가보심도 좋을듯 싶습니다.

서울에서는 11월 6일 오전 11시에는 일산에서,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분당 JS웨딩컨벤션에서 강연이 있답니다. 고민이 있으신 분은 오셔서 무엇이든 가볍게 물어보시면 좋을 듯 싶네요.

▲ 법륜스님 전국 순회강연 ⓒ 권영숙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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