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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천안 삼거리 위치는?

천안 삼룡동 325-8번지 일대로 비정, 택지개발로 자취 사라져

등록|2009.10.28 15:06 수정|2009.10.28 15:06
호두과자와 더불어 또 하나 천안을 상징하는 것은 '천안삼거리 흥~ 능수나 버들은 흥~'으로 시작하는 삼거리 타령이다. 이 노래의 첫 소절쯤은 귀에 익숙할 만큼 천안삼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때로는 등잔 밑이 어두운 법.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잘 모르는 중요한 사실도 있다. 바로 천안삼거리의 원래 위치다. 천안시는 올해 천안삼거리의 역사성을 규명하는 방편으로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에 학술용역을 의뢰했다. 지난달 시에 제출된 용역보고서를 통해 원 천안삼거리 위치를 더듬어봤다.

원 삼거리 둘러싼 몇 가지 이견들

'천안삼거리'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하는 문헌자료를 찾기는 어렵지만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천안의 역원 중 '삼기원'이 고을 남쪽 6리에 있다고 되어 있어 조선초에 이미 세 갈래 길이란 의미의 '삼기'라는 명칭이 통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세 갈래 길이란 병천을 거쳐 청주로 들어가 문경새재를 넘어 상주로 통하는 길과 영동, 김천을 거쳐 대구 감영, 경주, 동래의 거진과 통하는 대로, 그리고 공주 감영을 거쳐 논산, 강경, 전주, 광주, 순천, 여수, 목포 등지로 통하는 대로를 뜻한다.

조선후기의 지리지연 여지도서의 제언조에는 삼기제언이 기록되어 있는데 둘레가 1천1백57척, 깊이가 1장이었다. 1872년의 천안군 지방지도에도 이 제언과 삼기리가 기재돼 있다.
천안삼거리는 교통의 분기점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도로에 변형이 생기면서 현재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작고한 향토사학자 오세창씨는 현 천안삼거리 초등학교의 뒤편으로 비정했다. 1964년에 간행된 노자영의 글 '천안삼거리 능수버들'에는 "천안역에서 5리쯤에 있다"라고 기록돼 있다. 1991년에 간행된 <천안문화>12호에는 삼룡동 325-8번지가 원삼거리라고 나와 있다. 이곳은 현재의 천안박물관과 청삼교차로 사이의 청수택지공사가 진행되는 곳이다. 천안의 향토사가 황서규씨도 이곳을 천안삼거리로 주장했다.

삼룡동 주민들은 삼룡동 323번지에 '거북바위'가 있었고 이 바위를 원삼거리의 상징처럼 여겼다고 전한다. 목천으로 가는 400번 도로와 온양고개가 이 부근이었다. 삼거리 주민들은 이 일대를 '바깥삼거리'와 '안삼거리'로 구분했다. 바깥삼거리에서는 풍세방향, 서울방향, 옥천방향, 공주방향 등 여러 갈래 갈림길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사라진 원 삼거리 대신해 '옛천안삼거리공원' 조성

▲ 원 삼거리 일대로 추정되는 곳 주변에 조성된 '옛천안 삼거리 공원' ⓒ 윤평호


천안삼거리의 위치에 대해 이렇게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 것에 대해 용역을 수행한 충남역사문화연구원측은 "삼거리가 어떤 특정 지점을 일컫는게 아니고 삼남대로의 여러 갈래 길로 나뉘는 일대를 칭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신작로 공사로 지금의 천안~공주를 잇는 1번 국도가 생기면서 도로가 세 군데로 나뉘는 '삼거리'가 북쪽으로 이동하게 된 것도 삼거리의 위치 비정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1대5만 지도를 보면 점선으로 표시된 옛길과 신작로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삼기리 일대는 천안시 청수지구 택지개발사업부지에 포함됐다. 2003년 5월부터 7월까지 중원문화재연구원에서 이곳의 지표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청동기시대 무문토기편, 고려시대 청자·기와편, 조선시대 분청사기·백자·청화백자·기와편 등의 유물이 발견됐다. 2006년에 시행된 시굴조사에서는 조선시대 주거지가 확인됐다.

▲ 원 삼거리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조성된 천안삼거리공원 ⓒ 윤평호


천안삼거리의 위치 비정에 관한 논란이 있지만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현재 청수지구에 포함된 삼룡동 325-8번지 일대를 원래 천안 삼거리로 지목했다.

개발지구에 포함돼 지금은 원형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삼거리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천안을 상징하는 곳이므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 일부 복원 또는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거북바위가 있던 장소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안내판과 상징물을 설치하기를 권고했다.

▲ 천안삼거리초등학교 주변에 세워져 있는 천안삼거리 표시석 ⓒ 윤평호


한편 천안시는 택지개발로 자취가 사라진 원 삼거리를 대신해 천안박물관 인근의 청수택지지구에 지난달 '옛천안삼거리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소규모 공원을 조성했다. 공원 중앙에는 암행어사 박문수 상이 세워졌고 둘레에는 경상도길, 전라도길, 한양길 등 원 삼거리 세 갈래 길을 상징하는 이정표가 서 있다. 다른 곳에 보관되어 있던 '거북바위'도 옮겨져 전시돼 있다. 근처에는 천안삼거리주막도 복원되어 만들어졌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4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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