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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서식지 도심 하천에서 대형그물 발견

유등천서 300m 넘는 그물 발견, 생태계 위협

등록|2009.10.28 16:37 수정|2009.10.28 16:37

걷어 올린 그물 유등천에서 걷어 올린 그물이 모터보트 바닥에 놓여 있다. ⓒ 강정민


도심 속 하천에서 대형그물이 발견돼 천연기념물 보호감시원, 환경지킴이 관계자에 비상이 걸렸다. 폭 1.4m, 길이 300m가 넘는 이 그물은 이중으로 돼 있으며 지난 23일 오후 대전 중구 침산동 뿌리공원 하천(유등천)에서 한 시민에 의해 발견됐다.

이 하천은 멸종위기 동물인 수달이 서식하는 곳이어서 환경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그물은 뿌리공원 방아미다리 아래에서 시작돼 만성교 앞 하천을 돌아(원을 그림) 이미 처진 그물 3분의 1까지 처져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그물 제거 작업에 들어간 황의삼(안영동. 56세. 천연기념물 보호감시원)씨와 공원 관계자는 그물 아래 부분(납덩이 있는 부분)에 뭔가 묵직한 물체가 걸려있다는 느낌을 받아 작업을 중단했다.

그물 제거작업 황씨와 공원 관계자가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다. ⓒ 강정민


얼마 후 황씨는 그물 제거 작업을 재개했지만 힘에 부쳐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인명구조(동물 포함)가 아니고 예방차원(그물이 수달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출동하는 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 여는 일과 강아지 구출에도 출동하는 119로 국민에게 인식돼 있어 그만큼 119가 믿을 수 있고 든든해 (국민이) 119를 먼저 찾게 되는 게 아닌가"라는 기자의 말에, 119 상황실 관계자는 "(119를 찾아줘) 그런 점은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수달이 다치는 것을 예방차원에서 출동하다 보면 정작 긴급을 요하는 인명구조 출동 시에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관련 구청 천연기념물 보호부서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결국 황씨는 119 도움을 포기하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그물 제거 작업을 끝냈다.

지켜보는 시민들 걷어 올린 그물을 계단 위로 끌어 올리는 것을 시민들이 보고 있다. ⓒ 강정민


뿌리공원관리사업소 한 관계자는 "(도심 하천에서 그물을 발견하고) 마음이 아팠다. 도심 공원에 그것도 수달이 사는 곳에 그물을 쳤다니…"라며 말문을 연 뒤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후 "(그물을 보고) 수달이 다시는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면서 "수달아저씨의 헌신에 반하는 상식 이하의 시민 행동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 또 "성숙된 시민의식을 바란다"고 말했다.

금강 환경지킴이 성주용(57세, 금강유역환경청)씨는 "국가하천에 그물을 치는 행위는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다"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환경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정치망 그물을 발견하고 놀랬는데, 도심 공원에까지 그물이 처져 있을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성씨는 또 "(그물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에 왔다. 만에 하나 처놓은 그물에 수달이라도 걸렸으면 어쩔 뻔 했는가"며 가슴을 쓰려 내렸다. 그는 "정신 줄을 완전히 놓지 않는 이상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물은 이날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완전히 제거됐고 수달은 2시간 40분 뒤에 모습을 나타냈다.

수달 식당 찾기 수달 식당을 궁금해 하는 대학생들에게 수달아저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 강정민


모습을 나타낸 수달은 어김없이 자신들의 식당(?)을 찾았다. 식당이 있는 곳에는 '뿌리공원수달족보' 안내판이 있다.

밥 먹는 수달 지켜보는 대학생들 수달아저씨와 대학생들이 밥 먹는 수달을 지켜보고 있다. ⓒ 강정민


지난 16일 시민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 수달족보 안내판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격인 황달이와 황순이(1代)를 비롯해 수돌이와 돌순이(2代), 덕이와 덕순이(3代)의 사진이 있다.

뿌리공원수달이야기에는 '1999년 한 쌍의 수달이 도심 속 뿌리공원에서 발견되었다. 2001년 또 다시 나타난 한 쌍의 수달에게 수달아저씨(황의삼)의 姓을 사용하여 황달이, 황순이로 이름지어 주었다. 2002년 어느날 황달이는 침산동 남부순환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었고, 그의 아내 황순이는 너무 슬픈 나머지 어디론가 정처 없이 떠나갔다. 이것이 뿌리수달 1代이다(이하 생략)'라고 써 있다.

수달족보 안내판 수달 식당이 있는 곳에 뿌리공원 수달의 족보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 강정민


수달족보는 대전 뿌리공원이 개장한 이후 1999년경 처음 발견된 수달을 지켜본 한 천연기념물 보호감시원이 사비를 털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수달 족보 안내판이 도심 공원에 세워진 것은 이례적이다. 

다시 찾아온 수달 그물 제거 작업이 끝난 후 2시간 40분만에 식당을 찾은 수달 한 마리가 물고기를 먹고 있다.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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