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이 표현할 수 있는 한계점이 어디인가
대금을 위한 정규앨범 '꿈꾸는 소년' 발매
▲ 이창선의 공연장면 ⓒ 김상기
'대금'은 한국음악에서 널리 사용되는 관악기다. 대나무로 만들며 옆으로 부는 형태로, 왼쪽 어깨에 얹어서 연주하기 때문에 연주자는 고개를 왼쪽으로 틀어야 한다. 동서양을 통틀어 이런 형태로 연주되는 유일한 악기다. 길이는 80센티미터가 넘어 나발과 함께 한국 전통 관악기 중 가장 크다.
그렇지만 이 대금을 위한 창작 음반은 거의 없는 상태다. 그저 이전부터 전해오던 곡조 몇 개를 그대로 따라 부를 뿐이다. 새로운 곡이 창작되지 않는다. 그래서 악기의 우수성에 비해 현대에는 제한적으로만 사용되는 악기가 되고 말았다.
이런 풍토에 작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립국악단원인 이창선(34)씨가 대금을 위한 창작앨범 '꿈꾸는 소년'을 내놓은 것이다. 이창선의 대금과 함께 퍼커션 강은진, 신디사이져 김수현, 소금·대금의 정지웅, 드럼의 유호, 기타 황상진, 베이스 최동일 등이 참여하는 당당한 정규앨범이다.
이미 메이저 음반사인 '신나라'와 유통에 대한 계약을 마무리했고, 곧 온라인 유통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국악연주자로서, 그리고 지역 예술인으로서 한국의 전통음악 시장에 정규음반을 발표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더욱 주목받을 만한 일이다.
이창선씨는 지난 2005년부터 한민욱(현 전북민예총 사무처장)씨와 함께 전통예술 공연기획을 진행하며 차근차근 작곡자 섭외 및 음반 제작에 대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기획자 한민욱씨는 "정규앨범을 내기 위해서는 나머지 악기를 지배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창선씨의 대금은 힘이 있고 감성이 풍부해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2007년 소설가 황석영의 아들 황호준과 지원석으로부터 자신을 위한 대금 독주곡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대금 독주곡을 작곡자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아르코 프론티어 아티스트(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으로는 최초)로 선정, 2010년까지 2장의 음반제작 및 창작활동에 대한 지원금을 받으면서 구체적으로 음반작업을 진행해 왔다.
작곡자 황호준씨는 "이창선과 음악작업을 하면서 대금이 표현할 수 있는 한계점이 어디인가를 시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블루스 풍의 '신고산 가는 길', 보사노바 리듬의 '하늘소풍', 재즈 느낌의 '꿈꾸는 소년', 발라드 스타일의 '바람은 언제나'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작곡, 이창선의 연주 스타일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적 대금 연주스타일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다향', '천향'에서 비춰지는 전형적인 대금소리는 기존 대금의 이미지를 한 단계 높여주면서도 한국음악의 정통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망각의 강'에서는 한국전통 장단의 역동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대금 시나위의 즉흥성을 강조하는 독특한 연주를 보여준다.
이창선씨는 "제가 전생에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기에 대금을 불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 일이 행복하다"며 "다른 사람이 못하는, 오직 이창선 만이 할 수 있는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정규앨범에 담긴 곡들은 11월4일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넥스트플러스 영화제 개막식(홍대 롯데시네마)과 11월7일 전주한옥마을 내 학인당에서 진행하는 '음반발매기념 및 학인당 건립 100주년 기념공연'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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