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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자무식이에요, 그러나 이건 아니에요"

[포토] 4대강 사업, 두물머리 마지막 측량지 장산벌에서

등록|2009.10.28 21:20 수정|2009.10.28 21:20
 

두물머리의 상징 황포돛배남한강과 북한강의 만나는 곳, 두물머리의 상징이 된 황포돛배. 그러나 이곳도 4대강 개발이 되면 이 모습을 잃어버릴 것이다. ⓒ 김민수



28일(수) 오전 8시, 두물머리 일대는 경찰차량으로 붐볐다.

4대강 개발을 위한 측량을 오늘 중으로 마치겠다는 토지개발공사의 계획을 도와주려고 경찰이 나선 것이다. 대략 농민 1명당 20~30명의 경찰이 동원되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주민들이 반대하는데도 측량작업이 시행되었다.

두물머리 장산벌 주민들이른 아침부터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측량을 막기 위해 모여있는 주민들 ⓒ 김민수



토지개발공사측과 경찰은 분산해 측량에 들어갔고, 주민들 역시 마을별로 흩어질 수밖에 없어 20~30명 내외가 마을입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필자가 방문한 장산벌 역시 마을 주민 20여 명과 이를 지원하러 온 단체원 20여 명 등 40여 명이 지키고 있었다.

측량기사와 대화그들이나 경찰이나 모두 '위에서 시키지 어쩔 수 없다!'는 대답, 그것을 지시한 윗선은 도대체 누구인가? ⓒ 김민수



오전 11시 50분쯤, 이미 다른 마을은 강제측량을 마쳤으며 오후에 장산벌만 측량을 하면 두물머리 유역 측량을 마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장산벌이 마지막 보루가 된 셈이다. 점심 후, 경찰차량 15대가 조안체육공원에 집결했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30여 명을 제지하기 위해 동원한 경찰의 인력이 대략 짐작이 간다.

경찰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착찹한 모습그들의 수는 적었지만 마음만큼은 하늘과 땅을 품었다. ⓒ 김민수




유영훈 대책위원장경과사항을 보고하고 있는 유영훈 대책위원장 ⓒ 김민수



유영훈 대책위원장은 비폭력·평화적인 방법으로 측량하라고 요구했지만, 공권력을 앞세운 강제측량으로 일관하며 최소한의 법조차도 지키지 않은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참석자들은 4대강을 하려면 나를 밟고 가야 할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지만, 공권력 투입으로 자신들의 의지가 꺾일 것이라는 것 또한 예상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병박 정부가 준법질서 운운하지만, 힘없는 이들에게는 최소한의 법조차도 지키지 않고 자신들의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번 강제측량은 명백하게 하천법 75조 2항, 8조 2항과 관련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10조 1항을 지키지도 않았다고 했다. 법률안은 다음과 같다.

하천법 /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하천법
제75조 (타인의 토지에의 출입 등) ②제1항에 따라 타인의 토지에 출입하려는 자는 출입할 날의 3일 전까지 그 토지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나 관리인에게 그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여야 한다.

8조 2항
②제1항에 따라 토지 등을 수용 또는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준용한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10조 (출입의 통지)
①제9조 제2항에 따라 타인이 점유하는 토지에 출입하고자 하는 자는 출입하고자 하는 날의 5일전까지 그 일시 및 장소를 특별자치도지사,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개정 2007.10.17)(시행일 2008.4.18)


그러나 대화로 풀어가자며 며칠의 시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요구조차도 묵살되었고, 토지개발공사와 경찰은 강제측량을 오늘(28일) 중으로 마치려고 공권력을 투입해 집행했다.

공권력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다. 그런데 권력의 수하가 된 현실은 무엇인가? ⓒ 김민수





그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팔당유기농단지를 찾아와 상추를 뜯으며 한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유기농만이 살길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청년들이 들어와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유기농단지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2년도 되지 않아 강제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분노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말뒤집기를 항의하는 주민들 ⓒ 김민수




또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대한 불만도 대단했는데, 김문수 도지사의 경우,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팔당유기농단지를 이용했으면서도 이젠 팔당유기농업단지가 없어도 충분히 세계유기농대회를 치르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주민들과 대화도 피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흥교 어르신장산벌에서 40년 동사를 지으며 살았던 이흥교 어르신도 곧 이곳을 떠나야만 한다. ⓒ 김민수




그곳에서 만난 이흥교(68세) 어르신은 "이곳에서만 40년 농사를 지었으며, 친환경농사를 25년간 지으며 4가구를 이곳으로 이주시켜 자립하며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가꿔놓았다"고 했다. 그러나 40년 동안 가꿔왔던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강제수용 당할 처지에 놓였다.


"세계유기농대회 유치하려고 여기 사람들 데리고 갔어.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시절 유기농밖에 대안이 없다고 하더니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이곳에는 이주노동자들도 많아요. 유기농단지하고 관련되어 일하는 사람이 1000명이 넘는데 그 사람들은 다 일자리를 잃는 거야. 일자리창출? 좋아하네. 있는 일자리나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흥교 어르신은 이곳에서 떠나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필자의 어리석은 질문에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뭘 해, 이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뭐 있겠어. 이 나이에."


그는 당근밭에서 당근을 뽑아 하나 먹어보라며 이렇게 말한다.


"글쎄, 여기 당근밭에는 야외공연장이 생길 예정이라네. 그거 여기 살던 사람들은 분통 터져서 보지도 못할 거고, 여기까지 와서 공연 보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별세계 살아가는 것들이겠지. 그냥 잘살아가고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이야.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니까."

4대강 죽이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생협회원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힘을 보태기 위해 참석했다. ⓒ 김민수




마을주민들과 참석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농사지어 자녀 셋 대학공부까지 다 시켰다는 분이 이렇게 말한다.


"저는 일자무식이에요.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은 이제 그만두어야 해요. 이건 정말 아니에요."

상추뜯는 이명박 대통령대통령후보때 이곳을 방문하여 상추를 뜯으며 한 약속, 2년도 안되어 약속을 뒤집어버리고 4대강을 살린다며 농민들을 죽이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표 얻기 위한 쇼, 그런 쇼가 언제까지 통할까? ⓒ 김민수





오후 1시 40분, 경찰은 그때까지도 진입하지 않았다.
회의일정 때문에 그곳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눈물 그렁거리며 전하던 '저는 일자무식이에요. 그러나 이건 정말 아니에요'라는 말이 귓전에 맴돈다. 후진국,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토지강제수용을 보는 듯하였다. 정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고 민주국가이기는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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