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새 산책이따금 한 두사람이 억새길을 걷는다. ⓒ 김종길
전주에 도착한 날 바람이 몹시 심하였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은 말 그대로 을씨년스러운 날씨를 보여주고 있었다. 전동성당을 둘러보고 경기전과 오목대를 지나 향교에 이르렀다.
▲ 전주천전주 한옥마을 옆으로 흐르는 전주천의 억새는 가을에 전주를가면 꼭 들릴만한 곳이다. ⓒ 김종길
동행한 하 선생님이 전주에 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며 향교로 안내하였다. 향교에는 수백 년 된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수 그루나 있어 그윽한 운치가 있었다. 아직 잎이 노랗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거대한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황갈색의 은행열매가 환상적이었다.
▲ 억새와 하늘흐리던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하였다. ⓒ 김종길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바닥에 떨어져 있던 은행이 마치 몽돌이 파도에 휩쓸리듯 바람과 환상의 소리를 맞추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고 있었다. 하 선생님이 향교를 소개한 건 은행나무가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실은 향교 앞 전주천의 억새였다.
▲ 억새하얀색이지만 빛의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보인다. ⓒ 김종길
그의 말대로라면 전주천 억새는 정말 장관이라고 하였다. 8km에 달하는 전주천을 따라 이어지는 억새의 하얀 숲은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그중 향교 앞이 가장 볼만하다고 하였다.
▲ 억새와 단풍하얀 억새 사이로 멀리 붉게 물든 단풍이 보인다. ⓒ 김종길
향교에서 서둘러 전주천으로 갔다. 하늘의 먹구름도 바람에 밀려났는지 잠시 햇살이 비추었다. 바람은 여전히 심하였다. 하천가에 도착하니 어디서 "쏴아~.......쏴아~" 하는 소리가 들린다.
▲ 억새산책하기에 좋은 길이다. ⓒ 김종길
아래를 내려보니 "아" 햇살에 하얀 속살을 드러낸 억새들이 일제히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닌가. 처녀의 하얀 속살이 햇살에 비춰 더욱 옥같이 맑아 보이듯 해를 향하고 있는 억새의 모습은 눈부실 정도였다.
▲ 억새햇빛에 비춰 은빛의 몸을 드러낸 억새 ⓒ 김종길
처음에는 바람을 원망하였지만 이번에는 바람이 있어 행복하였다. 억새는 바람이라는 친구를 만나야 흥이 난다. 해만 바라보던 억새가 바람을 만나니 처음에는 덩실덩실 어깨춤으로 흥을 내다 나중에는 제 흥에 겨워 온몸을 던져 춤을 춘다.
▲ 억새하천 옆 둔덕의 억새 ⓒ 김종길
억새 사이로 난 길을 걸었다. 다리 공사로 어수선한 분위기는 억새 숲에 금세 묻혀 버렸다. 바람에 몸을 던진 억새의 신음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반 시각이나 흘렀을까. 아쉬웠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전주에 가면 한옥마을은 누구나 들린다. 한옥마을의 끝에 있는 향교와 전주천의 가을 억새는 한적하니 거닐기 좋은 숨은 명소이다. 전주시에서도 전주천의 억새를 잘 관리하여 축제로 만든다면 한옥마을과 연계되어 전주의 새로운 명소가 되리라고 여행자는 자신한다.
▲ 억새바람이 몸시 심하여 하얀 눈이 날리는 듯하다.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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