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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뮤지션 '사이'와 안치환이 만난다 왜?

11월 7일 새로운 진보음악회 '레드 사이렌', 아이리쉬 포크 등 선보여

등록|2009.10.29 18:49 수정|2009.10.30 12:08

▲ 레드사이렌 ⓒ 레드사이렌


세상 살기 참 팍팍하게만 느껴지는 요즘, 그래도 할 말은 하겠다고 콘서트를 하나 마련한다. 붉은 사이렌처럼 강렬한 이미지를 앞세운 <Red Siren> 콘서트다.

제목이 강렬해서 심각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출을 맡은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재미에 중점을 뒀다.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가하면서 느꼈다. 운동이라곤 해본 적 없는 여고생과 주부들이 나와서 즐기면서 시위를 하는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집회 때마다 나오는 민중가요를 들으면서 너무 관성화됐다는 고민을 했을 때다.

민중가요판을 흔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 만든 콘서트 제목이 <Turn Left>다. 너무 강하다는 느낌, 그래서 살짝 누그러뜨려 <Red  Siren>으로 바꿨다.

이 행사 연출을 맡은 나는 재미의 속살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미리 다 알려주면 김 빠질 테니 몇 대목만 보여주고자 한다.

지난해 첫 행사를 치른 레드 사이렌은 민중가요와 비민중가요의 틀을 깨고 자유롭게 우리의 오늘을 말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시와, 어둠, 연영석, 윈디시티, 허클베리 핀이 지난해 참석한 이들이다.

귀농뮤지션에 아이리쉬 포크, 게다가 브이제잉까지

▲ 한음파 ⓒ 한음파


▲ 오지은 ⓒ 오지은

올해는 안치환, 오지은, 바드, 사이, 한음파가 참가한다.

이 중 사이는 귀농뮤지션이라는 '훈훈한' 호칭을 달고 있다. 유머가 특기다. 이명박 현 대통령을 풍자하는 신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미리 곡을 들어본 이들 중 몇몇이 쓰러지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엄마말 잘 들어야 엄마 오래 살아
그럼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살아
엄마말 잘 들으려면 엄마가 시키는대로 다 해야 되는데 나는 오래 못살아

공부하라면 공부해야 되지
밥 먹으라면 밥 먹어야 되지

-사이의 '엄마 말' 중에서

1절 가운데 일부분이다. 2절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한 대목이 나온다. 2절 부분은 상상에 맡긴다.

밴드 한음파는 민중가요 '불나비'를 강렬한 록사운드로 편곡해서 들려준다. 더불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당시 심경을 담은 '소용 없는 얘기'를 연주한다. 신곡이다.

▲ 안치환 ⓒ 안치환

오지은은 레게 스타 밥 말리의 곡 'Turn Your Light Down Low'과 티베트의 아픔을 노래한 곡 '작은 자유'를 노래한다. 오지은은 한국 인디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여성싱어송라이터 가운데 한 명이다. 20대 젊음이 바라보는 세상을 솔직하게 드러낼 것이다.

국내 최초 정통 아이리쉬 음악을 선보인 바드(Bard)는 지난해 꼭 초대하고 싶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무척 안타까워했었다. 이번엔 꿈을 이뤘다.

안치환은 가창력에 초점을 뒀다. 통기타 한 대만으로 노래를 이어나간다.

이 정도면 흥미가 당기는가.

연출자로서 꼭 드리고 싶은 말은 80-90년대 익숙하게 들었던 민중가요를 상상하지 말았으면 하는 점이다. 오죽하면 민중가요판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는 뜻에서 애초 'Turn Left'라고 제목을 만들었겠는가.

전체 시간은 3시간이다. 독특한 브이제잉(Vjing)은 덤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3시간 동안 재미를 드리고 싶어 이렇게 초대장을 띄운다. '광야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헌법 제1조'를 즐겨부른 이들이라면 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새로운' 노래에 기꺼이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기를 요청한다.

▲ 가수 사이 ⓒ 사이

내가 사이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겨울 홍대 앞의 소박한 카페였다. 지인이 하는 공연에 함께 출연한 그는 이름부터 독특했다. 사이? 사이라니. 사람과 사람 사이 할 때 그 사이란 말인가. 사실 홍대앞에는 장기하와 얼굴들처럼 워낙 독특한 이름이 많기도 했지만 사이라는 이름 역시 유난해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느낌이 폭소와 감동으로 바뀌는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시작했을 때, 장난스럽게 친구에게 말을 걸듯 털어놓는 이야기는 당시 산청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있다는 바로 자신의 이야기였다.

텔레비전, 세탁기 없이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고 전기세 1,600원을 내며 산다는 얘기에 낄낄 댔고, 산청에서 서울로 공연을 하러 올 때면 차가 없고 돈이 없어 히치하이킹을 한다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부산대 해운대 리베라 백화점 청소하시는 김숙희씨 앞에 부끄럽지 않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소박한 고백에는 또 마음이 어찌나 숙연해지던지.

그의 노래엔 기존의 민중가요처럼 진지한 마음이 담겨있었지만 그보다는 훨씬 게으르고 유쾌한 낙관이 묻어났다. 그 낙관은 도시의 카페에 모인 사람들을 금세 웃음으로 전염시켰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 Red Siren 콘서트를 하게 되면 꼭 그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 이처럼 즐거운 노래를 어찌 혼자 독식할 수 있겠는가. 좋은 노래, 좋은 웃음은 나눠야 제 맛 아니겠는가

▲ 그룹 바드 멤버 혜리 ⓒ 바드


덧붙이는 글 *공연명 : Music Revolution 2009 < Red Siren >
*일시 : 2009. 11. 7(토) 19:00~22:00 (180분)
*장소 : 홍대 라이브클럽 상상마당
*출연 : 바드(Bard), 사이, 안치환, 오지은, 한음파
*예매 : 티켓링크(http://www.ticketlink.co.kr), 인터파크(http://ticket.interpark.com)
*티켓 가격 : 예매 20,000원 / 현매 25,000원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의 : 바람과 나무(017-290-7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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