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한 국향에 가을이 깊어간다
29일부터 전남 함평서 '2009대한민국국향대전' 시작
▲ 형형색색의 국화. 가을의 한복판으로 유혹하는 꽃이다. ⓒ 이돈삼
길가의 은행나무 잎이 진노랑 색으로 변하고 있다. 나무 색깔도 울긋불긋, 총천연색으로 물들고 있다. 가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가을이다. '가을'하면 단풍, '가을꽃'하면 국화가 떠오른다. 오색 단풍과 함께 우리를 가을의 심연으로 유혹하는 것으로 국화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국화가 그윽한 향을 뽐내며 절정을 맞고 있다.
국향이 흐르는 남도땅 함평으로 가본다. 매년 봄이면 나비축제를 열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함평에서 국화축제를 열고 있다. 국화축제는 전국적으로 수십 군데서 한다. 남도에서 국화축제를 여는 곳만도 여러 곳이다. 그러나 함평의 축제는 규모나 형식에서 다른 전시회와 확연히 다르다.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함평엑스포공원을 온통 국화로 뒤덮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역시 '함평이 하면 다르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면적이 159만㎡, 꽃이 100억 송이라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게 사실. 예전에 쓰던 평수로 계산하면 대략 50만 평에 이른다.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다. 이렇게 드넓은 면적에 국화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면 눈이 현란해지는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이러할진대 정말 가서 보면 어떨까. 탄성이 절로 나온다.
▲ 형형색색으로 물든 국화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금세 국향에 물드는 나를 만날 수 있다. 가을도 국향에 취해만 간다. ⓒ 이돈삼
▲ 국화로 다시 일어난 숭례문. 2009대한민국국향대전 개막과 함께 29일 일반에 공개됐다. ⓒ 이돈삼
국화들녘도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더 넓어졌다. 전시면적의 절반을 웃도는 86만㎡에 국화들녘이 조성돼 있다. 본 전시물인 국화작품들을 만나기도 전에 국화향기에 완전히 물들고 만다. 그 진한 향기에 가을도 취해간다.
지난해 축제 땐 불에 타버린 숭례문을 국화형상으로 복원해 놓아 화제를 모은 함평군은 올해도 국화꽃으로 숭례문을 설치했다. 숭례문 조형물은 가로 14m, 폭 6m, 높이 8m로 실제 크기의 2분의 1로 만들어져 공원 잔디광장에 우뚝 서 있다. 이 숭례문이 길이 160m, 높이 3m 규모의 한성 성벽과 함께 나란히 재현됐다. 여기에는 국화 1만여 그루가 들어갔다.
국화로 만든 '마법의 성'은 가로 30m, 폭 3m에 높이 7m로 쌓여져 있다. 현애작 3500여 점으로 연출한 수목형 국화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2곳에 설치돼 있다. 6m 높이의 에펠탑과 첨성대, 3m짜리 피사의 탑도 국화꽃으로 설치됐다. 4m 짜리 대형 남근조형물과 국화분재도 만들어져 있다. 이밖에 사슴벌레, 나비, 여치, 딱정벌레 등 곤충모형 특수작과 국화 미로, 현애작 등도 관람동선을 따라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국화분재, 입국, 현애국, 다륜대작, 입국다간작, 복조작 등 여러 가지 모양과 형태의 국화작품 수백 여점도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인동초공원과 분수대 옆 연못에 설치된 산경 '천사의 섬'도 색다른 볼거리다.
▲ 국화로 쌓은 마법의 성. 2009대한민국국향대전에서 만날 수 있다. ⓒ 이돈삼
▲ 국화로 만든 조형물들. 2009대한민국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함평엑스포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 이돈삼
이것 말고도 볼거리는 많다. 함평만의 볼거리인 나비생태관, 나비·곤충표본관, 곤충학교도 문을 열었다. 나비생태관에는 국화동호회 회원들이 가꾼 국화 분재와 국화작품이 전시돼 있다. 낙엽, 잔디, 억새 등을 배경으로 뛰노는 메뚜기, 네발나비 등 1만 여 마리의 가을 곤충도 만날 수 있다.
나비·곤충표본관엔 국화·과수 화분과 함께 나비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몰포나비, 가장 큰 헤라클레스 등 국내외 450종 7000여 마리의 나비·곤충 표본이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연출돼 있다. 국화와 허브 그리고 가을 열매와 소품으로 만든 원예치료관과 선인장 등을 만날 수 있는 다육식물관도 볼거리다.
아이들과 함께 갔을 때 체험해볼만한 프로그램도 많다. 토속적인 가을철 먹을거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꺼리가 그것. 국화차 만들기를 비롯 밤·고구마 구워먹기, 콩 볶아먹기 등을 해볼 수 있다. 수수대를 이용한 공작물 만들기 등 가을의 정취와 옛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사슴벌레와 딱정벌레 모형의 관광열차도 아이들에겐 관심거리다. 국화떡, 국화빵 등 추억의 먹을거리도 푸짐하다.
▲ 함평에 재현된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독립운동가인 김철 선생의 고향에 세워져 있다. ⓒ 이돈삼
함평엔 다른 가볼만한 곳도 많다. 지난해까지 국향대전이 열렸던 자연생태공원과 생활유물전시관,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 등이 대표적인 곳. 자연생태공원은 다양한 체험관과 반달가슴곰 관찰원, 나비·곤충생태관 등이 있어 사계절 탐방학습과 생태체험 가능한 곳이다. 호박과 장수풍뎅이 모양의 외관을 지닌 생활유물전시관은 베틀, 재봉틀, 물지게, 홀테 등 옛 생활용품 1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모두 직접 만져보며 체험할 수 있다.
지난 6월 독립운동가 김철 선생의 고향인 신광면 구봉마을에 복원된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는 연면적 620㎡ 규모의 지상 3층 건물로, 중국 상하이에 있는 붉은 벽돌집 형태의 임시정부청사를 실물 크기로 복원한 것이다. 청사 내부도 김구 선생 집무실과 회의실 등을 완벽하게 재현해 놓고 있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함평들녘만큼이나 먹을거리도 입맛을 돋운다. 함평의 먹을거리로는 선짓국비빔밥과 한우고기가 먼저 꼽힌다. 그 중에서도 함평읍내 시장통에서 맛볼 수 있는 선짓국비빔밥은 푸짐한 육회와 맛있게 씹히는 콩나물이 키포인트.
선지 국물에 삶은 콩나물과 토종고추장, 참기름, 김가루, 애호박, 한우육회, 계란노른자, 양념장 등을 재료로 해서 감칠맛을 낸다.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 선지는 더 말할 나위 없는 풍요로운 맛을 선사한다. 최고급육으로 평가받고 있는 함평의 한우고기는 육즙이 풍부해 감칠맛이 나고 부드럽고 단백하며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 함평에서 소문난 선짓국비빔밥. 함평읍 시장통에서 맛볼 수 있다. ⓒ 이돈삼
함평 말고 전남도내 다른 곳에서도 국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서도 올해 국화축제를 열고 있다. 함평과 마찬가지로 29일부터 시작돼 11월22일까지 열린다. 여기서는 국화꽃으로 장식한 왕인문과 대형아치, F1경주용 자동차, 팔각정, 대형 하트, 한반도 지도 등을 볼 수 있다. 크고 작은 국화동산과 월출산 모형작, 그리고 국화분재 동호회원들의 분재작품도 볼 수 있다.
장흥에서는 올해 처음 국화페스티벌을 연다. 30일부터 시작돼 11월8일까지 장흥읍 탐진강 일원에서 펼쳐진다. 여기에는 국화동산, 수국공원 그리고 다륜대작, 현애국, 분재국 등 크고 작은 국화작품 13만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물레방아, 물터널 등 물과 함께 조화를 이룬 국화동산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한우로 유명한 고장답게 국화꽃으로 초대형 한우도 만들었다.
▲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 활짝 핀 국화. 역사유적지와 어우러진 국화의 향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 이돈삼
▲ 가을을 더욱 낭만스럽게 해주는 국화. 여러 가지 모양과 형태의 국화는 가을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 이돈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돈삼 기자는 전남도청에서 홍보업무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