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그랑께 잘못은 했는디 잘못된 것 없다 하요 참"

법을 들어 국민을 노리개감 삼지 말라

등록|2009.10.29 20:32 수정|2009.10.29 20:32
비는 별로 내리지 않는데 오전부터 천둥번개가 끊이지 않고 한낮인데도 어둠마저 느끼게 합니다. 누가 무어라하든 이 나라 방방골골 통곡과 한숨소리에 하늘마저 노한 것이라 여기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 첫 면에 통곡하는 검은 상복의 용산 유가족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더 일러 무엇 하겠습니까.

그래서 번개치고 이 난리인 모양이다며 어이없어 하고 있는데 이번엔  또 무슨 헌재인가 뭔가 하는 곳에서 위법은 위법인데 유효하다는 어지러운 말장난으로 높은 공부한 자들의 고상한 사기놀음의 극치를 보여 줍니다.

그들이 뱉어낸 희안한 법률적 수사들을 보고 있던  사무실 동료가 대뜸 '그래서 뭣이 어쨌단 말이여, 그 말이 뭔 말이냐고?' 죄 없는 필자에게 역정을 냅니다. 그들이 보기에 무지렁이 백성인 필자도 별수 있습니까? 겨우 답한다는 것이 '아따 그랑께 잘못은 했는디 잘못된 것은 아니라 하요 참!' 하며 나도 모르게 말끝이 올라가것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시퍼런 번개는 사무실 창밖을 가르고 천둥소리는 더 요란하니 심사는 어지러울 뿐인데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법을 들어 죄 없는 백성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사람들. 3000쪽 수사기록 제출하라는 재판부 명령도 거부하는 검찰을 단죄 하기는 커녕 이제는 그들 주장에 맞장구를 치는 이 기막힌 희극적인 비극이 가능한 대한민국은 그래서 민주공화국인 모양입니다. 그들만이 국민이고 그들이 주인이니까요.

하기야 어느 통계를 보니  1999년 이후 임용된 판사들 출신 고등학교를 보니 그 판이 이해가 갑니다. 속된 말로 개천에 용 난다는 이야기도 사라진지 오래이니 말입니다.

소수 가진 자들과 권력층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법부가  망루까지 올라가 생존권 투쟁을 벌인 용산 철거민들을 어쩌면 사탄의 무리들 쯤으로나 여길 수도 있었겠지요. 그들에겐  뉘 애기 이름 부르듯 5년,6년 징역형 방망이 두드리는 것은 더 이상  대수로운 일이 아닐 터입니다.

높은 자리 검은 법복은 그들만의 세상을 감싸는 듯  위엄을 부리고 방청석 검은 상복은 눈자위 붉은 핏발 애써 가리고 흐느낌마저 삼키는 것이 대한민국 법정의 모습입니다. 죄 없는 죄인들이 이사회 '영감님'들의 선처를 바라며 말입니다.

반대로 수많은 사법살인으로 반인륜적 반역사적 반사회적 반국가적 죄를 지은 사법부의 죄상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는데 누구하나 잘못했다 반성하지 않는 그들입니다. 그 사법부가 이제 견디다 못해 스스로 사법부는 없다고 스스로 '양심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근엄한 법복을 걸치고 현란한 쇼 판을 벌이면서 말입니다.

법을 들어 국민을 노리개 감 정도로 여기는 그들의 천박하고 저열한 모습에 모두가 아연실색입니다. 아니 어쩌면 고마워해야 할 지 모릅니다. 애시 당초 '우리나라'는 없고 그들만의 나라에서 온갖 어려운 수사로 꾸며진 법이 누구의 것인지 백성들에게 크게 한번 가르쳐 준것을 말입니다. 아직도 이 사회를 향해 콩깍지가 씌여져 있는 우리들에게 제대로 가르쳐 준 셈입니다.

이제 형식이 아닌 진정한 국민주권을 만들어내야 하는 절박함을 깨우치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국민의 힘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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