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1000일'은 거리로 내몰린 고통의 기록
콜트해고 노동자들, 희망문화제 열어... 이인근 지회장 "멈추지 않고 가겠다"
▲ 금속노조 콜트지회 이인근 지회장 ⓒ 심규상
하지만 기타를 만드는 콜트 노동자들에게 1000일은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고통의 기록이다. 이는 알짜배기 '주식회사 콜트악기'가 회사를 위해 몸 바쳤던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몬 지 3년 가까이 됐음을 의미한다.
정확히 1005일을 맞은 29일 저녁. 콜텍 해고노동자들은 서대전시민공원에 모여 '1000일 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서늘한 바람결을 벗 삼아 자신들이 만든 기타를 치며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주변 천막에서는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국수와 파전, 막걸리에 소주까지 무한 리필 무료로 제공했다.
금속노조 콜트지회 이인근 지회장에게 이 날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이 지회장은 "지난 1000일은 좌절과 희망이 반복되는 시기였다"며 "좌절 속에서 또 다른 희망을 찾아 다녔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동안 차디 찬 천막바닥에서, 15만 볼트 고압선이 흐르는 고공 송전탑에서, 빈 공장에서, 거리에서 눈물과 절규로 '일하게 해 달라'고 호소해 왔다. 곡기를 끊고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고 사측이 동원한 용역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반면 콜트악기는 세계 전자기타 시장의 30%를 점유한 기타 제조업체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누적흑자 878억 원을 벌어 들였다. 해고노동자들은 회사의 고속 성장 동인으로 임금 착취, 산업재해, 강제퇴직, 노조탄압 등을 꼽았다.
사측은 2007년 3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이들을 길거리로 내쫓았지만 지난 8월 서울고등법원은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악기시장 점유율이 높아 해고 사유를 충족하지 못한다"며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사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 29일 저녁 대전서대전시민공원에서 열린 콜텍투쟁승리 1000일 문화제 ⓒ 심규상
이 지회장은 "길거리에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며 "하지만 멈추지 않고 이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00일간 쏟아온 노력이 아까워서가 아닌 콜텍이 우리 삶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장은 우리 자식을 벌여 먹였고, 공부를 가르쳤던 곳으로 포기할 수 없다"며 "사측이 아무리 끈질겨도 우리의 일하고픈 염원과는 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전지역 노동자 200여명이 어우러져 밤늦게까지 1000일 맞이 문화제를 함께했다. 고통을 희망으로 승화시킨 문화제였다.
해고노동자들이 만드는 '산들바람 고추장' |
▲ 1000일 내공 담긴 깊은 맛을 자랑한다는 매실고추장-전통된장 ⓒ 심규상 콭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이 '산들바람'을 불어 모으고 있다. 해고노동자들이 (사)대전실업극복시민연대 '일어서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사회적 일자리인 '산들바람'이라는 이름으로 장류사업을 시작한 것. 복직이 이루어질 때까지 활동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나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놓고 있다. 이를 위해 해고 노동자들이 영동의 매실농장에서 수확을 도와주고 일당으로 받아온 매실로 추출한 엑기스 및 순수 국내산 태양초로 만든 매실고추장과 전통된장을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1kg 기준 매실고추장 1만 5000원, 된장 1만 3000원이다. 대전실업극복연대 문성호 회장은 "해고노동자들이 희망의 끈을 잃지 않도록 맛 좋은 고추장과 된장을 식탁에 올려 달라"고 주문했다. 문의/ 070-7550-3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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