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해피 데이>겉표지 ⓒ 재인
새롭게 소개된 <오 해피 데이>는 어떨까? 표지에 등장한 '악동'스럽게 생긴 꼬마 아이를 보고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오실래요? 흐흐흐…"라는 말을 듣고 있으면 이번 작품도 뭔가 코믹스러울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집에 들어가면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답지 않은 분위기에 깜짝 놀라게 된다. 웃음이 있기는 한데, '코믹'은 아니다. 그보다는 따사로운 햇볕을 맞이할 때 생겨나는 기분 좋은, 잔잔한 웃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노리코가 옥션에 빠졌다. 계기는 의외의 것이었다. 어떤 물건을 중고 가게에 팔려고 했는데 거의 제 값을 못 받을 것 같아 노리코는 혹시나 싶어 옥션을 통해 물건을 판다. 옥션은 구매자가 판매자의 물건을 평가할 수 있다. 노리코의 물건을 산 사람은 노리코의 매너를 적극적으로 칭찬한다. 노리코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아 본 것이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노리코는 쓸 만한 물건을 또 판다. 이번에도 구매자는 노리코를 칭찬한다. 그에 맞춰 노리코의 삶에 활력이 생긴다. 가족과 이웃들이 못해주는 것을 옥션에서 만난 사람들이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팔 물건이 없어지면 어쩌지? 그 생각을 하자 노리코는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래서 노리코는 남편이 아끼는 물건들까지 팔려고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길까?
두 번째 집은 마사하루의 집이다. 마사하루는 아내 히토미와 별거를 결정했다. 결정하자마자 아내는 자신의 짐을 몽땅 갖고 사라졌다. 그래서 마사하루의 집은 썰렁하다. 커튼도 없고 소파도 없는 그 집은 황량하기까지 하다. 마사하루는 급한 마음에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마사하루의 행동이 이상해진다. 필요 이상의 것들을 사기 시작한 것이다. 왜 그럴까.
마사하루는 아내가 사라진 집을, 자신이 꿈꾸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추리소설도 잔뜩 들여놓고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기도 하고 음악 감상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바꾼다. 그동안 아내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마사하루의 집은 회사 동료들의 안식처처럼 발전한다. 남자 직원들이 너나할 것 없이 그 집에 열광하는 것이다.
이런 때에 별거 중이던 아내가 집을 방문한다면 어떨까? 화를 낼까? 속상해 할까? 아니다. 히토미는 남편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별거를 하게 됐던 감정을 녹여줄 만큼, 그것은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오쿠다 히데오는 그 과정을 유머를 섞어 따뜻하게 묘사했다. 덕분에 소설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노리코'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옥션 중독에 빠진 전업주부가 벌이는 소동도 적절하게 배치된 유머와 함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오 해피 데이>에 실린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 <오 해피 데이>의 소설들은 잔잔하게 웃음 짓게 만드는 독특한 느낌이 있다. '해피 데이'를 만들어줄 만한, 그 느낌이 만만치 않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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