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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79) 위험천만

[우리 말에 마음쓰기 788] '위험천만한 지식들' 다듬기

등록|2009.11.01 12:25 수정|2009.11.01 12:25

- 위험천만한 지식들

.. 친구들이 자기가 아는 걸 물어 올 땐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아무한테 말 안 하고 자기들만 알고 있는, 위험천만한 지식들이다 ..  《안미선-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철수와영희,2009) 48쪽

 '자기(自己)가'는 '저희가'나 '저희끼리'로 다듬고, '자기(自己)들만'은 '저희들만'이나 '저희끼리만'으로 다듬습니다. '지식(知識)'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이 자리에서는 '생각'으로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 위험천만한 지식들이다
 │
 │→ 위험한 지식들이다
 │→ 위험 많은 지식들이다
 │→ 위험 넘치는 지식들이다
 └ …

 아이들한테 성교육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고 말하는 보기글입니다. '성교육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소리는, 아이들한테 '성이란 무엇인지 얘기해 주거나 알도록 해 주거나 깨닫도록 이끌어 준 사람이 없다'는 소리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기 앞서, 집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소리입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한테 시험성적 높이는 데에만 매어 있을 뿐, 아이들마다 참다운 마음과 넋으로 아름답고 착하고 맑게 자라도록 하지 않는 가운데, 집에서도 아이들을 아름답고 착하고 맑게 크도록 이끌지 않았다는 소리입니다.

 ┌ 몹시 위험한 지식들이다
 ├ 아주 위험한 지식들이다
 ├ 대단히 위험한 지식들이다
 └ …

 오늘날 어버이나 교사는 아이들한테 '남성과 여성'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옳게 이야기해 주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왜냐하면 당신들 스스로 '남성과 여성'으로서 옳게 살아내고 있지 않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참다운 남성과 참다운 여성으로 살아가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참다운 사람으로서 살아내지 못하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서 바르고 곧은 넋과 매무새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지 못합니다. 스스로 깨닫지 못하니 스스로 살아내지 못하고, 스스로 살아내지 못하니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은 죄 엉터리요 바보스러운 모습입니다. 가르친다 해 보아야 책을 읽을 뿐, 몸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마음속 깊은 데에서 우러나지 않습니다.

 ┌ 더없이 어이없는 생각들이다
 ├ 매우 어처구니없는 생각들이다
 ├ 그지없이 말이 안 되는 생각들이다
 └ …

 어른들부터 바보이니, 아이들이 바보가 됩니다. 바보스레 살아가는 어른들한테 둘러싸인 아이들이 바보스러움에서 벗어나기란 아주 힘듭니다. 겨우 벗어났다손 치더라도 아이들이 제힘으로 즐겁고 신나게 살아갈 터전이 몹시 좁거나 아예 없기 마련입니다. 바보스런 어른들이 높직한 울타리를 쳐 놓고 있어, 가녀린 아이들은 그예 말라죽거나 굶어죽습니다. 울타리 안쪽도 무시무시하고, 울타리 바깥쪽도 무섭습니다. 울타리 안에서도 아이들을 괴롭히는 어른들이요, 울타리 바깥에서도 아이들을 들볶는 어른들입니다.

 참삶을 가꾸지 못하고 거짓삶을 가꾸는 어른들로서는 스스로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들볶는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면서 괴롭히거나 들볶습니다.

 ┌ 참으로 엉뚱한 생각들이다
 ├ 참말 잘못된 생각들이다
 ├ 소름 끼치는 생각들이다
 └ …

 참삶을 가꾸지 못하니, 참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거짓삶을 꾸리고 있으니, 으레 거짓말이 튀어나옵니다. 참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야 비로소 참글을 쓸 텐데, 거짓생각으로 제 몸을 휘감으면서 돈벌이에만 마음을 빼앗기니 애써 쓴 글들은 거짓글에 지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착하게 살아가는 가운데 착한 마음이 싹트고, 착한 말마디가 샘솟습니다. 있는 그대로 거짓스레 살아가는 가운데 거짓스런 마음이 움트고, 거짓스런 글줄이 튀어나옵니다.

 숨길 수 없는 삶이요 생각이요 말입니다. 감출 수 없는 삶결이요 생각결이요 말결입니다. 말을 가꾸려 한다면 생각을 함께 가꿀 노릇이요, 생각과 함께 삶을 알차게 가꿀 일입니다. 말을 사랑하려 한다면 생각과 삶을 함께 사랑해야 할 일이며, 말을 갈고닦자면 생각과 삶을 함께 갈고닦고자 할 일입니다.

 ┌ 그예 무서운 생각들이다
 ├ 참 바보같은 생각들이다
 ├ 그저 어리석은 생각들이다
 └ …

 저 또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몸이 되면서, 이 아이가 내 아이라서가 아니라 나한테도 하루 내내 들여다보고 돌보며 껴안아야 할 목숨이 있음을 느낍니다. 삶과 생각과 말을 새삼스레 추스릅니다. 우리 집에 우리 아이가 없었어도 우리 둘레에는 숱한 아이들이 있고 목숨들이 있습니다만, 하루 내도록 뒹굴고 씨름을 하는 가운데 어른 된 사람으로서 삶과 생각과 말을 더 단단히 여미지 않는다면 안 되겠다고 느낍니다. 어른 된 사람으로서 내 삶과 생각과 말을 더 튼튼하면서 싱그럽고 사랑스레 가꾸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나부터 내 삶을 더 아끼고, 내 생각을 더 키우며, 내 말을 더 보듬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우리 스스로 이 땅에서 내 이웃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싶다면, 내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이웃사랑 동무사랑 즐겁게 나누면서 하루하루 기쁨과 웃음이 넘치도록 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내 삶을 늘 즐겁고 싱그럽도록 가꾸어 주어야 합니다.

 ┌ 여러모로 얼빠진 생각들이다
 ├ 이래저래 모자란 생각들이다
 ├ 어느 모로 보나 어설픈 생각들이다
 └ …

 스스럼없이 아름다움을 찾아나설 때, 성교육이든 다른 가르침이든 배움이든 알맞게 펼치거나 나눌 수 있습니다. 거리끼지 않고 아름다움으로 나아가려 할 때, 남녀평등이든 다른 권리와 민주와 평화이든 올바르게 나누며 어깨동무할 수 있습니다.

 구김살없는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힘쓰고, 둥글둥글한 사람으로 새로워지도록 애씁니다. 거칠거나 투박하거나 모나거나 뾰족한 구석이 있을지라도 이 모습 또한 고이 사랑하고 아끼면서 티없고 뒤끝없는 사람으로 살도록 마음씁니다. 내 아이를 사랑하듯 나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듯 내 아이를 사랑하면서 살아갑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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