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월 1일)의 금정산 단풍은 그야말로 절정이었다. 불타는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금정산을 찾는 등산객 등 부산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정말 이 가을 금정산 단풍을 구경하지 못하고 그냥 이 가을을 보냈다면, 얼마나 후회가 됐을까 하는 생각이 정도로 말이다.
화엄 천년 가람 범어사 이름은 금정산 이름에서 유래
금정산은 한국의 명산이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금정산은 동래현 북쪽 20리에 있는데, 산정에 돌이 있어 높이가 3장 가량이다. 그 위에 샘이 있는데 둘레가 10여 척이고 깊이가 7촌 가량으로 물이 늘 차 있어 가물어도 마르지 않으며, 색이 황금과 같다. 세상에 전하기를 한 금빛 고기가 오색 구름을 타고 하늘로부터 내려와 그 샘에서 놀았으므로 산 이름을 금정산이라고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금정산 품 속에 자리한 화엄 천년 고찰 범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이다. 1700년(숙종 26) 동계가 편찬한 <범어사창건사적>에, 신라 흥덕왕(826~835) 때 의상대사가, 왜구의 침입을 막아내자 왕이 매우 기뻐해 의상을 예공대사로 삼고 범어사를 창건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의상대사는 702년에 세상을 떴다. 때문에 이 기록은 믿을 수 없다는 이견이다. 범어사의 창건 연대는 의상 대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한 670년 이후로 보는 주장이 옳다 하겠다.
범어사는 산의 지형을 이용해 제일 상단에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전각을 세우고 중단에는 보제루를, 하단에는 일주문과 천왕문을 중심으로 당우를 건립해 전체적으로 3단을 이루는 산지가람 배치로 되어 있다. 범어사의 이름은 금정산 이름에서 유래되었고, 범어사 가람에 딸린 암자이름들은, 금정산 옛 이름이 유래되는, 불명으로 거의 대개 쓰인다.
흐린날은 하늘이 닭울음으로 예불시각을 알려... 계명봉으로
계명봉(601.5m) 도 금정산 대개 봉우리의 이름이 불명이듯, 이 봉우리 이름도 불명이다. 계명봉 이름의 유래는, 그 옛날 스님들이 새벽 예불을 드리러 일어나는 시각이 3시 쯤인데 그때 그 시절은 시계가 없어, 항상 예불을 드릴 때 하늘의 별을 보고 시간을 가늠했는데, 기이하게도 흐린 날이면 하늘에서 닭울음 소리가 예불시각을 정확히 알려주었다해서, 유래된 이름이 계명봉이다.
계명봉보다 조금 높이가 높은 상계봉(632.2m)은, 금정산성 제 1망루에서 보면 산정은 화강암류로 노출되어 바위의 생김새가 닭 머리의 벼슬처럼 닮아 위상 상(上)자를 하고 있어 닭 계(鷄)자를 붙여 '상계봉'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불타는 단풍으로 뒤덮힌 계곡이지만, 여름에는 청아한 물소리와 산새와 풀벌레 소리를 즐기면서 걸을 수 있는 사색의 오솔길로 인기가 높은 산봉우리다.
계명봉의 계명암은 대학수능시험기도 영험 도량으로 불자들에게 알려져 있는 절이다. 정말 어제는 대웅전 안에 들어가서 예불을 보려고 했지만, 발을 들여 놓을 틈이 없이 법당안에 불자들과 학생들이 가득했다. 나는 여기까지 올라 온 김에 관세음보살상 앞에서 마음의 예불을 들이고 산행길을 재촉했다.
김유신 장군의 '통일 기도'를... 이어 받아 올리다
나의 어제 범어사 산행은, 범어사 산문에서 시작되었다. 범어사에서 계명봉을 올라 다시 되돌아, 북문, 금샘, 고당봉에서 하산을 하였다. 금정산의 주봉은 고당봉이고, 그외 원효봉, 의상봉, 미륵봉, 계명봉, 파리봉을 들 수 있다. 나는 그동안 계명봉만 올라보지 못했는데 어제 등산으로 금정산 최고봉들을 다 정복한 날이 된 것이다.
마음이 뿌듯했다. 금정산 구석구석 이제 나만의 산행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금정산은 오르면 더욱 오르고 싶은 산이다. 그 옛날 김유신 장군이 통일을 기원하는, " 적국이 자주 침범하여 죄없는 백성은 피를 흘리게 되오니 저는 적을 소탕할 뜻을 품었사오니 천지신명이시어 굽어 살피시사 저에게 힘을 주소서"라고 솔바위에서 기도를 올렸다는 전설처럼, 나도 계명봉에 올라 마음 속으로 우리나라 통일의 소망을 모처럼 빌어보았다. 마치 애국자가 된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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