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한국 시낭송 "슬픔은 역사로 살아"
버마작가모임, 망명 시인 '킨 아웅 에이' 초청 4일 '문학 교류의 밤'
오마이뉴스는 미얀마 군부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미얀마를 버마로 표기합니다. <편집자말>
▲ 버마 망명작가 킨 아웅 에이. ⓒ 최방식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임(이하 작가모임, 회장 임동확)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작가회의 후원으로 버마의 망명시인 킨 아웅 에이를 초청한 가운데 한국·버마 문학 교류의 밤 행사인 '슬픔은 역사로 살아 있다'를 4일(수) 오후 7시 서울 마포의 이원문화센터에서 연다.
작가모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여는 한국·버마 문학교류 및 시낭송 행사에서는 버마 망명시인 킨 아웅 에이와 한국에 망명한 민족민주연맹(대표 아웅산 수지) 한국지부 회원들이 참여해 버마 현대시를 설명하고 주옥같은 작품들을 낭송하게 된다.
초청 시인 킨 아웅 에이는 56년생으로 버마 양곤 태생. 양곤대 예술과학부를 졸업한 그는 대학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10여개의 소시집을 발간했다. 현재 포스트모던 경향의 시를 쓰고 있으며 언어시에 관심이 있어 관련 작품을 문학 블로그에 포스팅 하고 있다.
그는 청년기였던 1975년 제3대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버마인 우 탄트의 사망이 계기가 돼 불거진 시위로 수백여명의 양곤대 학생이 살해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른바 '우 탄트 사건'과 1988년 8월 8일 '버마 민주항쟁'으로 수천명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8888민중항쟁'에 연루돼 태국에 망명, 방콕에 살고 있다.
킨 아웅 에이의 대표시 '슬픔은 역사로 살아 있다'의 구절은 자신과 조국의 아픔을 노래한 시다.
"어떤 해는 천연덕스럽게/ 잘못된 시간을 보여주는/ 망가진 시계 같은 거 일 수 있지/...열병에 걸린 환자처럼 네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을 가만 지켜보라구/ 그건 말야/ 혼란스런 진실 그 자체인/ 한 인간인 날 놀라게 하는 전신 거울...<중략>"
시낭송의 밤 한국 측에서는 작가모임 소속 중견 시인들이 참여해 버마의 시 뿐 아니라 자작시 낭송을 한다. 원로 시인 민영씨가 '새의 길'을 낭송하고, 박홍점·최기순·조정·성향숙·서홍관·김이하·김자흔·박설희·정종연·조용숙·나해철 시인이 자작시를 발표·낭송한다.
시 낭송의 밤에는 국내 중견 무용인과 음악인도 참여해 가을밤의 정취를 드높인다. 먼저 삼청각 상설무대 안무감독을 역임한 춤꾼 이지연씨가 평화를 위한 진혼 '도살풀이'를 보여준다. 이어 음악인 박혜원씨가 풀룻 연주를, 백소망씨가 노래공연을 하게 된다.
임동확 작가모임 회장은 "버마인들을 생각할 때면 떠오르는 '8888항쟁'이나 97년 '샤프란혁명'은 절망과 위협을 이겨내고 피워낸 한 송이의 큰 꿈"이라며, "오늘 한국·버마인들이 모여 문화를 교류하는 것은 그 꿈과 희망을 되찾으려는 발걸음"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원로 민영 시인은 축시 '새의 길'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길을 찾아 나선 것이 아니다/ 길은 처음부터 있지 않았다/ 우거진 수풀과 돌무더기를 헤치고/ 강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섰을 때/ 길은 끊어지고 흔적조차 없었다/ .../ 뒤쫓아오는 두려움에 식은땀이 흐를 때/ 강 건너 저편에서 불 하나가 보였다/ 소리 없이 흐르는 캄캄한 강물/ 더는 망설일 틈이 없었다/ 몸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자/ 눈 앞에 새의 길이 나타났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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