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 글래머'라고요? 진지한 연기자랍니다!
[배우의 재발견⑩]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돌아온 천명공주 신세경
우린 지금 '스타'라는 이름 위아래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누구나 '스타'가 되길 원하고, 누구나 '스타'만을 보길 원하는 그런 세상. 그래서 <오마이뉴스>가 찾아 나섭니다. '스타'가 아닌 '배우'라는 이름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고 있는 그런 이들을요. <오마이뉴스>는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타이틀로, 이곳저곳에서 작은 빛을 내뿜는 배우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천명공주의 아역으로 활약한 신세경이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선 시골에서 갓 상경한 가정부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남소연
"어디서 많이 봤는데…."
떠오르고 있는 신예 여배우 신세경 얘기를 할 때면 꼭 나오는 반응이다. 누구는 <꽃보다 남자>의 김소은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또 다른 누구는 <에덴의 동쪽>의 이연희와 얼굴이 닮았다고 콕 집는다.
닮긴 닮았다. 그러나 최근 그녀가 받고 있는 관심과 인기가 그것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검색사이트 구글에서 '신세경'으로 검색하면 약 170만 건의 게시물이 나오고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인기 탤런트 검색순위에서는 거의 항상 그녀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게다가 디시인사이드 등 누리꾼들의 직설적인 평으로 유명한 몇몇 게시판에서는 이미 그녀를 가리켜 '업그레이드 이연희'라고 평가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 아역 탤런트 출신인 '중고 신인' 신세경이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배우 신세경은 지난 1998년 가수 서태지의 솔로 1집 포스터로 데뷔해 영화 <어린 신부>(2004) <신데렐라>(2006), 드라마 <토지>(2004), <선덕여왕>을 거쳐 최근작인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에서 가정부 '세경'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천명공주', '하이킥'을 익히다
큰 눈에 살짝 컬이 들어간 긴 생머리, 체크 남방과 진한색 청바지 그리고 하이힐. 지난 26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신세경은 <하이킥> 속 '세경'과 조금 달랐다. <하이킥> 속 세경이 항상 허름한 옷을 입고 나와서일까. 그런 신세경의 모습이 조금은 생소하게까지 느껴졌다. 실제로 보면 누가 봐도 예쁜 외모인데, 본인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단다. 자신의 인기가 조금씩 많아지는 이유도 "그동안 쌓인 이미지와 작품의 인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초등학교 5~6학년 때 막연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는 신세경. 그에게 연기는 다른 아이들이 피아노학원이나 태권도, 미술학원에 가는 것처럼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스무 살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을 그냥 좋아서 따라온 거지 뭔가 깊은 고민을 하면서 연기를 한 것 같진 않다"고.
그렇다면 스무 살이 된 지금 신세경에게 연기란 어떤 것일까. 신세경은 연기의 매력을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면 할수록 고쳐야할 점들이 늘어나고 예전엔 못 봤던 나쁜 점들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며 "그렇게 내 연기의 단점을 발견하고 고치고 하는 과정이 굉장히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저도 극중 세경이처럼 많이 털털해요"
- <선덕여왕>에 이어 <지붕 뚫고 하이킥>까지 올해 출연하는 작품마다 잘 되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인기를 실감하나요?
"사실은 촬영장에만 있어서 실감하지는 못 하는데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는 건 실감하고 있어요. 작품이 잘 되고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 인기가 많은 이유를 다음 다섯 개 중에서 고른다면(1. 얼굴 2. 몸매 3. 연기력 4. 그동안 쌓인 이미지 5. 작품의 인기)?
"저는 4번이랑 5번을 합쳐놓은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제가 딱히 예쁘다는 생각은 안 하고요. 작품에서의 이미지와 작품이 시청자들한테 재밌게 보이니까, 인기가 있는 작품을 하니까 저한테도 좀 영향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 <하이킥>에서는 빚쟁이에게 시달리는 소녀 가장 파출부 '세경'역을 맡고 있는데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했나요?
"사실 제가 극중 세경이보다 철이 없긴 하지만 은근히 극중 세경이와 성격이 비슷한 면이 있어요. 저도 극중 세경이처럼 성격이 털털하고 그렇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런데다 캐릭터 설정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게 캐릭터가 가진 꿈이나 목표가 그냥 '동생 신애랑 가족들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잖아요. 그거에 맞춰서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가정부 '세경'역을 맡은 배우 신세경. ⓒ MBC
- 정극만 찍다가 처음 시트콤에 도전한 건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정극과 시트콤은 연기 호흡이 아예 달라요. 전체적으로 컷을 넘기는 속도도 빠르고, 세트 촬영 같은 경우는 콘티를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버벅거리기 일쑤고."
- NG도 많이 내나요? 다른 사람들은 어때요?
"저는 NG 거의 안 내요.(웃음) 감독님이 어지간하면 다 오케이 해주시거든요. 감독님이 연기자가 하는 연기를 그 자체로 많이 인정해주시기 때문에 NG가 잘 안 나는 환경이에요."
- 최근 시트콤 안에서 러브라인이 형성되고 있는데요. 지훈과 준혁 중 누구랑 될 것 같나요?
"사실 저도 전혀 예측을 할 수가 없어요. 현장에서도 의견이 많거든요. 이렇게 붙여놔도 재밌을 것 같고, 저렇게 붙여놔도 재밌을 것 같다고 해서 아직 내부적으로도 결정을 못한 걸로 알고 있어요. 저도 누구랑 되든 재미있을 것 같아요."
- 얼마 전에 했던 인터뷰에서는 <선덕여왕> 비담이 이상형에 가깝다고 했는데 어떤 면이 좋은지.
"네. 비담 캐릭터가 이상형에 가장 가까워요. 캐릭터가 좀 '돌+I'같잖아요. 그러면서도 또 진지 할 때는 굉장히 진지하고… 저는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 좋아해요."
- <하이킥>에서 가장 잘 맞는 배우는 누구예요?
"저는 정음언니랑 같이 하면 좋아요. 우리 둘은 캐릭터 성격도 완전 반대고, 느낌도 반대고, 표현하는 방식도 너무 달라서, 마치 자석처럼 붙여놓았을 때 반대인 N극과 S극이 찰싹 붙는 것처럼 잘 어울린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저는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더니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정음언니랑 저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 주변에서 연기 지도를 해 주는 선배들이 있나요? <하이킥>에서는 누가 가장 도움을 주는지.
"따로 연기 지도를 받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촬영 현장을 다니면 항상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니까 현장에서 많이 배우는 편이에요. <하이킥> 촬영장에선 이순재 선생님이 많이 가르쳐주세요. 순간순간 연기만 가르쳐 주시는 게 아니고, 연기와 영화의 역사와 이런 걸….(웃음) 선생님한테는 역사가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다 가르쳐주시는데... 값진 말씀들이죠.(웃음)"
또래보다 돋보이는 연기력, 원천은 뭘까
영화 <신데렐라>, 드라마 <선덕여왕>, 최근 시트콤 <하이킥>에 이르는 작품들에서 발견되고 있는 신세경의 연기력은 윤아, 아라, 박신혜, 박보영 등 요즘 주목받고 있는 90년생 또래 여자 배우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수준이다.
<선덕여왕>에서는 '미실'역을 맡았던 고현정과 한 치 양보 없이 브라운관 가득히 팽팽한 긴장을 자아냈고, 아역 배우가 너무 잘했던 까닭에 그녀가 맡았던 '천명공주'역은 엉뚱하게도 성인 연기자인 박예진의 연기력 논란을 불러오기까지 했다.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남다른 연기력의 배경이 궁금했다.
- 연기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연기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막연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냥 남들 피아노, 미술학원 가는 것처럼 저는 그 대상이 연기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중학교 1학년 때 첫 작품으로 <어린신부>를 찍게 됐죠.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을 그냥 좋아서 따라 온 거지 뭔가 깊은 고민을 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 길 있다고 모두가 그 길로 간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은데요. 본인을 계속 그 길로 이끈 연기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제 생각에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연기의 매력이에요. 하면 할수록 제가 고쳐야 할 점들이 늘어나요. 예전에는 못 봤던 나쁜 점들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하게 되거든요. 그렇게 제 연기의 단점을 발견하고 고치고 하는 과정이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 <토지> 서희, <선덕여왕> 천명, <지붕 뚫고 하이킥> 세경까지,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성질' 좀 있고, 나이에 비해 성숙한 역할이에요.
"굳이 비슷한 점을 찾자면 그렇게 비슷하게 볼 수도 있는데 저는 그 세 캐릭터는 조금씩 미묘하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세 가지 캐릭터를 했다고 해서 이미지가 굳어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제가 지금까지 한 작품보다 앞으로 할 작품이 훨씬 많을 테니까요. 더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나이(90년생)보다 성숙해 보인다는 평이 많은데요. 평소 생활에서도 그런 점을 느끼나요.
"그럼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항상 그랬어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금 얼굴이었고 키도 그때보다 3cm밖에 안 컸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사진이 똑같아요. 젖살이 좀 더 있고 없고만 차이가 나죠. 중학교 졸업사진은 진짜 무슨 선생님처럼 나왔었어요.(웃음)"
"닮고 싶은 배우는 전도연, 상대역은 김명민"
▲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천명공주의 아역으로 활약한 신세경이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선 시골에서 갓 상경한 가정부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남소연
- 닮고 싶은 배우로 항상 전도연씨를 꼽는다고 들었어요. 그 이유는 뭔가요?
"어딘가에 매어있지 않고, 팔색조처럼 변화하는 연기가 부러워요. 보통 배우가 어떤 이미지나 캐릭터를 갖게 되면 그것과 맞는 역할만 맡게 되는데 전도연 선배님은 그런 한계가 없이 다양한 역을 잘 소화 하시니까. (자신의 머리 가운데 가르마를 가리키며) 이게 사람 감정선이면 전도연 선배는 이걸 처음부터 끝까지 다 쓴대요. 그런 게 너무 부럽죠."
-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연기자가 있나요?
"김명민 선배님이요. 예전부터 많이 좋아했는데 최근에 <내사랑 내곁에>를 보면서 하지원 선배님이랑 김명민 선배님 두 분 다 너무 좋아졌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너무 많이 울어가지고…."
-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요.
"영화를 볼 때마다 나오는 배역들은 다 해보고 싶죠. 해보고 싶은 역할들이 많은데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영화가 아니라 책에 나오는 캐릭터예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의 여주인공 요코역이요. 제가 그 책을 중학교 때 처음 읽었거든요. 그런데 처음 보자마자 반해서 지금까지 시간 날 때마다 계속 보고 있어요. 그게 우리나라에서 영화화가 된다는 얘기가 있었대요. 근데 아직도 안 되고 있더라고요. 사실 그 책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중학생이고 그 역은 성인이니까, '영화화가 돼도 저 역은 내가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저도 성인이고 점점 더 커가고 있으니까 할 수 있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어요."
-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젊을 때만 (연기를)하고 마는 배우들이 많은데, 저는 김해숙 선배님처럼 50살이 넘어서도 꾸준히 빛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도 나이를 먹고 40대, 50대가 되면 젊은 세대에게 제 역할을 양보해야 하는 때가 올 거잖아요. 그 때는 그 나이대의 저에게 맞는 100%, 120% 연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요즘은 오히려 40, 50대 중견연기자 선배님들이 비중 있는 캐릭터 연기를 할 수 있는 드라마와 각본들이 나오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글래머 스타? 부담스럽지만 감사해요"
최근 신세경이 네티즌들의 집중 '클릭'을 받게 되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네티즌이 선정한 '포스트 김혜수' 1위로 뽑혔기 때문이었다. 김혜수가 그 특유의 이미지로 한국 영화판에서 오랫동안 독차지했던 역할들을 떠올려보면 여배우에게 '청순한 글래머'라는 이미지는 굉장한 자산이다. 송혜교와 신민아가 각각 설문조사 2위, 3위라는 것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에 대한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 최근 김혜수를 이을 차세대 글래머스타로 뽑혔어요. 이미 인터넷에서는 '청순한 글래머'라는 수식이 붙었는데.
"글쎄요.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서희'나 이런 캐릭터들 보면 청순한 캐릭터랑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저는 불쌍하고 궁상맞고 청승맞은 느낌일 줄만 알았는데 그걸 또 청순하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좀 놀랐어요. 이번 그 설문조사는 부담스러운 맘이 없잖아 있었는데 좋은 마음으로 해주신 거니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올해 스무 살이 됐어요. 그 전까지 해보고 싶었는데 못했던 일들 중 해본 것이 있나요.
"지금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일단 여행이 정말 가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놀러도 가고 싶고, 그동안 촬영하느라 못 만난 사람들도 너무 많은데 다 못하고 있어서… 왜냐면 촬영 중간 중간 하루씩 쉬는 날은 밀린 잠자고 대본 좀 보면 하루가 다 지나버리거든요."
-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다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럼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은 어떻죠?
"제가 고등학교 때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한다니까 주변에서 누가 '이거 한 번 읽어봐라'하고 추천해 주셔서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어요. 근데 둘이 성향이 완전 다르고 야마다 에이미 소설은 좀 야하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충격을 좀 받았어요. '이런 글이 일반적인 서적으로 출판이 될 수 있는 건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상실의 시대>를 읽기 전이었어요.(웃음) 지금 다시 읽어보면 야마다 에이미도 재밌어요. 에쿠니 가오리 소설이 더 좋게 느껴졌던 건 아무래도 그게 좀 여자, 여학생 감성이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어요."
영화도 만들고 책도 쓰고 싶은 욕심 많은 여배우
▲ <선덕여왕>에서 어린 천명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 신세경. ⓒ MBC
- '이것 정말 재밌고 좋다'고 하는 영화 세 가지만 꼽아주세요.
"일단 <타락천사>. 근데 <타락천사>도 좋고 <해피투게더>도 좋은데... 일단 첫 번째건 <타락천사>만 할 게요. 그리고 두 번째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도 좋아요. 세 번째는 신중하게 골라야죠. 음… <퐁네프의 연인들>이요."
- 연기 말고 욕심나는 다른 분야는 없나요?
"책도 쓰고 싶고 영화 만들어보고 싶어요. 특히 영화 만드는 건 제대로 배워서 꼭 할 거예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영화 하나 찍고 2, 3학년 때는 쭉 쉬었거든요. 그때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고, 음악도 제일 많이 들었어요. 생각이랑 감상들을 짧은 글들도 많이 끼적여 보기도 하고요. 근데 그때 글을 쓰면서 나는 정말 이런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글을 쓰는 건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스무 살도 안 된 쪼그만 한 애가 뭘 알겠느냐' 이런 식으로 무시당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어요. 지금 스무 살인데 아직도 때가 아닌 것 같고요. 제가 서른 두 살 쯤 되면 뭔가 제 생각을 책으로 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얼른 나이를 먹고 싶어요."
인터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 세 가지를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한참을 망설이며 뭘 추천할까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간단한 질문에도 눈을 좌우로 굴리며 오랫동안 머릿속 영화 목록을 뒤적이는 표정에는 배우로서의 직업의식도 살짝 엿보였다.
"눈에 띄는 역은 다 해보고 싶다"는 '욕심쟁이' 배우 신세경. "자신의 단점과 계속 마주하며 그걸 고쳐나가는 것이 연기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그녀가 앞으로 더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내공이 충만한 배우로 성장하지 않을까.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배우. 그녀의 '서른 두 살'이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김동환 기자는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재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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