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급변 대비' 작계 5029는 전작권 환수 대비책?
북에 대한 내정간섭, 국제법상 위법 소지 등 논란 있어
▲ 작계 5029 폐기하라'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2일 오전 10시 국방부 정문 앞에서 작전계획 5029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최근 한미 양국이 북한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작전계획 5029'(아래 작계 5029)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급변 사태란 북한의 정권교체, 정변에 의한 내전 상황, 대규모 주민 탈북 사태, 개성이나 금강산 등지에서 한국인 인질사태, 대량살상무기(WMD) 유출 등을 뜻하는 것으로 작계 5029는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미 연합군의 대대급 이상 작전제대의 동원과 배치계획 등 구체적인 작전 운용계획을 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국은 작계 5029가 한국의 주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작계 5029 구체화 작업이 급속도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30일 워싱턴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북한 내 식량 기근 등의 문제로 야기되는 대규모 난민 문제부터 파벌 간 (권력) 투쟁이나 정권교체와 같은 형태의 문제로 인해 조성될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샤프 사령관은 또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연설에서도 "북한의 우발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준비 중"이라며 "이미 이 계획을 연습했고 우발상황 때 즉각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지난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서 "이름 자체로는 작계로 되어 있지 않다"는 답변을 해 어떤 형태로든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작계 5029 완성과 관련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아래 평통사)은 2일 오전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계 5029는 사실상 한미 연합군에 의한 북한점령을 상정하고 있다'며 이의 즉각적인 폐기를 주장했다.
평통사는 "작계 5029는 북이 남을 먼저 침공하지 않은 경우에도 한미 양국군이 대북 선제 군사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전쟁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북에 대한 내정간섭과 선제공격, 작전통제권 행사 등 숱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법적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유엔에 가입한 독립적 주권국가인데, 급변 사태가 발생했다고 해서 한·미 양국이 일방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국제법상 '침략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게 국제법 전문가들 다수의 지적이다.
또 작계 5029가 수립되면 2012년 4월 17일로 예정된 전시 작전통제권(아래 전작권) 환수의 의미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미 현대전의 핵심인 공군의 작전통제권은 아예 환수하지 않고 지금처럼 미 7공군 사령관이 계속 행사하기로 한 상황에서, 작계 5029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수단, 즉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거와 (북한지역에 대한) 해병 강습상륙 등의 임무를 미군 지휘관이 주도한다는 것은 전작권 환수가 껍데기에 그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대북 군사작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북한 WMD 제거 작전과 상륙작전을 미군이 지휘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전작권 행사에 이르는 정보, 기획, 작전, 위기관리, C4I(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와 상륙작전은 물론이고 북한 점령 및 민정 작전 권한과 이를 수행하게 될 한국군 특전사, 해병대 등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다시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위임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2일 "북한사태 변화에 대비한 개념계획 5029는 유지하고 있지만 작전계획 5029를 완성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 부인했다.
작계 5029 왜 문제인가? |
한반도와 관련된 작전계획 'OPLAN(Operation-Plan)'은 5026, 5027, 5028, 5029, 5030 등 크게 다섯 가지로 알려져 있다. 1급 군사비밀인 작전계획의 생성과 변화 흐름은 한반도의 안보상황과 밀접하게 엮여 있다. 작전계획의 번호체계는 전 세계를 관할하는 미군의 9개 사령부와 관련이 있다. 미군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령부별로 작전 분류번호를 붙이는데, 한반도를 담당하는 태평양사령부의 일련번호가 5000~5999번이다. 이 가운데 26~30번째 작전계획을 이른다. 이라크 전을 수행한 중부사령부의 분류번호는 1000번 대였으며, 이라크 침공 당시 작전계획은 1002와 1003이었다. '작계 5027'은 1974년 한반도의 전면전 상황을 상정하여 남침한 북한군을 휴전선 이북으로 밀어낸다는 내용으로 작성됐다. '작계 5027-74'로 불린다. 1994년 만든 '작계 5027-94'는 북한정권의 붕괴를 기대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후 2년마다 수정해 왔다. '작계 5027-98'에는 한·미 연합군이 반격에 들어가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킨다는 적극적인 개념이 반영되었다. '작계 5026'은 북한 핵시설을 초정밀 공습하는 계획으로, 1994년 6월 영변 등을 공격하는 시나리오가 마련됐으나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1996년 만든 '작계 5028'은 전면전이 아닌 상태에서 일어나는 서해교전 등 우발적 사건에 대비한 계획이다. '작계 5030'은 미 공군 정찰기를 영공 가깝게 접근시키거나, 신속배치 여단을 보내거나, 해병대대를 전개하는 방법으로 북한 군부를 뒤흔들어 내분을 유도하려는 작전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