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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전자, 중소기업에 투자 위험 떠넘겨"

경제개혁연구소, 11년간 기업간 재무제표 분석 결과 발표

등록|2009.11.02 18:15 수정|2009.11.03 01:31

▲ 대기업과 하도급기업 사이의 재무성과 격차 예상과 근거 ⓒ 경제개혁연구소


[기사 보강- 2일 밤 11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 하도급업체에 비용과 투자 위험 등을 떠넘기는 방법으로 불공정한 행위를 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하도급 업체 가운데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떨어지는 힘없는 중소기업들에 대해 이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2개사와 하도급 거래를 해왔던 중소기업 1465개사의 지난 1998~2008년까지 11년 동안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소의 대기업과 중소 하도급거래업체에 관한 조사는 지난 9월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완성차 업체에 이어 두번째다.

▲ 대기업과 중소하도급업체간 유형자산증감률 추이 비교 ⓒ 경제개혁연구소



"대기업들 우월적 지위 이용해 설비투자 등 각종 비용을 중소기업에 떠넘겨"

연구소가 분석한 내용을 보면, 기업의 성장성 지표인 유형자산증가율은 하도급 업체가 지난 11년 동안 평균 15.37%였다. 이는 대기업이 같은 기간 12.36% 증가율을 보인 것보다 3% 포인트 높다. 이 외에도 하도급 업체들의 총자산증가율이나, 매출액증가율, 재고자산증가율 등 성장성 측면에서 전자 대기업들보다 하도급 업체들의 증가율이 월등히 높았다.

기업 성장성과 관련된 각종 지표들에서 하도급 업체들이 높게 나타난 이유는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각종 설비투자를 비롯한 자본 비용 등을 중소기업들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97년 경제위기 이후 전자산업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중소 하도급 구조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면서 "이들은 설비투자 등 성장성과 숙련 노동을 중시하기보다 중소하도급 업체에 투자 위험을 전가시켜왔다"고 말했다.

위 연구위원은 "특히 지난 97년 위기와 2001년 IT 위기 때에도 유형자산과 총자산 등에서도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면서 "대기업들은 연구개발 등에 집중하고, 원가절감을 통한 구조조정을 위해 아웃소싱 등을 적극 활용했으며, 경제위기 등 경기변동에 따른 각종 경영 리스크는 하도급 업체들이 떠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기업의 안정성이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의 경우 하도급 업체들보다 대기업들이 좋게 나왔다. 기업 안정성을 볼 수 있는 부채비율만 보더라도,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지난 11년 동안 부채비율은 평균 75.53%였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이보다 더 떨어져 평균 30%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하도급 기업들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부채비율은 평균 111.70%였으며, 그나마 지난 2005년 이후 100% 이하로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기업과 중소하도급업체간 부채비율 추이 비교 ⓒ 경제개혁연구소



"대기업들 기업 수익성과 안정성은 챙기고, 하도급 업체들에 투자 위험 전가시켜"

또 수익성에서도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대기업들이 지난 11년 동안 11.59%를 보였다. 하지만 중소 하도급 업체들은 평균 6.84%로 대기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위평량 연구위원은 "대기업과 하도급 업체간 영업이익률의 격차가 연평균 8.26% 포인트 정도로 대기업이 높다"면서 "이밖에도 매출원가율이나 자기자본세전순이익률 등 각종 수익성 지표에서도 대기업이 하도급업체들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기업의 생산성 측면에선 대기업과 하도급 업체 사이에 부문별로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 1인당 매출액이나 1인당 부가가치 등의 지표에선 대기업이 높게 나왔다. 반면 설비투자 효율이나 총자본투자효율 등에선 하도급 업체들이 대기업보다 우위의 결과를 보였다.

위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결과는 지난번에 발표했던 국내 자동차산업의 조사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국내 전자산업에서도 대기업의 불공정한 지위남용행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삼성과 LG전자에 속해 있는 하도급 업체에서도 규모가 작고, 설립연도 등에서 짧은 중소업체들에 대한 대기업들의 불공정 행위가 더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위 연구위원은 "하도급 업체들이 대기업의 불공정한 지위 남용에 맞설 수 있도록 현행 공정거래법의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하도급  기업 스스로 피해구제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5일 삼성전자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 및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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