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사진 찍기의 방식을 보여주는 전시회

'재현과 표현에 관하여'전 개최

등록|2009.11.03 10:40 수정|2009.11.03 10:40
20세기 초반 이후 사진가들은 오랫동안 특정한 사물이나 현실을 실재와 똑같이 재현하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인화지 표면에 특정한 이미지가 정착되기 이전에 여러 메커니즘적인 단계를 거쳐서 특정한 형상(形象)이 생성되면서 실재 그 자체와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간극이 발생하였다.

그러므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진은 실재의 완벽한 재현이 아니라 찍은 이의 의지가 개입되어 발생한 허구적인 이미지이다. 이번에 기획한 '재현과 표현에 관하여'전은 사진의 이러한 표현매체로서의 특성에 관하여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형태로 탐색하고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김명옥_나무처럼 살고 싶다-1_젤라틴 실버 프린트_60.96×50.8cm_2006 ⓒ 김명옥



▲ 김혜진_sympathy-1_라이트젯 프린트_47×70cm_2009 ⓒ 김혜진



▲ 김혜진_sympathy-1_라이트젯 프린트_47×70cm_2009 ⓒ 안병용




김명옥은 오랫동안 나무를 표현대상으로 다루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자신의 감성적인 코드와 일치하는 나무를 어두운 톤으로 밝기를 변형하여 보여준다. 대상 자체의 느낌과 작가의 사진적인 수사법이 유효적절하게 관계를 유지하여 긴장감이 느껴지는 최종 결과물이 생산되었다. 작가의 내면적인 영역이 감지되는 결과물이 표상된 것이다. 최종 결과물 자체가 작가의 정서를 상징한다.

김혜진은 타지에서 만난 특정한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재현하였다. 작가의 조형감각과 사진적인 센스가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여 보는 이들의 감성과 조우하는 이미지가 생성 된 것이다. 작가는 직관적으로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여 문학적이면서도 정서적인 이미지로 변환시키거나 무엇인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수수께끼와 같은 장면으로 재구성하여 보는 이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었다. 작가의 정서적인 감수성이 작동한 결과이다.

안병용은 카센터에서 자동차부품을 수집하여 사실적으로 재현하였다. 그 결과 대상 자체의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나는 이미지가 생산 되었다. 그리고 표현대상 자체의 기계적인 복잡한 구조와 카메라렌즈의 사실적인 재현능력이 얽혀서 건조하기보다는 감성적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간의 흔적과 사진기술이 상호작용하여 생산한 정서적인 최종 결과물이자, 작가의 개념적인 사고와 카메라렌즈의 해상력이 작용하여 얻어낸 성과물이다.

▲ 이상길_이중풍경-1_디지털 C프린트_50×70cm_2009 ⓒ 이상길



▲ 최원호_도시로 향한 풍경-1_디지털 C프린트_50×70cm_2009 ⓒ 최원호



▲ 홍광범_Children -2 Child Labor_디지털 C프린트_50×70cm_2009 ⓒ 홍광범




이상길은 현실에 존재하는 역사적인 사물과 풍경을 개념적으로 표상한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시각적인 정보는 평범하고 단편적인 것으로 읽혀지지만, 작가의 세계관과 미학적인 사고가 내밀하게 작동하여 성취한 최종 결과물이다. 외형적으로는 지극히 중립적인 시선으로 건조하게 대상에 접근하여 생산한 결과물처럼 보이지만, 작품의 내부를 이루는 구조는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사고와 특정한 역사관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원호는 인천송도의 변천하고 있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였지만, 작가의 조형감각과 세련되고 숙련된 사진기술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여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사회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보는 이들은 미학적이면서도 동시대의 특정한 사회적인 현실을 상징하는 장면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동시대의 사회적인 풍경이자 당대의 미학적인 담론을 생산하는 현대적인 풍경이다.

홍광범은 이방인으로서 여행지에서 만난 특정한 사회문화적인 장면을 효과적으로 포착하여 시각화하였다. 작품의 내부와 외부를 생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가의 철학과 미적인 감각이 유효적절하게 어우러져서 사회적인 담론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였다. 작가의 순간포착능력과 작가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특정한 의식이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고 있는 결과물이다. 최종 결과물이 현실 그 자체로 보여지기보다는 카메라렌즈를 거치면서 해석되어진 또 다른 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현실이라기보다는 작가의 표현의지에 의해서 연출된 연극적인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요소가 있는 작품 한 장 한 장이다.

사진가들은 각자의 사진에 대한 신념과 이데올로기에 따라서 다양하고 개성적인 여러 표현방식으로 자신들의 세계관과 미에 대한 사유적인 세계를 인화지 표면에 형상화하여 드러낸다. '재현과 표현에 관하여'전에 참여한 작가들도 각자의 관심사와 주관에 따라서 주제를 정하고서 재현 혹은 표현이라는 시각화 방식을 선택하여 자신들의 세계관과 정체성을 형상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기획한 전시를 보는 이들은 사진예술의 시각화 방식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2009_1106 ▶ 2009_1119 / 일요일 휴관
초대일시_2009_1107_토요일_05:00pm

참여작가_김명옥_김혜진_안병용_이상길_최원호_홍광범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브레송_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충무로1가 고려빌딩 B1
Tel. +82.2.2269.2613 cafe.daum.net/gallerybresson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