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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화가 반쪽 소리만 듣는 것이라고?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 12번째 국보법 관련 공판

등록|2009.11.04 10:12 수정|2009.11.04 14:30
지난해 2월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의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경남 산청의 간디고등학교 역사교사(최보경)의 국가보안법 위반(제 7조 찬양 및 고무) 혐의 12차 공판이 3일 오후 5시 30분 경에 열렸다. 오후 3시로 예정되었으나 앞선 재판의 지연으로 늦게 진행된 공판은 한시간 십분여 동안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정민식에 대한 심문이 이루어졌다.

▲ 앞선 재판의 지연으로 재판이 연장되어 기다리고 있다. 최보경 교사와 이석태 변호사의 모습이 멀리 보인다. ⓒ 배만호


검찰측의 수사기록 내용 확인이 끝나자 이석태 변호사는 증인에 대한 예리한 심문을 시작했다.

다음은 이석태 변호사와 정민식 증인 사이의 주요 질문과 답변 내용이다.

변호사 : 증인의 근무 경력은?
증인 : 91년부터 경찰로 근무하며, 98년부터 국가보안법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 당시 한총련 관련 수사부터 시작되었다.

변호사 : 이적성 평가의 기준은?
증인 : 국가보안법의 해석, 적용 등과 관련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보안 실무 교육을 받고 있다.

변호사 : 인터넷 서적, 국가보안법 관련 서적 혹은 논문 등을 읽은 적이 있나?
증인 : 없다.

변호사 : 나라정책연구원에서 감정을 하였는데, 설립연도, 직원의 수 등을 알고 있나?
증인 : 모른다.

변호사 : 어떤 이유로 감정을 의뢰하였나?
증인 : 재량으로 감정을 의뢰했다.

변호사 : 이적성 판단을 사설 연구원에 보내 객관성을 판단할 수 있나?
증인 : 있다. 북한의 노동신문 등에 대하여 업무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 연구원의 학력이나 경력 등에 대하여 조사를 하였나?
증인 : 안했다. 단지 그들은 박사, 교수이기에 더 나은 판단을 할 것이다.

변호사 : 이적성 판단의 증거는 감정서 뿐인가?
증인 : 그렇다.

변호사 : 자주, 평화 등을 주창한 것이 이적성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발표한 6.15 공동선언의 제 1조에 나오는 '남과 북의 통일문제는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라는 내용을 인용한 것인데, 6.15 공동선언을 찬성하지 않는 개인의 자료를 검찰 수사에 사용하나?
증인 : 노동신문 사설과 일치한다.

변호사 : 간디학교 학생의 의식과 의식화를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증인 : 의식화는 반쪽의 소리만을 들을 수 있다. 불법, 반미 집회에서 한쪽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변호사 : 경남진보연합 준비위가 정상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 있나?
증인 : 안다.

변호사 : 경남진보연합준비위 조사는 하였나?
증인 : 안했다.

변호사 : 경남진보연합에서 발간한 책, 자료집 등을 읽은 적이 있나?
증인 : 없다.

변호사 : 나라정책연구원 김광동의 책은 읽은 적이 있나?
증인 : 없다.

변호사 : 진보연합 자료를 이적성 표현물로 판단할 수 있나?
증인 : 없다

변호사 : 민중, 민족, 계급, 혁명 등의 용어는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용어이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민중, 민족 등이 어떤 의미에서 계급적 의미인가?
증인: 감정서 작성 문건을 토대로 작성했다.

변호사 : 한국진보연대는 공개적으로 활동한다. 한국진보연대가 문제 되나?
증인 : 잘 모른다.

변호사 : 한국진보연대 출범식 해설 자료집을 왜 이적성이라고 하나?
증인 : 북한의 주장에 일치한다는 감정서에 따른다.

변호사 : 역사배움터3-현대사는 감정 의뢰 없이 재량으로 판단하나? 감정서 이외의 위반 증거는?
증인 : 없다.

변호사 : 모두 감정서에 의거하나?
증인 : 1차 혐의 없으면 의뢰한다.

변호사 : 조국통일 3대 헌장은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증인 : 잘 모르겠다.

변호인의 심문에 증인은 주로 '잘 모르겠다'라는 말로 위기를 벗어났다. 이어 검찰의 심문이 이어졌다.

검사 : '우리끼리'사이트를 아나?
증인 : 불법 사이트로 차단되었다고 안다.

검사 : 북한의 '개념 혼동 전략'을 아는가?
증인 : 들었는데, 잘 모르겠다.

이어 판사의 심리도 이어졌다.

판사 : 우리민족끼리의 단어의 출처는?
피고 : 많이 쓰고 많이 알려진 단어이다.

이어서 판사는 출석하지 않는 증인들에 대하여 검찰측에 과태료 부과를 강하게 요구하였다. 더구나 검찰측 증인 가운데 한 명은 입원한 상태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주소 불명으로 되어 있다.

▲ 12번째 공판이 끝나고 응원해주는 제자들과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는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 ⓒ 배만호


재판이 공판이 끝난 뒤 최보경 교사는 방청하였던 학생들에게 "나는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이기도록 하겠다"며 굳은 각오를 보였다.  

▲ 최보경 교사와 간디학교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함양에서 오신 박해욱, 이경희 부부. 직접 농사지은 사과를 선물로 가져왔다. ⓒ 배만호


한편, 공판이 끝난 뒤 처음부터 공판을 지켜본 한 방청객은 증인의 경력과 증언을 듣고서 이렇게 말했다.

"98년부터 공안사건을 담당했다면, 증인의 말대로 의식화가 반쪽의 말만 듣는 것이라면 증인이야 말로 엄청난 의식화가 이루어졌겠구만."

▲ 최보경 교사를 지지하기 위해 모인 간디학교 학생들.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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